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1 겨울호(통권 38호)
153×224×14 mm|232쪽|13,000원|ISSN 2092-8416 | 2021.12.10.
■ 도서 소개
‘김규동 시인’을 특집으로 다룬 『푸른사상』 2021년 겨울호(통권 38호)가 간행되었다. 한국 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김규동 시인의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회고 산문, 회고담, 대표시, 연보 등으로 꾸몄다. 김명수, 김윤, 문창길, 김정원, 이동순, 이승철 시인 등의 회고 산문, 강춘영 여사와 맹문재 시인의 회고담, 김규동기념사업회가 선정한 대표 시, 연보 등은 민족분단의 고통과 고향(함북 종성)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김규동 시인의 시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규동 시인은 모더니즘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1970년대 이후에는 사회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푸른사상』 겨울호에는 김용만, 김화순, 백수인, 서화성, 신달자, 오새미, 유국환, 장우원, 최지인, 한영희 시인의 신작 시와 권서각, 박금아, 서종택, 정세훈 작가의 신작 산문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김규동」,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 이혜원 교수의 「한국시의 심상지리」 등 기획 연재도 풍성하다. 이번 호에서는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이성우 동시인의 당선 작품과 당선 소감도 만나볼 수 있다.
■ 목차
특집 | 김규동 시인
회고 산문
김명수_지혜보다 더 높은 것
김 윤_선친 회상
문창길_김규동 선생님은 나의 문학적 스승
김정원_그리운 김규동 선생님
이동순_김규동 시인에 대한 추억
이승철_김규동 시인과의 인연
회고담 : 강춘영·맹문재
대표시 : 하늘과 태양만이 남아 있는 도시 외
연보
신작 시
신달자_ 풀의 목소리
김용만_ 아버지는 왜 늘 안 계셨을까
김화순_ 당신의 계절
백수인_ 윤이상의 바다
서화성_ 오래된 고백
오새미_ 소나무 방정식
유국환_ 동심원
장우원_ 나는 시인이다
최지인_ 컨베이어
한영희_ 물회오리
신작 산문
권서각_ 만해 시 다시 읽기
박금아_ 폰사완의 붉은 울타리
서종택_ 대면의 불안
정세훈_ 노동자 생활을 잠깐 한 사람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15회) 김규동 『깨끗한 희망』 『느릅나무에게』
김응교_ 다시 만나는 김수영(16회) 무의식과 땀냄새의 참여문학
이혜원_ 한국시의 심상지리(2회) 고도(故都)가 일깨우는 토포필리아 ― 전주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이성우 _ 감귤아 도와줘 외 15편
당선 소감 및 심사평
■ 책 속으로
선친은 70대에 운전을 익혀 80세 즈음까지 자동차를 운행하였는데 자동차가 손상되는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크게 다친 적은 없고, 언젠가는 “속도감이란 게 있더구나”라고 유쾌한 탄성을 들려준 적도 있다. 한 번은 네거리에서 너무 빨리 회전하여 타던 소형차가 옆으로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선친이 전도된 작은 차의 반대편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생각하면 당시의 걱정과 함께 아직도 웃음이 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선친의 급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일이었다. (중략)
만년 병석에 누운 선친이 가끔 눈물을 보였는데 그 슬픔의 근원은 이산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한다. 공부를 더 한다고 큰아들은 서울로, 작은아들은 평양으로 떠나보내면서 동구 밖에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서 계시던 함경도 행영리 어머니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김윤, 「선친 회상」, 29~31쪽)
강춘영 다음 날 피란을 갔어요. 학교의 서기네 가족 4명과 함께 갔어요. 산 쪽으로 가서 서기네가 가져온 쌀과 감자로 밥을 지어 얻어먹었어요. 한 열흘 정도 있다가 나는 다시 명륜동에 있는 여자의과대학으로 복귀했어요. 병원의 간호사였기 때문에 큰 고생은 하지 않고 지냈어요. (중략) 그러다가 1․4후퇴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아는 친구가 부산까지 태워준다고 했는데, 김 시인 때문에 피란도 못 가고 있었어요. 김 시인이 피해 다니고 있었으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국군이 함경도까지 가면 결혼하자고 3만 원을 주고 양복감까지 마련해 놓았거든요. 내가 흑석동으로 다시 찾아가 서기네 집에서 김 시인을 만났어요. (중략)
김 시인은 부지런하고 재주가 많았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아주 잘했어요. 우리가 역삼동으로 이사를 하던 날 집 안에 있는 쌀을 일하는 사람에게 다 주었어요. 그 바람에 처음 간 동네라서 지리를 잘 몰라 쌀 사는 데 아주 애를 먹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강춘영 여사 회고담」, 66~71쪽)
【대표 시】
고향
김규동
고향엔
무슨 뜨거운 연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을 두르고 돌아앉아서
산과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는 마을
마을에선 먼바다가 그리운 포플라 나무들이
목메어 푸른 하늘에 나부끼고
이웃 낮닭들은 홰를 치며
한가히 고전(古典)을 울었다.
고향엔 고향엔
무슨 뜨거운 연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81쪽)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작】
감귤아 도와줘
이성우
감기가 내 허락도 없이
입안에 빨간 집을 지었어요.
뚝딱뚝딱 못질도 했는지
혓바늘이 오톨도톨
목도 따끔따끔 기침도 화들짝
“열이 없어 다행이야”
엄마의 다정한 손이 내 이마를 어루만져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귤을 달라고 부탁했어요
주황색 감귤들이 나를 보고 웃어요
“새콤달콤한 감귤아
톡톡 튀는 알맹이는 도깨비 방망이로 변해서
감기를 몰아내 주렴!
부숴! 부숴! 해로운 집은 부숴야 해!”
입안이 차츰차츰 시원해질 거예요
빨간 집들도 조금씩 무너질 거예요.
(208~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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