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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계간 푸른사상 2021 여름호(통권 36호)

by 푸른사상 2021. 6. 18.

 

계간 푸른사상 2021 여름호(통권 36호)

 

153×224×15 mm26413,000ISSN 2092-8416 | 2021.6.18

 

 

■ 도서 소개

 

시인, 작가, 통일운동가, 시민사회운동가, 정치인 등으로 열렬히 활동했던 백기완 선생을 특집으로 다룬 『푸른사상』 2021년 여름호(통권 36호)가 간행되었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격동기를 살아오며 통일 문제와 사회 모순에 맞서온 백기완 선생의 삶과 사상, 예술, 인연 등에 대해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최열(환경재단 이사장), 임진택(이애주문화재단 상임이사), 백기완 선생의 오랜 친구였던 방동규(방배추) 선생, 송경동 시인, 맹문재 시인이 자세하게 들려준다. ‘혁명적 낭만주의’를 꿈꿔왔던 한 운동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한 전상기 교수의 ‘백기완론’도 주목된다. 아울러 김후란, 강민숙, 고원, 김은정, 박경자, 윤임수, 정운희, 정현우, 최기종 등의 신작 시와 박소명, 장정희의 신작 동시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밖에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도 연재되었다. 70여 년 전 해방공간의 제주에서 일어난 제주4·3항쟁을 기리는 강덕환 외 43명의 시인들 시화전 작품도 실었다.

 

 

■ 목차

 

특집 | 백기완 노나메기

좌담 : 유홍준·최열·임진택·맹문재 _ 백기완의 예술과 노나메기 세상

대담 : 방동규·맹문재 _ 역사가 우리를 기록한다

대담 : 송경동·맹문재 _ 기죽지 마라

전상기_ 백기완, 되살릴 수 (없는/있는) 혁명적 낭만주의

백기완 대표시

백기완 연보

 

신작 시

김후란_ 친구여 강민숙_ 가문비나무

고 원_ 역사는 기어코 시를 이룬다 김은정_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하수오

박경자_ 물고기 자세 윤임수_ 호떡집 막걸리

정운희_ 우리는 짜장면이 옳았다 정현우_ 종

최기종_ 더디 오는 너

 

신작 동시

박소명_ 여름 장정희_ 소화기의 광고

 

기획 연재

김준태 _ 시 70년 오디세이(13회) : 괴테의 모성성·여성주의는 평화주의

김응교 _ 다시 만나는 김수영(14회) : 기계의 영광, 긴 것을 사랑할 줄이야

 

제주4·3항쟁 시화전

시화전 작품

강덕환, 강동완, 강봉수, 고영숙, 김경훈, 김광렬, 김규중, 김병택, 김 섬, 김수열, 김순남, 김순선, 김승립, 김신숙, 김애리샤, 김연미, 김영란, 김영숙, 김정숙, 김정순, 김진숙, 김항신, 배진성, 서안나, 손세실리아, 신해정, 안은주, 양동림, 양순진, 양영길, 오광석, 오승국, 오영호, 이애자, 이종형, 장영춘, 정찬일, 조직형, 조한일, 최금진, 한희정, 허영선, 허유미, 현택훈

 

강덕환_ 제주4·3문학, 알림과 밝힘의 과정과 향후 과제

 

 

■ 책 속으로

 

유홍준 : 백기완 선생님의 구비문학은 정말 엄청난 것이에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를 정도지요. 선생님은 어마어마한 구비문학의 본체를 집대성해요. 내가 미술의 길로 들어서서 장승과 민화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 것도 선생님의 영향이 컸어요.

 

최 열 : 춘천에 사는 촌놈이 지인의 결혼식에 동동주를 얻어먹으려고 올라왔을 뿐이라고 둘러대면 훈방을 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그것이 아니었어요. 무조건 빨가벗긴 채 두들겨 패고 짓밟고 해서 기절 안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중략) 백기완 선생님도 엄청난 고문을 당했어요. 80킬로나 되는 체구가 40킬로로 줄어들었어요.

 

임진택 : 백 선생님은 시를 쓰는 과정이 다른 시인들과는 달라요. 선생님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시상을 되뇌고 되뇌어서, 입으로 흥얼거리고 읊조려서, 그것이 빚어지면 글자로 옮겨요. 그렇기에 선생님은 당신의 긴 시작품도 다 외울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비나리’라는 개념이 딱 들어맞는 거지요.

(「백기완의 예술과 노나메기 세상」, 10~38쪽)

 

 

방동규 : 백기완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기완을 돌보는 채원희한테 전화가 왔어요. 기완이 심산상 타는 날이었어요. 채원희는 기완이가 글씨는 쓰시는데 말은 못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이 새끼야, 이 새끼야.” 하면서 엉엉 울다가 전화를 끊었어요.

백기완은 나에게 “역사가 우리를 기록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그만큼 자신을 역사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지요. 참으로 존경할 모습이에요.

(「역사가 우리를 기록한다」, 55쪽)

 

 

송경동 : 젊은 우리들보다 연대를 더 많이 자주 다니시며 늘 말씀이 이렇게 싸우다 거리에서 죽는 게 소원이시라고 하셨죠. 팔순이 넘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무슨 중앙간부들보다 더 많이 투쟁의 현장에 서 계셨던 분이 백기완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런 지치지 않는 힘이 어디에서 샘솟는 것인지 참 기이할 정도였습니다. 마석모란공원 선생님 묘소 찾아가는 표지판을 이윤엽 화가와 신유아 문화활동가 등이 세워두었는데 문구가 “기죽지 마라―백기완의 묘”입니다. 자본주의와 부당한 권력들의 폭압에 짓눌려 사는 거리와 광장의 노동자 민중들에게 늘 ‘기죽지 마라’고 기운을 주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생생합니다.

(「기죽지 마라」, 61쪽)

 

 

그는 초등학교 이외의 정규 교육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지독한 고난의 한복판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중략)

어머니, 누나, 큰형은 북한에, 아버지, 자기와 누이동생은 남한에 살며 분단이 고착화되는 비극을 실감하면서 통일 문제에 눈을 떴다. 분단의 원인과 원흉에 대한 적개심과 철저한 역사의식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통일운동의 실천과 민중의 단결과 연대에 의한 통일만이 참다운 통일의 하제(희망)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전상기, 「백기완, 되살릴 수 (없는/있는) 혁명적 낭만주의」, 67쪽)

 

 

묏비나리

—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백기완

 

 

맨 첫발

딱 한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 떼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 떼기에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 떼기에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었다 엎어라

 

(98쪽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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