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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안준철 시집, <나무에 기대다>

by 푸른사상 2021. 12. 8.

 

 

분류--문학()

 

나무에 기대다

 

안준철 지음|푸른사상 시선 151|128×205×8mm|140쪽|10,000원

ISBN 979-11-308-1867-2 03810 | 2021.12.7

 

 

■ 도서 소개

 

마음의 등불을 켜는 따뜻한 시편들

 

안준철 시인의 시집 『나무에 기대다』가 <푸른사상 시선 151>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꽃, 낙엽, 달팽이 등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시선을 주며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생명력을 노래한다. 자연과 일체가 되어 나누는 섬세한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등불처럼 따뜻한 온기가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 시인 소개

 

안준철

1954년 전주 출생으로 전남 순천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했다.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시집으로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 『생리대 사회학』이 있다. 산문집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등도 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 산책가로 살고 있다.

 

 

■ 목차

 

제1부

달팽이 산책 / 매화 / 어쩌나 / 봄, 쑥 / 봄이 온다는 것은 / 기도 /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 수레국화 물수레국화 / 유레카 / 옅어진다는 것 / 어느 각별한 날의 일기 / 민들레를 찾아서 / 하루 모자라서 생긴 / 해찰 / 골목길에서 / 나무에 기대다 / 반성문 / 나무, 나무들

 

제2부

이팝나무의 기억 / 미덕 / 거꾸로 식사법 / 푸조나무일 것 같은 나무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 아침 인연 / 어떤 해후 / 발견 / 개망초 / 꽃 심는 남자 / 새에게 사과하는 법 / 이월이와 자전거 / 연꽃주의자 / 백화점과 연꽃 / 고장 난 렌즈 / 조응 / 낡아간다는 것

 

제3부

가을꽃의 둘레 / 두 가을 길 / 가을에 필요한 것 / 고마리 / 구월 / 아침에 있었던 일 / 처음 가을 / 어린 가을 / 유감 / 배웅 / 멸치와 단풍 / 가을 속의 일 / 서울 추분 / 그늘에 대하여 / 노을과 밥 / 홍시가 익어가는 이유 / 호박을 따면서 / 시간과 놀다

 

제4부

거룩한 일과 / 십오 분 / 흐린 날 / 사랑 / 연꽃 우산 / 12월 / 바람의 당부 / 아이고 / 첫눈 / 지나가는 사람 / 노을주(酒)에 취하다 / 마중 / 소소한 시 / 꽃무릇의 시간 / 석양 / 웃음꽃 / 아침 풍경

 

작품 해설 : 시로 쓰는 자연의 묵시록 -김규성

 

 

■ 시인의 말

 

나무에게 기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무도 나에게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장딴지 힘만으로 동력을 만들어

나무에게 나를 데려다준 자전거가 고맙고 미덥다.

비가 오는 날도 가장 소박한 도구인 우산이 있어서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모아놓은 시들은 주로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일기처럼 한 편씩 써나간 산책시들이다.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 것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가난한 시에 보내준 따뜻한 눈빛들이 시리도록 고맙다.

 

 

■ 작품 세계

  

그의 시는 연둣빛 봄바람처럼 독자를 무장 해제시키며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시집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구김살이 없다. 시의 살결은 부드럽고, 시의 체온은 한겨울에도 따뜻하다. 모두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순결한 동질감이 자연스럽게 체화된 순진무구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쉽고 편하다.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불현듯 반전의 묘미를 선물하며 한 소식을 얻어 가게 한다. 따라서 난해시의 대척점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그의 시는 미래의 시세계를 담보할 텍스트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그 정취를 즐기는 행위로, 시의 유희적 기능을 자연의 묘미 속에서 찾는 것일 수 있다. 시에서 그 유희적 성향을 좇을 경우, 의미보다는 재미에 비중을 두기 쉽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미만을 좇을 경우, 시가 가벼워지거나 본질에서 멀어지기 쉽다. 반면 의미만을 추구하는 시는 건조하거나 경직될 우려가 있다. 또 철학, 종교와의 불분명한 경계가 시의 유희성을 억제하고 고유의 특성을 모호하게 흐릴 수 있다. 그러기에 시의 재미에 치중할 때는 그 이면에 담긴 궁극의 의미를 되새기고, 의미를 추구할 때는 시가 경직되지 않도록 부드럽고 촉촉하게 감성의 목을 축여주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시가 바람직하다. 거기에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안준철의 시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선물한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곁들여준다. 그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반전과도 같이 무릎을 치고 감동을 되새기게 된다. 그는 굳이 의식적으로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지극한 겸손은 행여 아는 척, 초연한 척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그의 시에 녹아들게 한다.

