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오해 뭉치
선선미 지음|푸른시인선 22|131×216×9 mm|160쪽|10,500원
ISBN 978-89-91918-92-4 03810 | 2021.6.20
■ 도서 소개
탐시하듯 바라본 세상과 마음의 풍경
선선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오해 뭉치』가 <푸른시인선 22>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수석가가 탐석을 하듯 일상과 내면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관찰함으로써 그 안에서 수석과 같은 시편들을 건져 올린다. 비와 바람으로 일구어낸 땅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시인의 마음 밭은 독자들에게 여운과 감동을 준다.
■ 시인 소개
선선미
훈민정음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문학을 매개체로 소통하고, 마음속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치유라고 속사포처럼 강연하는 문학치유 강사이다. 『문학치료 관점에서의 백석 시 불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시집으로 『이 땅의 모든 선미에게』 『아스피린 먹는 시간』, 교양서로 『문학, 치유로 살아나다』가 있다.
(E-mail: ssmi70@naver.com)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기적에 대하여
명작, 쿠크다스 / 꽃밭이 된 모나리자 / 이른 봄, 쑥 / 어느 3월의 수상한 약속 / 밥 / 떡이 된 손 / 수상한 기적 / 닉네임: 마른 반찬 / 다이어트의 역사 / 흙의 마음 / 배롱나무, 그 사람 / 최저 생계비 / 통 큰 기도 / 위대한 자갈치 아지매 / 물들다 / 관계 / 말랭이 / 발정 / 현대판 유배자 / 종달새에 대한 오해 / 모음 자유화, 퇴정을 알리다 / 새 구두의 위로 / 지인 / 그리움 / 영원한 직진 / 리커버리 / 우리 / 정이품송의 절규
제2부 연약함에 대하여
급식실 가는 길 1 / 급식실 가는 길 2 / 주소록 / 인간 유통기한 / 카톡 처세술 / 활주로의 고독 / 외도 현장 / 남이 된 형제 / 새로운 고향 / 불안 / 신의 실수 / 가늘게 가늘게 / 무서운 자신감 / 현대판 귀족 / 마라톤의 추억 / 조기 치매 / 대나무 / 평등에 대하여 / 가을날의 지각 / 성장통 / 메주와 공주 / 구닥다리 냉장고 / 전문가 / 열정은 끝나지 않았다 / 제각각 / Korea 외로움
제3부 소박함에 대하여
아름다운 숙명 / 한의사 서!인석, 허물을 벗다 / 부부의 슬픈 역사 / 잡것들의 변명 / 불친절한 이정표 / 인간판촉 / 천사들의 방 / 말 꽃 / 과메기의 노래 / 양궁 석권 / 일기오보 / 종현에게 / 양귀비꽃, 당신 / 손수건의 역사 / 자만 / 집의 비극 / 사추기 / 하나님은 낭만주의 / 세상에서 제일 큰 지도 / 가식적인 너무나 가식적인 기도 / 이삭 / 철옹성에 핀 꽃 / 갱년기는 갱신년 / 참사랑 / 사랑, 당신의 정신병력 / 고전 우주 / 말자씨에게 / 늦가을의 반성 / 봄날의 청춘 / 자연의 속삭임 / 여호와가 된 카메라
작품 해설 : 탐시(探詩)의 즐거움 ― 김남석
■ 시인의 말
시인이 누군가의 곪은 상처를
콕 터트리려면
자신은 그 바늘에 얼마나 찔려야 할까
시인이 누군가를
안개 자욱한 길에서
꽃을 보게 하려면
자신이 얼마나 그 안개에
흠뻑 젖어야 할까
왼손잡이의 오른손이
너를 위해, 오이를 썰다, 무채를 썰다
도마 위에서 수없이 베이고
왼손잡이의 오른손이
너의 찢어진 옷깃을 꿰매다
오른손이 바늘에 찔리듯
어설픈 왼손잡이의 오른손은 상처투성이
■ 작품 세계
선선미의 시집은 3부로 구성되는데, 각 부의 제명에는‘ ~에 대하여’라는 구절이 달려 있다. 그녀가 어릴 적 달았다는 손수건처럼 그 앞의 단어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여잡고 있는 인상이다. 부여잡고 있는 인상의 단어를 차례로 살펴보면, 제1부에서는 ‘기적’이고, 다음이 ‘연약함’이고 그다음이 ‘소박함’이었다. 왜 이러한 명패를 붙인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기적과 이후의 두 단어는 그 의미가 화통하게 상통하지는 않는다. 기적은 거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고, 연약함과 소박함은 사소한 것 혹은 ‘인간다움’에 가까운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의문은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데, 해결의 시도로 사소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기적에서 소박함으로 전락한 대상을 포착한 시를 찾아보자.(중략)
좋아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 일이 단순 노동이 아니며, 설령 노동이라고 할지라도 즐거움이라는 특수한 보상을 지불하는 노동이기 마련이다. 선선미에게 시는 분명 그러한 특수한 노동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큰 보상도 비축하고 있다. 그것은 대개의 좋은 시인이 그러하듯, 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자신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시를 보면 삶의 여기저기를 뒤적거리고 그 안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찾아 수집하듯 언어로 가둔 포획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시각과 언어로 세상을 가두려는 내면의 요구 때문일 것이다. 수석인이 돌밭에서 찾는 명석은 실상,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풍경이다. 그 풍경은 세상의 모습을 할 때도 있고, 세상의 모습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 그러니 수석을 찾는 이들은 어떤 것이 세상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일치하는 돌이고, 어떤 것이 세상과 나의 생각이 어긋나는 지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선선미도 시를 통해 세상과의 거리를 조정하고 화해와 불화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남석(부경대 교수,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명작, 쿠크다스
쿠크다스 한 박스
한 박스를 다 까도
멀쩡한 것보다 깨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쿠크다스 한 박스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쿠키의 명작이라고
개별 포장마다
금색으로 적혀 있다.
쿠키는 가슴이 빠작빠작
금이 갈 준비가 되어야 명작!
빠작빠작 금이 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명작이 된다
명작 쿠키, 쿠크다스
흙의 마음
흙이 다져지면
입을 꼭꼭 다물어서 다져지면
콩, 한 알 이해 못 한다
밭이 다져지면
꼭꼭 닫혀 다져지면
사랑도, 미움마저도 심지 못한다.
비에 다져지고, 바람에 다져지고
이슬에 고요히 다져진 밭
호미로 파이고
때로 삽으로 느닷없이 뺨을 맞고
지렁이가 콧구멍을 꼬물거리고
두더지가 굴을 파서 밤새 들락거려도
눈감아주고
똥, 오물이 진득하게
마사지되어 향기로워져
달콤하게 어울리는 시간을 상상하는 밭
마음의 밭도
풀어헤치고, 파헤치고, 똥오줌에 무심할 때,
몽글몽글 살아난다
새로운 고향
우리는 모두 실향민
고향을 상실한 사람들
이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고향 사람이다
영혼의 고향
고향도 없는 불쌍한 것들아
고향을 잃은 자유한 것들아
고향이 산부인과인 것들아!
영혼의 주소가 같은 사람끼리
향수 나누는 새로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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