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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간행도서

최인훈의 패러디 소설 연구

by 푸른사상 2011. 10. 6.

 

최인훈의 패러디 소설 연구
김성렬 지음|153×224|양장|262쪽|값 20,000원|

 

저서의 내용
‘패러디 선 이상분비벽’의 정체

  최인훈은 누구나 인지하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전하고픈 매력을 유발하는 문제적 작가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작가이며 무엇보다 작품에 용해된 사유의 수준이 쉬운 접근을 허용치 않는 산봉우리마냥 날카롭고 드높다. 12권으로 간행된 그의 전집과 한동안 침묵하다 내놓은 『화두』 1, 2권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최인훈이 열어놓은 다양한 지적 모험의 경로 중에서도 패러디 기법을 활용한 소설 양식에 주목하여 이를 남김없이 다룬 연구서이다.
  최인훈은 그 스스로 ‘패러디 선의 이상분비벽’을 가졌다 할 정도로 많은 분량의 패러디 소설을 창작하였다. 「크리스마스 캐럴」 연작을 각각 하나의 단편으로 취급할 경우 1960년대에 그가 내어놓은 소설의 절반가량이 패러디 소설일 정도이다. 이 책은 작가가 패러디라는 소설 기법에 몰입한 동기가 무엇일까라는 기본적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여 그가 고전을 어떻게 분해하고 비틀었는가를 고전 원작과 비교하여 그 변용의 정도 및 과정을 규명하고 개별 작품들 낱낱의 기표가 내뿜는 기의를 채집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필자는 최인훈의 패러디 소설들을 다루려던 당초 그의 패러디 소설의 창작 의도가 전통을 오늘에 연맥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그가 패러디 소설을 쓴 궁극적 결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전통 설화들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희곡에서 맺어진 것으로 가설을 세운 뒤 일련의 논구들을 진행해 왔다. 그에 따라 이 책은 관 속에 누워 있던 양소유를 1960년대의 혼란스런 현실에 불러내지 않을 수 없었던 작가의 기발한 착상과 방법적 고뇌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같은 희곡에서 튼실한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밝힌다.
  이 책이 규명한 최인훈 패러디 소설의 최종적 기의는 한국문학과 한국인의 근대성 혹은 근대적 주체라는 화두를 놓고 치열하게 맞선 방법적 고뇌의 여정기라는 것이다. 그의 패러디 소설들은 구심점이 사라진 현대문명의 불모성과 불확실성을 그리기 위하여 호머의 『오디세이』를 패러디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처럼 한국문학 또는 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1960년대라는 혼돈의 현실을 항해한 한국판 『율리시즈』라 할 만한 성격을 갖는다. 한국인의 주체성과 한국문학/문화의 근대성 획득을 위한 그의 간고한 항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설화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그의 희곡 창작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이 작가에게 한국문학사에 드문 문학사가적 면모를 가진 창작가라는 명칭을 부여한 이유도 이에 있다. 그의 이러한 여정이 고도의 지적인 모험들로 가득한 탓에 그에게는 관념의 작가, 난해한 작가, 비사실주의적 작가, 실험적 작가 등의 다양한 수사가 따르지만 실인즉 그가 경과한 실제적 삶이 함흥에서부터 시작하여 원산, 목포, 부산, 서울, 미국, 다시 한국에 이르기까지의 ‘출렁거리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근대문학/근대적 주체를 향한 그의 방법적 모색이란 자신의 실존과 일치하는 절박한 체험적 화두였음을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말

우리는 최인훈이 고전을 변용함으로써 얻고자 한 궁극적-혹은 잠재적-의도가 또 다른 한 편에 남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고전의 변용 자체로써 분열된 자아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작가의 내재적 기도이다.

최인훈은 “인간관의 혼란, 사고형의 혼란, 시대의 혼란이 있을 때는 소설에도 혼란이 온다”는 소설관을 피력한 바 있는데 이러한 언급은 그의 패러디 소설들이 보여주고 있는 낯선 제작 기법의 연원과 관련하여 깊이 음미할 대목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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