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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노동문학관 엮음,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

by 푸른사상 2022. 4. 28.

 

분류--문학()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

 

노동문학관 엮음|푸른사상 동인시 13|128×210×6 mm|104쪽|10,000원

ISBN 979-11-308-1909-9 03810 | 2022.4.30

 

 

■ 도서 소개

 

코로나 시대, 변화된 노동환경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노동시들

 

노동문학관에서 주최하는 제1회 노동예술제 기념 시집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가 <푸른사상 동인시 13>으로 출간되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힘겨운 삶을 영위하면서도 현실 인식을 잃지 않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41명의 시인이 노래한 작품들이다. 노동과 노동예술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편들은 시대의 희망을 찾는 노래로 울려 퍼진다.

 

 

■ 함께한 시인들

 

강병철, 강태승, 공광규, 권위상, 권혁소, 김수열, 김윤환, 김이하, 김정원, 김형효, 김희정, 나종영, 맹문재, 박관서, 박선욱, 박설희, 박성한, 박일환, 양문규, 여국현, 오철수, 옥효정, 유국환, 유덕선, 유용주, 윤임수, 이은봉, 이정록, 이태정, 임경묵, 장우원, 전선용, 정세훈, 정소슬, 정연수, 정원도, 조기조, 조동흠, 조호진, 지창영, 채상근

 

 

■ 목차

 

▪책머리에

 

강병철 _ 소년공에게

강태승 _ 시조새 울음

공광규 _ 몸관악기

권위상 _ 공사장 가는 길

권혁소 _ 자기소개

김수열 _ 호모 마스크스

김윤환 _ 특수사업자 K

김이하 _ 목숨, 환한 봄 목련 지듯

김정원 _ 자본주의를 넘어

김형효 _ 불안

김희정 _ 숲 2

나종영 _ 눈물밥

맹문재 _ 움켜쥔 길

박관서 _ 가난과 궁기의 다른 이름

박선욱 _ 창밖에 비가 내릴 때

박설희 _ 들판에서

박성한 _ 봄비

박일환 _ 신 공무도하가

양문규 _ 아버지의 연장

여국현 _ 오르막길을 오르는 법

오철수 _ 자세에 대해

옥효정 _ 외줄

유국환 _ 바람이 머물렀다 간 자리

유덕선 _ 월곶에서

유용주 _ 당신은 상추쌈을 무척 좋아하나요

윤임수 _ 호적

이은봉 _ 부활

이정록 _ 괭이갈매기

이태정 _ 먹먹해지는 일

임경묵 _ 기타 노동자

장우원 _ 해장라면

전선용 _ 개화(開花)

정세훈 _ 어둠에 이마를 대고

정소슬 _ 걸레

정연수 _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

정원도 _ 지구가 살해되고 있다

조기조 _ 반려의 기술

조동흠 _ 농부와 노동과 문학관

조호진 _ 부천역 아이들 1

지창영 _ 의사봉과 망치

채상근 _ 개들이 말을 했으면 어쩔 뻔했어

 

▪작품 해설 : 코로나 시대의 노동시 _ 맹문재

▪시인들 소개

 

 

■ '책머리에' 중에서

 

노동문학관은 노동과 노동문학의 참된 가치와 얼을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노동문학관의 염원인, 노동과 노동예술의 참된 가치와 얼을 담은 ‘제1회 노동예술제’를 개최하며, 그 일환으로 기념시집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를 펴냅니다.

현대를 넘어 후대를 향한, 무한한 희망을 찾아 길 떠나는 책무의 길마당에 동참한 시인 41명의 노동절 오월비 같은 시혼(詩魂)을 절절하게 듬뿍 담았습니다.

