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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사북민주항쟁동지회 시집, <광부들은 힘이 세다>

by 푸른사상 2020. 8. 4.

광부들은 힘이 세다

 

동인시 10128×210×10 mm16810,000

ISBN 979-11-308-1692-0 03810 | 2020.7.31

 

 

■ 도서 소개

 

사북항쟁의 역사를 되살리는 시편들

 

사북민주항쟁동지회가 엮은 광부들은 힘이 세다<푸른사상 동인시 10>으로 출간되었다. 29명의 시인이 참여한 이 시집은 사북항쟁 40년을 맞아 그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항쟁의 명예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사북항쟁을 부정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태로 명명하거나 노노 갈등으로 국한시켜서는 안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항한 차원에서 그 진상을 규명하고 역사적인 의의를 찾아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 시인 소개

 

강덕환, 고희림, 권미강, 김수열, 김연희, 김용아, 김이하, 김창규, 김태수, 김해화, 문창길, 박광배, 박영희, 서승현, 서안나, 성희직, 송경동, 안상학, 양기창, 이상국, 이승철, 이원규, 전선용, 정세훈, 정연수, 정일남, 조호진, 최광임, 최승익

 

 

■ 목차

 

발간사

 

1

강덕환 - 푸닥거리, 사북 / 서천꽃밭

고희림 - 그때 그랬다면 / 국가

권미강 - 오래전 사북 / 어느 봄날 이야기

김수열 - 사북을 지나며 / 사북의 여인들

김연희 - 나는 그를 앞질러 갈 수 없다 / 힘이 센 광부들

김용아 - 안경다리를 지나 / 사북, 그 이후

김이하 - 철시 / 노다지

 

2

김창규 - 사북항쟁 / 태백을 노래하며

김태수 - 도계(道溪)를 위하여 / 물고팡이꽃

김해화 - 막장수첩 1985/ 우리들의 사랑가 1

문창길 - 마지막 광부 / 비정규직 김용균 아우여

박광배 - 사북 / 검은 강

박영희 - 증산역 / 또 다른 막장

서승현 - 미아 / 길 아랫집

 

3

서안나 - 진폐(塵肺) / 사북

성희직 - 지옥에서 돌아온 사나이 / 1980사북을 말한다

송경동 - 발파공의 편지 / 나는 그때 아주 작은 아이였습니다

안상학 - 사북의 꿈 / 생명선에 서서

양기창 - 사북, 봄날의 교향곡 / 봄에 대하여

이상국 - 우리는 그게 나라인 줄 알았다 / 다시 희망에 대하여

이승철 - 사북의 노래 1 / 사북의 노래 2

이원규 - 별다방 / 달빛을 깨물다

 

4

전선용 - 항쟁의 기억법 / 버찌 같은

정세훈 - 울 아버지 밤대거리 가시던 길 / 고향의 저 골 깊은 뿌리 7

정연수 - 사북은 봄날 / 카지노 불나방

정일남 - 꽃상여 / 석탄 채굴

조호진 - 자른 손가락 / 항쟁은 끝났는가?

최광임 - 사북 타란툴라 / 화절령 운탄도로

최승익 - 생환하는 그날까지 / 꺾쇠와 쐐기 되어

 

작품 해설 : 사북항쟁의 역사성 맹문재

시인들 소개

 

 

■ 발간사 중에서

 

40년 만에 그날의 사북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나타났습니다. 매사가 일찍 피고 일찍 노래해야만 좋은 것은 아니고 늦게 피고 늦게 불린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날로부터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이야 대강 짐작이라도 하게 된 게 몹시 다행입니다. 시절을 잘 만나고 자손을 잘 만나고 이웃을 잘 만나야 일찍 피고 일찍 불려도 제대로 피고 제대로 불릴 것일 테고 늦게 피고 늦게 불려도 제값을 할 터이니, 40년 만에 제 이름을 찾아가는 그날의 탄부들에게 우선은 선물이 되고 위로가 될 것입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두 겹 하늘 막장에서 먹고사는 엄숙한 사명에 충실하며 저마다의 생을 충일하게 살아온 그날의 광부들에게 바쳐지는 이 시집이 사북항쟁의 역사를 복권하는 데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될 것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19804월의 사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날의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정선경찰서의 강당에 임시로 설치된 가설무대 같은 취조실에서 겪은 단말마의 고통의 진상을 밝히고, 그이들에게 나라님들이 최소한의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기를 기대하며 시작한 40주년 기념행사가, 강도처럼 들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에 길을 잃고 실종될 뻔하다가 겨우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진폐, 규폐 등 직업병에 더하여 그때의 참혹한 고문 후유증으로 하나둘씩 스러져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마음 졸이고 있으나 나라님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이때에 목소리를 보태주시는 시인 여러분의 힘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역병을 물리치고 역사적 복권의 시동을 다시 걸어보려고 합니다.

