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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푸른생각 / 이경규 시집, <뜨거움은 꽃으로 피고>

by 푸른사상 2022. 1. 5.

 

분류--문학()

 

뜨거움은 꽃으로 피고

 

이경규 지음|푸른시인선 25|131×216×8 mm|128쪽|11,000원

ISBN 979-11-92149-01-1 03810 | 2022.1.7

 

 

■ 도서 소개

 

살아낸 세월을 드러내는 내면의 소리

 

이경규 시인의 시집 『뜨거움은 꽃으로 피고』가 <푸른시인선 25>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낸 세월에 담긴 언어와 정서를 꾸밈없이 노래한다. 계절에 따라 만나는 꽃들과 사물들을 바라보며 일상에서 겪는 아픔을 견뎌내고, 한 송이의 꽃과 같은 희망을 이 시집에서 발견한다.

 

 

■ 시인 소개

 

이경규

1960년 경남 하동 출생. 2020년 환갑의 나이에 『아시아문예』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국회에서 오랫동안 보좌관과 국회부의장 비서실장(1급)으로 일했으며, 대학 초빙교수, 함께하는아버지들 공동대표, 아람교육출판사 대표 등을 지냈고, 지금은 한국아동출판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봄을 앓다

장독대 / 커피 그대 편지 / 그대 가고 봄비 오네 / 이팝나무 꽃 / 봄을 앓다 / 꽃샘추위 / 매화 / 결혼 / 벚꽃 / 산수유꽃 / 백목련 / 그쪽 / 해바라기 / 숯불갈비 / 봄은 사랑이 떠나가듯

 

제2부 부모님 전 상서

국수 먹는 법 / 돌 / 이제 보니 / 초롱꽃 / 기울어지는 일 / 등나무 꽃 / 어머니 전 상서 / 아카시아꽃 / 그대의 오월 / 생과자 / 매미 소리 / 라일락꽃 앞에서 / 산이 이르기를 / 여름, 밤비 따라가네

 

제3부 짜장면 먹는 날

가을 쇠자 / 웃음 미학 / 눈물 / 가을 연정 / 짜장면 / 가을은 / 라면 / 할슈타트에 녹다 / 메주 / 누구나 별이다 / 가을비 맞으며 / 시월의 찬가 / 추석 / 북천 꽃천지 / 단풍은 안 될까요 / 소주

 

제4부 그 길 어디든 꽃길일지니

하동읍 / 기적 / 붕어빵 / 눈물 나는 날 / 눈꽃 / 동지팥죽 / 한밤에 눈 내리니 / 출근길 / 연탄 백 장 / 집 / 별일 없는 일 / 청국장 / 머위 / 내 삶에 온 대통령 / 어떤 사랑 / 사랑을 느낄 때 / 떡국

 

작품 해설: 인고의 세월 속에서 피워낸 한 송이 꽃 ― 전기철

 

 

■ 시인의 말

 

힘들면 언제든

아버지 그 한 말씀

어머니는 눈물

 

떠나온 고향에

노을처럼 가을이 내리면

쓸쓸한 산촌에

기웃기웃 등 굽은 그림자 하나

 

아버지 감이 저렇게 익었습니다

어머니 호박 누렁탱이 어쩔까요

 

언제든 오라시던

아버지 어머니 눈물처럼

이슬 차게 내리는 고향

낙엽 지듯

나 그렇게 내린다

 

첫 시집에 며칠째 겁먹다가 서늘한 꿈을 꾸었습니다.

엉터리 시, 죄책감이 큽니다.

 

 

■ 작품 세계

  

이런 차갑고 관념적인 목소리와 다른 음색을 내는 시인이 있다. 그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우린 목소리를 낸다. 그의 시에는 그가 딛고 선 땅과 다니는 길, 그리고 그의 말투가 맨 목소리로 그대로 울린다. 그의 목소리는 소심하다. 그의 시에는 색다른 시어랄 것도 없고, 특별한 상상력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시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인이 이경규 시인이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로 시를 쓴다. 그 시는 자신이 살아낸 세월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면의 소리다.(중략)

이경규 시인은 오랜 세월의 인고 속에서 한 송이 꽃을 피웠다. 그 꽃은 서정주의 “누님 같은 꽃”이며, 만공의 “우주의 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여름-가을-겨울을 견디며 지내왔다. 꽃샘추위도 거치고 거센 폭풍우도 지나왔으며, 무서리와 찬바람, 그리고 눈보라와 냉골의 인내도 지나왔다. 그사이 은혜를 입은 사람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보냈다. 몸은 부실해지고 마음조차 허물어져 간 후 저만치 핀 한 송이 꽃, 그것이 이 한 권의 시집이다. 그는 마름질하듯 틀에 맞춰 살아오지 않았다. 거칠고 투박한 삶 속에서 늘 조마조마하며 소심하게 살았다. 그만큼 시에 대한 논리 또한 돌아보지 않았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그의 시는 우리 시대 반드시 필요한 바닥 민심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댄디하고 주지적(主知的)인 시의 경향 속에서 소시민의 의식 밑바닥에서 배어 나오는 언어야말로 지금, 여기의 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시대 젊은 시들에는 삶이 아직 영글지 못해 언어 중심의 모자이크나 과도한 주의(主義)와 경향성에 함몰되어 있어서 삶의 현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직 첨단의 의식만을 보여주는 이러한 시들은 우리 시의 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이 변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경규 시인은 우리의 말과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려고 애쓴다. 이는 그가 얼마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하나의 시 언어로 표현하려고 애썼는가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에서 우려낸 의식을 표현하는 데에 시의 어법이나 구성법이 그렇게 큰 몫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경규의 시는 유의미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피워낸 한 송이 꽃이 공감의 향기로 퍼져가길 바란다.

― 전기철(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장독대

 

어머니 얼굴 천 개쯤 고르게 들어앉아

속 끓이고 숨죽이고 얼어붙다가

때때로 저녁 밥상 다녀가시면서

야들아 내 잘 있다

 

그렇게도 날마다 닦고 또 닦아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어쩌면 어머니, 우리 어머니

 

손만 얹어도 다가오는 입김 같은 온기

뚜껑 열어 내려다보면 아 어머니

왈칵 눈물 쏟아져 급히 닫으려니

어디선가 날 부르는

젖은 메아리 모여 사는 곳이 있다

 

 

꽃샘추위

 

그만큼 길고 혹독했음 됐지

가는 마당 꼬장까지 부리느냐

 

봄도 그렇지 조금 늦게 와도 되거늘

겨울 채 떠나기도 전에

고개 드밀어 화 돋울 건 뭐더냐

 

세상에 온 것치고

순순히 가는 건 없더라

뒤에 오는 것이 꽃이면

떠나는 것도 꽃 대접해서 보내자

 

뼈마디 저리듯

끙끙 앓는 신음 소리 내면서 오고

해마다 씨름하듯 와서야

딴 것도 아니고 봄이 그리 와서야

 

 

기울어지는 일

 

바로 서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우산 기울여주고

물 흘려보내고

아이들 미끄럼 타고

스키 타고

 

사랑을 주고

그대에게 와락 무너지고

 

세상엔 기울어져야 할 것들 참 많다

그것이 그리도 긴한 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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