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영미소설
메멘토 모리
뮤리얼 스파크 지음|김수영 옮김|세계문학전집 11|146×210×8mm|292쪽
17,900원|ISBN 979-11-308-1910-5 03840 | 2022.5.3.
■ 도서 소개
김수영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죽음의 철학
김수영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뮤리얼 스파크의 소설 『메멘토 모리』가 푸른사상사의 <세계문학전집 11>로 출간되었다. 정체불명의 협박 전화를 받은 노인들이 각자 어떤 방법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이는지, 노년의 고통스럽고도 복잡한 심리를 소설 속에서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재치, 유머가 담긴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색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 저자 소개
뮤리얼 스파크(Muriel Spark)
시인, 수필가, 전기작가, 소설가. 1918년 2월 1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16세 때까지 제임스 길레스피고등학교에서 교육받았는데, 크리스티나 케이(Christina Kay) 선생님을 만나 작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 헤리오트와트 대학에서 수학했고, 1937년 약혼자 시드니 오스왈드 스파크(Sydney Oswald Spark)를 따라 남부 로디지아(현재의 짐바브웨)로 간 뒤 결혼했다. 1938년 아들 로빈(Samuel Robin Spark)을 두었지만, 1944년 이혼하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1954년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1957년 첫 번째 소설집인 『위안을 주는 사람들(The Comforters)』을 출간했다. 이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메멘토 모리』(1959) 등을 출간했다. 1961년 출간한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The Prime of Miss Jean Brodie)』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은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작품 속의 교사를 연기한 매기 스미스(Maggie Smith)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67년 이탈리아 로마로 이주했다. 1968년 『공공 이미지(The Public Image)』를 출간해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1970년대 중반 로마를 떠나 토스카나의 깊은 시골로 들어가 글을 썼다. 『의도로 어슬렁거림(Loitering with Intent)』(1981)으로 또다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2004년 고별 소설로 『마무리 학교(The Finishing School)』를 출간했다.
2006년 4월 13일(88세) 사망하여 토스카나 발 디 치아나(Val di Chiana)에 있는 올리베토(Oliveto) 마을의 묘지에 안장되었다.
■ 옮긴이 소개
김수영(金洙暎)
1921년 11월 27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선린상업학교와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1946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 김현경(金顯敬)과 결혼해 두 아들 준(儁)과 우(瑀)를 두었다. 한국전쟁 때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다. 시집으로 『달나라의 장난』(1959)이 있다. 1968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 목차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 제11장 / 제12장 / 제13장 / 제14장 / 제15장 / 제16장
■ 작품 해설 : 죽음에 대한 해학 _ 김수영
■ 작가 약력
■ 재출간 후기
■ 출판사 리뷰
1918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뮤리얼 스파크(Muriel Spark)는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 이름을 올린 시인이자 수필가, 소설가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번역가로도 활동한 김수영은 그녀를 두고 익살스러운 문체와 간결한 말투, 그리고 인간세계의 여러 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가진 ‘솜씨가 능란한 어릿광대’라고 평가했다. 스파크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59년에 처음 발표된 이 소설의 제목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잊지 말라’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영국 상류층 노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죽을 운명을 잊지 말라(Remember you must die)”라는 정체불명의 협박 전화를 받는다. 때로는 속삭임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안으로, 명백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 익명의 전화를 받은 노인들은 편집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분노하는 등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각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받아들이는지, 노년의 고통스럽고도 복잡한 모습을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음울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스파크의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독자들이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수영 시인이 마지막으로 번역하고 작품 해설을 달았던 이 소설은, 시인이 타계한 후 1968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다. 정확한 번역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단어 하나도 신중히 번역하고 뮤리얼 스파크의 작품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54년이 지난 오늘날, 죽음의 세계를 두려워하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했던 김 시인의 ‘상주사심(常住死心)’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본다.
■ 작품 세계
메멘토 모리라는 라틴어의 뜻은 ‘죽음을 잊지 말라’는 것인데, 이 말이 유럽 문명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된 관념의 기원은 적어도 고대 이집트에까지 소급되고 있는 것 같다. 이집트에서는 잔치를 베푸는 자리에 미라나 사람의 해골을 갖다 놓는 습관이 있었다. 손님들이 그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주인은 ‘죽음을 잊지 말라’라는 주지(主旨)의 인사말을 한다. 어원적으로는 사람에게 죽음의 운명을 상기시키는 물건(이 경우에는 미라나 사람의 해골) 자체를 메멘토 모리라고 불렀다. (중략)
뮤리얼 스파크라는 소설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솜씨가 능란한 어릿광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탁월한 어릿광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조리 그녀는 갖추고 있다. 첫째로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것. 둘째로 간결한 말투를 잘 쓰는 명수(名手)라는 것. 셋째로 착상이 기묘하다는 것. 그리고 넷째로 인간세계의 여러 가지 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과 용기를 갖추고 있다는 것.
