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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송명희 사진 시집, <카프카를 읽는 아침>

by 푸른사상 2020. 12. 14.

분류--문학()

 

카프카를 읽는 아침

 

송명희 지음|210×150×12 mm|176쪽|15,000원

ISBN 979-11-308-1723-1 02810 | 2020.12.10

 

 

■ 도서 소개

 

실존적 존재를 담아낸 독특하고 뛰어난 사진시

 

송명희 시인 겸 문학평론가(부경대 명예교수)의 사진 시집 『카프카를 읽는 아침』이 푸른사상에서 출간되었다. 소외된 자들을 향한 짙은 연민과 위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존재론적 고뇌와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독특하고 회화적인 사진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 시인 소개

 

송명희

1980년 『현대문학』으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경대학교 교수,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소장,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회장, 한국언어문학교육학회 회장, 해운대포럼 회장, 달맞이언덕축제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타자의 서사학』 『젠더와 권력 그리고 몸』 『페미니즘 비평』 『인문학자 노년을 성찰하다』,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미주 지역 한인문학의 어제와 오늘』 『트랜스내셔널리즘과 재외한인문학』,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다시 살아나라, 김명순』 등 50여 권의 저서와 시집 『우리는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가 있다. 한국비평문학상(1994), 봉생문화상(1998), 부경대학교 학술상(2002), 부경대학교 교수우수업적상(2008, 2010), 신곡문학상 대상(2013), 펜문학상(2019, 평론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예술치료학회 창립회장, 부경대학교 명예교수이다. (E-mail:smh4120@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불면증 / 이명 / 이별 / 그녀의 집 / 외포리 갈매기 / 기다리지 못해 / 소문 / 매복 / 지진 / 해독할 수 없는 / 우주 / 풍경화 너머 / 절멸의 고요

 

제2부

블라디보스토크의 늑대 / 연해주의 조명희 / 5월의 레퀴엠 /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사진 / 외주노동자 / 노숙자 / 안개를 위한 애도 / 코로나 블루 / 2020년 봄날 / 모래시계 / 저녁 한때 그리움 / 팔십 층 매미 / 매미 노래하다 / 유기견 / 팽목항

 

제3부

걷는 남자 / 가리키는 남자 / 실종 / 인간의 조건 / 에곤 실레 / 게르니카 / 뭉크의 절규 / 젊은 남자와 죽음의 여신 / 위양지 멜랑콜리아 / 루빈의 꽃병 / 뒤샹의 샘 / 나의 하느님 / 철쭉꽃과 거울

 

제4부

카프카를 읽는 아침 / 퇴행성 / 부고 / 역방향 / 사자의 서 / 수선화 / 겨울초 겉절이 / 장마철 / 길 /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 장맛비 / 평화 /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제5부

실연 / 뒷모습 / 말더듬이 / 그리움만 웃자란다 / 은빛 사랑 / 어긋난 길 / 선 / 간이역 / 저녁놀 / 틈새 / 귀가

 

■ 추천의 글 : 인문예술을 시로 승화시킨 시적 경지 - 고형진

■ 사진 해설 : 송명희의 사진 시집에 부쳐 - 문진우

 

 

■ 시인의 말

 

시집은 5부로 나누어졌다. 제1부에서는 실존적 존재로서 인간의 불안과 소외, 그리고 초현실의 세계를 천착하여 보았다. 제2부에서는 역사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의 관심들이 담겨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 갔을 때 무심할 수 없었던 고려인의 삶이나 작가 조명희에 대한 회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사건, 외주노동자나 노숙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된 삶, 코로나19로 우울증에 빠진 일상 등을 그려보았다. 제3부에서는 상호텍스트성에 기초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때로 예술가의 혼이 응축된 예술작품들은 더 강렬한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시를 쓰고 싶은 충동 속으로 몰아넣는다. 제4부의 시들은 늙음과 죽음 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회피할 수 없는 근원적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제5부에서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과 같은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표현하였다.

어찌 보면 너무 다양한 시적 세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순간순간 변화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다양한 관심의 흔적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때로 고독한 단독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 사회적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뛰어난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예술적 영감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연령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고뇌하고, 인간 보편의 정서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나는 그때그때 부딪치는 문제의식과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남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라는 가치를 염두에 두고 시를 썼다.(중략)

한때 나는 사진은 현상의 기록이자 복제예술이므로 주관적 자아를 표현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 즉 리얼리즘에 고착된 사진관을 갖고 있었기에 사진예술에 대해 무관심했다. 하지만 2010년쯤에 관람했던 한 사진전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사진이라는 예술에 비로소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시적 서정과 주관적 감성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표현주의적인 사진관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순수예술로서의 사진은 얼마든지 주관적 자아나 내적 세계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진을 찍어오고 있다.

