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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간행도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영화관에 들어서다

by 푸른사상 2011. 10. 6.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영화관에 들어서다
정재림 외 지음|170×220|4X6배판 변형|312쪽|값 25,000원

 

도서의 내용

‘왜 영화에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자주 나올까?’
본 도서는 이런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흥행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영상 장르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기억 모티프. 그것은 그 자체로 서사를 전혀 다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이야기의 갈등이나 긴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이 기억상실 코드에 왜 열광하는가?
기억을 잃게 된다는 것, 그 자체로 얼마나 끔찍하면서 동시에 달콤한 상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주변인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며, 나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끔찍함, 그리고 동시에 미련이나 죄책감 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달콤함의 욕망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억의 문제는 관객을 심오한 철학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가령 사이버 펑크 영화에서 기억이나 망각이 단골 소재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기억의 문제가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것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서류가 아니라 기억이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억을 잃은 인간과 인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기계 중에서 무엇이 진짜 인간인 것일까? <매트릭스>나 <13층>과 같은 영화는 우리를 더 극단적인 가정으로 이끈다. 우리가 진짜라고 믿어 온 것들이 한낱 가상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간단히만 보더라도 영화 속 기억과 망각의 모티프는 만만치 않은 사안과 논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영화 장르에서 나타난 기억 모티프의 의미를 해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1년 가까운 시간을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죄의식’, ‘사랑’, ‘역사’, ‘환상’, ‘미래 사회’, 이렇게 다섯 분야로 영화를 분류해 집필을 해왔다. 영화에 나타난 기억의 의미를 해명하고 필자 개인의 견해나 고유한 글쓰기는 최대한 존중하며 대중문화적 현상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했기 때문이다.

서장인 <영화 속 기억 이야기>는 기억의 정의로부터 문화사적 의미까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글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가급적 잘 알려진 영화를 예로 들었다. 책의 본장은 죄의식, 사랑, 역사, 꿈과 환상, 미래사회 등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에서는 6편의 영화를 다루었다. 그런데 우리는 다섯 개의 분류가 꼭 들어맞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가령, ‘죄의식’ 장에 속한 <솔라리스>는 ‘사랑’ 장에서 이야기되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분류와 설명은 기억 담론과 영화적 현상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해당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가라는 기준에 따라 6편의 영화를 선정하되, 고전 영화로부터 최근 영화까지, 유명 영화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이 두루 포함되도록 하였다. 그리고도 미처 다루지 못한 영화들은 ‘필름 라이브러리’에 소개하여 아쉬움을 달랬다.

추천의 말

대중들이 기억상실이나 기억조작이라는 소재에 크게 매료되는 이유가 있다. 가령, 영화는 관객에게 ‘기억을 잃게 된다면?’이라고 가정해 보도록 유도한다. 기억을 잃게 된다니……. 이건 얼마나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달콤한 상상인가? 나의 가족이라며 말을 걸어오는데 나는 그 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것이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괴로울 일도 없게 된다. 기억을 잃었으니 미련이나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억상실과 더불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셈이다. 그러니 기억상실증은 대단히 두렵고도 달콤한 유혹이리라.
                                                                                                                                                                                                         - 본문 중에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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