재미있고 익살스럽다는 점에 있어서, 스파크는 이미 정평이 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서평이나 광고문에 가장 빈번히 나오는 형용사는 ‘익살스러운(funny)’일 것이다. 정신적인 고민으로부터 곤란한 배설 행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세계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것도 아주 익살스러운 돌발적인 웃음의 대상이 된다. 불쌍하다, 웃는 것은 좋지 않다는 식의 상냥하고 따뜻한 예의범절은 그녀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아마 가톨릭 작가인 스파크로서는 연민은 그러한 데에 있지 않은 모양이다. (중략)
아무리 비참한 상황을 그리더라도 결코 웃음을 잊지 않는 스파크의 강인한 자세는 그런 너그러운 용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매일의 생활 속에서 우리들이 잊어버리고 싶은, 구태여 보고 싶지 않은 불쾌한 진실을 그녀는 가차 없이 파헤쳐내지만, 자칫하면 심술이 고약한 힐난처럼 되기 쉬운 아슬아슬한 곳에서 분방한 웃음과 익살스러운 힘으로 그녀의 발언은 상쾌한 뒷맛을 남겨준다. 그것은 깊은 밑바닥으로부터 이상하게도 우리들의 정신을 고무해준다. 진짜로 최상급의 익살 배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에 있어서도 그녀는 아마 먼 옛날의 탁월한 어릿광대들의 정통적인 후계자일 것이다.
(김수영 ‘작품 해설’ 중에서)
■ ‘재출간 후기’ 중에서
뮤리얼 스파크의 『메멘토 모리』는 김수영 시인이 마지막으로 번역한 소설이다. 이 사실은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가 증언했다. 김현경 여사의 말씀에 따르면 1968년 6월 15일 김수영 시인은 이 소설의 번역 원고를 신구문화사에 넘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다음 날 타계했다. 따라서 김수영은 생전에 이 소설의 출간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출간된 소설집의 판권에는 1968년 3월 30일에 간행된 것으로 되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이 세상에 없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따라서 이 소설은 김수영이 타계한 뒤 출간되었지만, 이미 정해놓은 출간 날짜에 맞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김현경 여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수영 시인은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책상 한 귀퉁이에 ‘상주사심(常住死心)’이라고 써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살아 있는 목숨이 고맙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김수영은 죽음의 세계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의 거울로 삼았다.
소설을 읽어보니 김수영 시인이 얼마나 공을 들여 번역했는지 새삼 실감했다. 정확한 번역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단어 하나도 매우 신중히 선택했다. 뮤리얼 스파크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도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수영은 시인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번역가였다.
(맹문재)
■ 작품 속으로
“고드프리, 또 걸려 왔어.”
“데리러 갈게, 레티.” 하고 그는 말했다. “오늘 밤엔 우리 집에 와서 자.”
“상관 없어요. 조금도 위험할 건 없어요. 누구의 단순한 짓궂은 장난예요.”
“무어라고 그래?”
“똑같은 말예요. 그것도 사무적인 말투이고, 별로 협박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물론 미치광이 짓이지. 경찰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잠만 자고 있는 모양이야. 벌써 6주일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는데.”
“그 말뿐이야?”
“그 말뿐이에요 ― 죽을 운명을 잊지 말라(Remember you must die)는 그 말뿐예요.”
“정신병자야, 필시.” 하고 고드프리는 말했다.
(8쪽)
“죽을 운명을” 하고 전화의 목소리는 말했다. “잊지 말아요.”
“아, 그 일에 대해서는”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나는 30년 이상을 기회 있을 때마다 생각해왔어요. 내 기억력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있어요. 여든여섯이 벌써 되었거든요. 그렇지만, 어쩐지 죽음에 대한 것만은 잊지 않고 있어요. 언제 죽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 참 좋은 말씀입니다.” 하고 상대방은 말하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159쪽)
헨리 모티머가 말했다. “가령,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라는 것을 매일 밤 생각해보는 습관을 붙이겠어. 말하자면, 죽음을 잊지 않는 훈련을 하는 거지. 이것처럼 인생을 충실하게 해주는 훈련은 없어. 죽음이 찾아왔을 때, 그것이 당황한대서야 쓰나. 인생에 있어서 당연히 예기(豫期)해야 할 사태의 하나니까 말이야. 항상 죽음을 느끼고 있지 않으면 인생은 맛이 없어. 달걀의 흰자만 먹고 사는 셈이지.”
(189~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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