- 황인오(사북민주항쟁동지회 회장)

 

 

■ 작품 세계

  

당시의 공권력은 광부들에게 적어도 세 번의 배신을 했다. 첫 번째는 광부들을 산업전사로 부르면서 석탄 증산만을 앞세워 가장 위험한 재해 환경에 몰아넣은 일이다. 1980년 전체 탄광노동자의 56,173명 중 총 재해자가 5,885명으로, 10명 중 1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두 번째는 기업주와 어용 노조의 편에 서서 광부들의 노동권익을 침해한 일이다. 1980421일 오후 2시경 노조사무실에 모인 광부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발각된 사복 경찰은 지프 차량으로 광부들을 깔아뭉개고 도주했다. 광부들의 목숨조차 경시한 경찰의 그 행동이 사북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세 번째는 항쟁을 촉발한 당사자로서 원만한 수습을 약속하고도 불법적으로 광부들을 연행한 뒤 폭행과 고문을 가한 일이다. 계엄당국과 강원도경은 198056일 수습회의를 한다고 광부 대표들을 사북읍 사무소로 유인한 뒤 영장 없이 체포해 밀실에서 잔혹하게 고문을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광부들 간에 서로 고발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광산촌의 인심을 파괴했다.

사북민주항쟁동지회의 이와 같은 기록과 의견은 사북항쟁을 이해하고 역사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한다. 더 이상 사북항쟁을 부정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태로 명명해서는 안 되고, 노노 갈등으로 국한시켜서도 안 된다. 사북항쟁은 기업주와 어용 노조의 횡포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임금, 인권, 안전, 보건, 재해 보상, 복지 등에서 고통받아온 광부들의 집단 항의를 공권력이 왜곡시켜 폭행하고 고문한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이다. 따라서 광부들의 항쟁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항한 부마항쟁, 5·18광주항쟁과 같은 차원에서 그 진상을 규명하고 역사적인 의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탄광 속에는 카나리아나 쥐가 있다. 광부들은 채탄 전에 먼저 굴 속에 새나 쥐들을 풀어놓는다. 모두 희박한 산소와 치명적인 메탄가스를 잡아 희생되는 죽음의 척후병들이다. 그래서 옛날 태백이나 사북 같은 탄광지역에서는 쥐를 신성시 여겼다. 날마다 저승의 문으로 들어가는 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검은 피처럼 흐르는 이 시집이 한 마리 쥐의 숨결인 듯 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이산하(시인)

 

그 동네에 암약하고 있는 간첩이 무시로 사람을 꼬이고 포섭하고 북송도 시킨다는 이야기가 내가 살던 정선읍까지 전해진 탓이기도 했지만, 사북(舍北)사북이라는 어감이 그래서인지 어쩐지 함경도나 평안도에 있는 어느 마을처럼 느껴진 적 있었다. 뿔 달린 간첩이 뿔을 감춘 채 사람을 꼬이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까지 더해지던 시절, 사북은 그야말로 경계의 마을이요, 공포의 마을이기도 했다. 그랬던 사북이 40년 만에 항쟁의 역사를 되짚는 사북 시편을 준비했다. 전국의 시인들이 보내온 사북 시는 역사와 항쟁에 관한 기록이며 사북 역사를 새롭게 준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뜨겁거나 뭉클하거나 가열찬 사북 시편들, 기대해도 좋다.

강기희(소설가)

 

 

■ 시집 속으로

 

힘이 센 광부들

 

                           - 김연희

 

사북에 와서

사북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전직 광부

젊은 날의 갑방 을방 병방들

 

광부에게 힘이란

곡괭이질 잘하는 것

삽질 잘하는 것

그것이 제일

 

먹고 사는 일이란

목숨을 내놓는 일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

 

배우고 센 놈들이

폭동이야 하고 외치면

광부는 폭도가 되고

누구는 빨갱이도 되었다가

 

. . . .

그들에겐 너무 무거운 네 글자

40년간 밀고 온

사북의 광부들은 힘이 세다

 

 

1980사북을 말한다

                                        - 성희직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아무런 빽도 없어 선택한 막장인생

열심히 탄을 캐면 돈을 벌 줄 알았다

열심히 일하면 희망이 있을 줄 알았다

죽기 살기로 일하면 막장인생 벗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도급제 노동은 그게 아니었다

땀 흘린 대가는 너무도 보잘것없고

회사는 늘 안전보다 생산이 먼저였다

노동조합은 한 번도 우리 편이 아니었고

공권력마저도 한통속이었다.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보고도 못 본 채 듣고도 모른 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

그렇게 짐승이길 강요했다. 노예처럼 살라 했다

짐승도 발길에 차이면 눈빛이 달라지기 마련

더는 참고 살 수가 없었다

둑이 무너지듯, 활화산 불길처럼 폭발해버렸다.

 

계엄령 서슬에 꽁꽁 얼어붙은 대한민국

지식인들은 침묵했지만 우린 무식했기에 용감했다.

19804월 사북항쟁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권 사각지대 안전 사각지대에 버려진 막장 인생들

광산쟁이도 사람임을 세상에 선언한 거다.

 

이러한 원인과 시대 상황을 무시하고서

누가 우리를 폭도로 내몰았나?

언론은 왜 폭동으로 진실을 왜곡했던가?

그 시절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던 주역들은

고문 후유증과 생활고에 하나둘 쓸쓸히 죽어가고

사북광업소마저 폐광으로 200410월 문을 닫았다

우리의 억울한 사연도 무너진 갱도에 묻히고 마는가?

 

이 세상천지에

우리의 검은 손 잡아줄 사람 아무도 없단 말인가?

이제 늙은 아버지 어머니 된 우리의 소원은

폭도라는 이름의 주홍글씨

사북사태란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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