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사상 시선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by 푸른사상 2011. 10. 6.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사전 속의 말은 죽어 있다. 그것은 세상에 나올 때에만 살아 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세상에 나온 말들이 거의 죽은 말이 된다. 송유미의 비눗물이 떨어지는 낱말이란 무슨 뜻일까. 방금 땟국이 없어진 것인가. 그런데 말의 체제는 말의 무한으로 나아가며 해체된다. 봄을 찾으려다가 봄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비 떼로서의 말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에게 말은 수단이 아니라 본연의 제신(諸神)들이다.                    - 고은 시인

송유미의 「명태」는 인생의 축도(縮圖)다. “그대가 펼쳐놓은 엉성한 그물망”에 걸리기 이전의 자유로운 행복한 삶과, 그 뒤 오복을 빌고자 “젯상”에 올려지거나 “매질”을 당하는 억제된 희생적인 삶의 대비를 통해 우리는 저마다 대체 내 인생의 덫인 ‘그물망’은 무엇이었을까를 연상하게 된다. 아니, 보다 원천적으로 보면 그물망을 펼친 ‘그대’는 누구인가에 시선이 가면 얼핏 운명론과 마주하게 된다. 시인은 여기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의 탈출이나 도피가 아닌 “내 순수의 아둔함”을 탓하며 운명의 그물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다.  
                                                                                                                - 임헌영 문학평론가

'푸른사상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한 그물 - 푸른사상 시선 10  (0) 2011.10.21
나를 두고 왔다 - 푸른사상 시선 9  (0) 2011.10.06
지붕의 등뼈  (0) 2011.10.06
파랑도에 빠지다  (0) 2011.10.06
귀뚜라미 생포 작전  (0) 2011.10.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