- 정세훈(노동문학관장)

 

 

■ 작품 세계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조건이 불안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도 갖기 어렵다. 임경묵 시인이 「기타 노동자」에서 알렸듯이 콜트콜텍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 127명은 2007년 정리해고된 뒤 아직도 기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모습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곧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다. 사용주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결국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의 노동자는 이전 시대와는 전면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노동자는 고용 자체가 어렵고, 고용된 노동자도 해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이 언젠가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은 새로운 세계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으로 인류의 역사를 되돌릴 수 없기에 노동자에게 유리한 세상이 도래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주도하는 컴퓨터가 작업장에 계속 들어서고 있기에 노동자의 해고를 막을 수 없다. 노동자들은 컴퓨터가 요구하는 기대치를 감당할 수 없다. 교육 수준이 높고, 고급 기능이 있고, 경험이 많은 노동자도 “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공광규, 「몸관악기」)라는 평가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우려했듯이 컴퓨터의 기술이 인간의 정신 자체까지 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노동자는 정치적 인식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사용주와 계약할 때 임금, 노동 시간, 근무 환경, 복지, 산업재해 등의 사항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노동자들의 정치 행동은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요구된다.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정치 환경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상황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삶은 힘들지만, 시인들의 노동시를 읽으며 그 동참을 기대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호모 마스크스

 

                                 김수열

 

집 안만이 물 밖이다

집 밖으로 나선다는 건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마스크가 없으면 물속으로 갈 수가 없다

가서는 안 된다 마주 오는 마스크와 마주치면

내외를 하거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차 한 잔 마실 수도 없다

남녀는 물론이고 노소도 예외가 없다

마스크가 마스크에게 말을 걸고

마스크와 마스크가 마스크 때문에 언성을 높인다

여분의 마스크가 구원이고 신의 은총이다

집 밖은 언제나 깊은 물속이다

 

마스크가 바람에 펄럭인다

잎 떨어진 가지에 마스크가 나부낀다

빨간 마스크 노란 마스크 검은 마스크

공항의 감시견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마스크다

승객은 물론이고 비행기도 마스크를 쓴다

공항의 돌하르방도 예외일 수는 없다

마스크가 바람을 이끌고 낙엽처럼 나뒹군다

공원의 비둘기는 마스크에 발 묶여 옴짝달싹 못 하고

어부의 그물에는 물고기 대신 마스크가 잡힌다

한 해에 6백억 마리의 닭 뼈가 지층을 이루는 지금이다

집 안에 들어서야 마스크 벗고 잠자리에 드는 오늘이다

 

 

눈물밥

 

                                 나종영

 

눈물이 밥이다

눈물을 흘리면서 먹는

밥은 곧 눈물이다

 

밥이 눈물이다

하루 밥을 먹기 위하여 서른 번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면

눈물은 곧 밥이다

 

눈물이 귀한 세상

밥을 먹으면서 웃는 세상

웃으면서도 밥을 먹는 세상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두레밥상 가에 둘러앉아

웃으면서 먹는 온 세상의 고봉밥이여

 

눈물로 먹는 밥이

촛불이 되고 민주주의가 되고 평등이 되고

유모차를 끄는 평화가 되는 세상

 

눈물이 밥이다

광화문 광장 구석에서 차가운 맨밥을 삼키던

아우여

밥이 곧 세상이고

사람 냄새 넘치는 자유의 길이다

 

밥을 씹으면서 걷는

눈물의 길이여

가슴 뜨거운 세상의 사랑이여

 

 

꽃은 져도 노동은 남네

 

                                 정연수

 

꽃이 지듯 탄광은 문을 닫네

화순

장성

도계

우리나라 마지막 광업소

꽃이 지면 열매를 맺듯 석탄은 불씨를 갈무리하네

겨울 수도사처럼 침묵하며 빈 사택 골목을 걸어가네

연탄구멍마다 동발 세우듯 한숨과 회한 뭉쳐두네

 

광부의 팔뚝은 종종 분노의 혈관이 핏발을 세우네

 

모든 탄광이 문을 닫아도

우리 도시는 탄광촌이란 이름을 버리지 못하네

꽃은 져도 꽃나무라 불리듯

탄광촌은, 폐광촌은 여전히 진폐 환자처럼 쿨럭이네

기침이 심할 때마다 꽃잎은 뚝뚝 떨어지네

 

광부의 발길은 종종 막장도 없는 벼랑으로 가네

 

그래도 꽃은 피네

노동자는 제 새끼에게도 서러운 노동을 상속하네

설움이 붉게 사무치면 꽃은 지네

꽃이 져야 열매를 맺네

어둠을 견딘 사내는 새벽으로 가네

막장을 몸에 새긴다면 내년에도 꽃은 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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