 

 

■ 사진 해설

  

현실을 상상의 세계로

송명희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고, 시인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남다르다는 것이 사진을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상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대상이든지 자신의 상상력과 융합시켜 표현해내고 있다. 상상력이란 마음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영상을 만들거나 경험을 초월한 세계를 만드는 정신적 능력을 의미한다. 어떤 환경 속에 오랫동안 있게 되면 생각이나 행동이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송명희가 살아온 환경은 시인의 환경이다. 시인의 환경이 만들어낸 감수성이 사진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사진적 상상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대학에서 평생을 문학을 강의한 교수로서, 시인으로서 문학적 상상력을 가진다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런데 송명희의 상상력은 단지 문학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넘어 음악, 회화, 조각에까지 그 상상력의 폭은 광범위하다. 굳이 칸트의 구분을 따르자면, 송명희의 사진에서 표현된 상상력은 단순한 기억의 재생에 기초한 재생적 상상력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들이 결합하여 산출한 산출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 등장한 파란 하늘에 날리는 붉은 천에서 그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상상하고 있다. 아마 붉은 천에서 진혼곡의 함성을 듣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이다. 이 사진 시집에서 상상력의 절정은 3부인 듯하다. 어느 화가의 작품-내가 보기엔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데-속에서 뭉크의 <절규>를 상상하고, 어느 조각가의 설치물을 피카소의 <게르니카>로 재해석을 하고 있다. 4부로 넘어가면 불꽃과 야간의 불빛을 이용해 새로운 카오스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으니 그의 상상력의 범위는 참으로 넓다.

― 문진우(사진가)

 

 

■ 추천의 글

 

삶의 경이를 노래하는 시인이 있고, 그 존재가 경이로운 시인이 있다. 송명희 시인은 후자에 속한다. 그 증거가 이 시집이다. 노래는 짧은 향유의 순간 뒤에 흩어져가지만, 존재는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사건화한다. 『카프카를 읽는 아침』은 시집을 덮은 뒤에도 가라앉았던 언어의 앙금들이 시나브로 새로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시집을 읽다가 혹은 울고 혹은 웃고, 더러 분노하고 더러 경탄하곤 했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구태여 차원 혹은 경지를 말해야 한다면 시인은 운문과 산문, 직유와 은유, 실재와 환상, 사상(事象)과 미메시스, 의식(儀式)과 유희, 그 틈바구니를 정채로운 언어로 유연하게 횡단하는 나름의 경지를 터득한 듯하다. 시인으로 하여 시를 쓰게 하고 마침내 경지로 도약하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 저 신이(神異)한 매혹의 시선이리라. 누구라서 ‘허공에다 해독할 수 없는 시를 쓰는 갈매기’에 시선을 두고, ‘출구와 입구를 혼동한 이별과 사랑’에 눈길을 던질 수 있겠는가. 저 시선이 열어주는 길을 따라 추체험하는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시대의 우울을 통렬하게 날려주는 멋진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이왕주(철학자·부산대 명예교수)

 

송명희 선생은 다재다능한 지식인이자 예술가이다. 선생은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이고,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며, 시인이다. 그 옛날 우리의 선비들은 문학과 학문과 정치를 병행했지만, 선생은 문학과 학문과 예술을 병행함으로써 지식인, 예술가의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선생에게 시는 내면에서 샘솟는 인문예술을 하나로 모아 승화시키는 지적 장치이다.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첨예한 문학 형식인 시로 용해시켜냄으로써 선생은 그 깊고 아득한 세계를 우리들 가슴속에 알알이 심어주고 있다.

선생의 시에는 불의에 대한 추상같은 채찍이 어려 있고, 약자와 소외된 자에 대한 짙은 연민과 위로가 배어 있다. 그런가 하면 화가와 그림에 대한 시적 통찰이 서려 있다. 르네 마그리트, 에곤 실레, 피카소, 뭉크, 귀스타브 모로와 같은 서구 초현실주의와 상징주의 화가들에 대한 선생의 높은 예술적 안목과 그들의 명화에서 길어 올린 인간 내면의 진실은 선생만이 성취해낸 득의의 시적 경지이다. 그런가 하면 사랑, 죽음, 외로움, 허무함 같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서정적 인식도 넓게 펼쳐져 있어, 이 시집을 촉촉한 서정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것은 이 모든 지적, 예술적 작업이 시적인 이미지로 승화되어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가령 고층 빌딩의 창문을 닦는 외주노동자의 위태롭고 안쓰러운 작업을 바라보며, “투명하게 닦고 또 닦아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노래하는 시인의 촉수를 따라가면 우리 모두는 선생과 시적 대상에 몰입되어 그가 그려낸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 고형진(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 시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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