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시론, 시 평론
진실과 사실 사이
오세영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4|160×230×24 mm(하드커버)|304쪽
25,000원|ISBN 979-11-308-1725-5 93800 | 2020.12.15
■ 도서 소개
오세영 시인의 문학관을 집대성한 사유 깊은 시론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의 평론집 『진실과 사실 사이』가 <푸른사상 평론선 34>로 출간되었다. 시문학 연구와 시창작에 평생을 매진한 저자는 기존의 비평과 학술 연구에서 토대로 삼았던 객관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학관과 시론을 집대성했다.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통해 한국 시문학과 시단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 저자 소개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장성, 광주, 전북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이고 예술원 회원이다. 학술서로서 『한국 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 시 연구』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 23권, 시집으로 『무명연시』 『밤하늘의 바둑판』 『북양항로』 등 25권, 기타 산문집들이 있다. (E-mail : poetoh@naver.com)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시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의미와 무의미
아는 진실과 모르는 진실
시는 왜 난해한가
서정시와 아방가르드
난해시를 위한 변명
‘도시시’라는 말
현실과 영원 사이
내 시의 좌표
실험시를 쓰지 않는 이유
나와 시
시어 구사와 문장부호
제2부 문학의 길
세계화와 우리 시
시조와 우리 자유시
현대문학의 지향점
민족문학, 향토문학, 지역문학
문학과 모순의 진실
문학에도 투기가 있다
생태문학과 불교
시 한 편의 인문정신
국어교육의 문제
한국 근대시의 형성
제3부 시와 학문의 갈림길에서
진실과 사실 사이
부정의 정신이 이룬 창조적 세계
선(禪)과 외로움의 미학
존재의 외로움
은산철벽을 꿰뚫는 명쾌한 시적 안목
시와 학문의 이중주, 그 오랜 세월의 증언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인간 존재의 실존적 문제를 서정적, 철학적으로 노래하며, 평생 시와 학문의 길을 걸어온 오세영 시인은 기존의 비평, 학술 계열의 객관적인 이론 습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학관과 문학론에 관한 글들을 이 책에 실었다.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통해 우리 시단과 문학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시선을 담아냈다.
어떤 운명의 손에 이끌려 시인이 되었다는 저자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을 지켜왔다. 그는 현 시단의 상황에 대해 ‘난해시’나 ‘포스트모더니즘 시’라는 이름하에 소통이 부재한 시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서정시는 낡고 전통적이라는 편견이 문단을 좌우하고 있다. 저자는 소통이 부재한 현대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인간의 언어, 그 언어로 쓰이는 문학이 상호 공존과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게 훌륭한 시란 감동을 주는 것이며, 부분적 진실이 아닌 총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1부에서는 시와 문학의 본질을 통찰하며, 우리 시단의 현재를 바라보았다. 올곧이 지켜온 자신의 삶과 문학을 회고하며 우리 시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2부에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낸다. 아울러 교육자로서 우리 국어교육과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3부에는 저자의 작품 세계, 문단 생활, 전기적 사실, 학자로서의 인간상, 문학과 이념 등 문학적 삶의 족적에 대해 다른 문인들과 나눈 대담들이 실려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그동안 필자는 ─ 시집을 제외하고 ─ 30여 권에 가까운 저서들을 출간한 바 있다. 대개 비평서 계열, 학술서 계열, 수필집 계열 등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단행본으로 묶이지 못한 글들 또한 적지 않았다. 가령 내 자신의 문학관이나 문학론을 술회한 것, 시인으로서 내가 내 시에 대해 언급한 것 등 비교적 짧으면서 주관적인 비평문들이다. 이제 나도 여생이 오랠 것 같지 않아 이를 정리해서 『진실과 사실 사이』라는 제명의 책으로 상재한다.
지나놓고 보니 학자로서의 나는 내 자신의 이야기보다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관적 통찰과 예지에 관심을 갖기보다 객관적 이론 습득과 지식의 전수에 더 집착해온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단편적이고 직관적이기는 하나 나 자신이 깨우친 바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밝혀 쓴 본서의 글들이 더 사랑스럽다. 아니 나의 다른 비평서나 학술서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학자가 아닌 시인으로서 내 시론의 중요한 일부를 드러내 보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인생이란 학생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깨우치며 산다. 그래서 인간을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그러나 배움에는 끝이 없고 인생은 짧다. 이제 조금 무언가를 알 듯싶은데 시간이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제 조금 글이 될 것 같은데……
■ 책 속으로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시를 쓰고 싶었던 것일까. 이 대답에 앞서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등단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 시의 문학적 지향에는 어떤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우에 따라 나도 내 시의 보편적 경향에서 벗어난 시들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젊은 시절에는 전위적인 작품의 창작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고, 문명비판적인 작품들도 꾸준히 써왔으며, 그 후 생태환경에 관심을 보인 작품 또한 적지 않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는 우리 문단에서 소위 ‘민중시’라 부르는 사회 고발시들도 수편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모두는 물론 내 시의 본령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내가 그런 예외적인 시들을 썼던 것은, 원래 시는 그 같은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상황,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그 같은 시를 쓰는 것이 그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대체로 시작 생애에서만큼은 일관성을 지켜왔던 것 같다.
(73~74쪽)
이상에서 살펴본 바, 우리 초·중등학교 국어과목의 중심은 당연하게도 문학에 있다. 그러므로 ‘문학은 국어가 아니라’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여 국어과목에서 문학을 배제시킨 현행 교육부 제정 국어 교과과정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즉 고등학교 학과목에서 문학과목의 독립은 철회되어야 하며 국어교육은 문학작품의 교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내용 역시 ─ 현재의 교과서처럼 일상어 중심의 소재(생활어, 실용문, 신문기사, 방송어, 인삿말, 국회 연설문 만화, 광고문…… 등)만이 아닌 ─ 문학작품 위주로 편찬되어야 한다. 다만 문학 학과목 그 자체는 없애되 문학 교과서의 편찬만큼은 현행 방식대로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 국어시간에 국어(문학)교육의 부교재로 널리 활용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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