― 김규성(시인)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시인은 밤이면 몸이 굳어 한참 주물러 풀어주어야만 잠이 드는 아픈 몸인데도 매일 자전거나 도보로 산책을 한다. “길을 걷는 것은/내 안에 길을 하나 내는 일이다”(「두 가을 길」)라고 노래한다. 이 길의 시인은 두 길을 동시에 걸으며 깊어지기보다는 옅어져 삼라만상과 경계를 지운다. 빗방울의 눈동자, 꽃, 새, 개, 노을, 꽃 심는 남자, 밭매는 할머니 등을 품는다. “새가 나인지 내가 새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토록 간절한 자연과 세상은 실은 시인의 거울이다. 마침내 그는 나무에 기댄다. 한사코 겸손하고 따뜻하며 진솔하고 고요한 시인의 시는 독자의 마음에 등불을 켠다. 기후 위기와 감염병 대유행에 빠진 지구인에게 직접 설파한 시어 한마디 없이도 시대정신을 일깨운다.

― 차옥혜(시인)

 

안준철 시인은 후배들의 부탁도 그냥 흘려듣지 못하고 챙겨야 하는 성품이다. 민들레 하얀 솜털 사진 한 장 보내달라는 후배 시인의 전화를 받고 촬영해놓은 사진이 없다고 하면 될 것인데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민들레를 찾으러 숲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다. 결국은 허탕을 쳤지만 안 시인은 “없는 것을 찾아 헤맸던/그 아침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민들레를 찾아서」)고 술회한다. 그에게서는 그렇게 늘 온기가 번져 나온다. 작은 꽃, 떨어진 낙엽, 그렇게 사소한 것들도 지나치지 않고 무릎을 굽혀 말을 거는 시인의 시들! 자전거와 카메라와 함께 그윽해진 눈빛으로 작은 것들의 말을 듣고 담아내는 시인의 따뜻한 ‘해찰’이 더 길어지기를 바란다.

― 김인호(시인)

 

 

■ 시집 속으로

 

달팽이 산책

 

비 오시는 날은

우산 쓰고 동네 한 바퀴 돈다

우산 쓴 달팽이처럼

한 걸음을 떼는 것이

무슨 엄청난 일이라도 되는 양

 

누군가 하늘에서 본다면

우산이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곤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죽은 듯이

아주 한참을 멈추어 있을 때가

절정의 순간이다

 

빗방울의 눈동자를 본 적 있는가?

 

인간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녀석의 호기심 어린 눈을

 

 

나무에 기대다

 

꽃나무들이 꽃을 여의고 나무로 서 있다

 

나무의 일생 중 가장 푸르고 찬란한 시기는

꽃을 여읜 직후다

 

산벚꽃마저 저버린 봄 산의 푸르름

 

내 몸에서도 꽃 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푸릇푸릇 돋아나는 것들이 있다

 

지금은 나무에 기댈 시간

사는 일이 기쁘고 감사하다

 

하다못해 감기라도 심하게 앓고 난 뒤라야

깨달아지는 것들이 있다

 

나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눈치다

 

 

낡아간다는 것

 

낮게 핀 꽃일수록 꽃 사진을 찍을 때는

꽃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자기 살을 찢고 땅거죽을 뚫고 나온

어린 꽃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

 

나이 들어 몸이 노쇠해지니

꽃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도 힘에 부친다

무릎과 허리를 펴고 일어설 때마다

낡은 가구처럼 관절이 삐걱거린다

 

늙고 낡아갈수록

꽃에 대한 예절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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