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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정운희 시집,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by 푸른사상 2020. 12. 11.

 

분류--문학()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정운희 지음|푸른사상 시선 136|128×205×9 mm|152쪽|9,500원

ISBN 979-11-308-1732-3 03810 | 2020.12.12

 

 

■ 도서 소개

 

불가능을 뒤집는 반어와 역설의 시

 

정운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가 <푸른사상 시선 136>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불가능을 뒤집는 상상력과 역설의 표현을 통해 새롭고도 놀라운 시를 보여주고 있다.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규정된 틀을 무너뜨리고 근원을 향하는 사유가 깊다.

 

 

■ 시인 소개

 

정운희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2010년 『시로여는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안녕, 딜레마』가 있다.

(E-mail : hui0310@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새인 듯 새가 아닌 듯 / 장미의 안쪽 / 멍 / 다름 / 예약석 / 카테고리 / 편애 / 놀자, 침대야 / 설정된 이별 / 생리통 / 속앓이 / 추(錘) / 사랑해 라고 짖었다 / 우울증을 앓는 금붕어 / 사랑하는 문자 씨 / 이토록 긴 이별

 

제2부

원나잇 스탠드(One-night stand) / 이 시간 순환 열차에선 / 골방의 기분 / 독감 / 익룡을 암기하는 아이 / 보편적 아침 / 애인의 구조 / 벽장 / 바디삭스 / 사건수면 / 연관검색어 / 민낯 / 고루한 일상에 한 번쯤은 / 외투 / 습작하는 봄 / 굳은살이 피었다

 

제3부

열려라, 이모 / 어쩌다, 기분 / 바깥 / 늦봄 / 가을 랩소디 / 종이 / 세렌디피티 / 곤궁한 아침 / 여백 / 새와 자두의 여름나기 / 너의 일요일이 좋아 / 꾸준히 이기적 / 도망쳐라, 청춘아 / 발견 / 불편한 해석

 

제4부

우린 그때 십팔 세였다 / 블루 선데이 / 안녕, 키스 / 완강한 여름 / 하얀 꽃말 / 말풍선 / 독립만세 / 모종 / 내 이름은 보라 / 아무거나 /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 달리기 / 괜찮은, 척 / 애착베개 / 다시

 

■ 작품 해설:‘너’를 향해 기우는 꿈 - 장은영

 

 

■ 시인의 말

 

고요한 소란의 시작이다

 

바람을 체험한 새의 결의로부터

구름을 헤아리는 꽃의 불면에 이르기까지

혹은, 뒤척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소란은 고요의 민낯이므로

 

 

■ 작품 세계

  

두 번째 시집에서도 시인은 시선과 응시의 간극이 만들어낸 심연에서 내가 아닌 꿈을 꾸고 그 꿈은 시를 쓰는 행위로 이어진다. 정운희의 시 쓰기는 자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을 확장하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 과정을 담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안의 서정을 버리고” “바깥”(「바깥」)으로 향하는 서정의 전환을 시도하는 한편 ‘나’의 분화(分化)를 형상화한다. 갑작스레 몸이 늘어났다 줄어들기도 하고, 다른 형태로 변하기도 하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시의 화자인 ‘나’는, 내가 아닌 꿈을 꾸듯 또 다른 존재 되기의 가능성들을 가로지르며 분화하는 중이다. 자유로운 기표가 되어 아이덴티티의 장을 유희하는 꿈은 “고장 난 꿈”(「사건수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꿈의 세계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처럼 통합적 원리나 지배적인 규칙이 없는 자유로운 ‘~되기’가 가능한 환희의 공간이다. 다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운희의 시가 보여주듯이 두 가지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견고한 자아를 부인하기. 그리고 (타자인) ‘너’를 향해 기울어지기.

(중략)

‘너’와 접속하는 방식을 시인은 이렇게 전한다. “나른한 관계에 접속 중입니다/호명이 늦을수록 가까워집니다”(「아무거나」). 이 말이 함축하는 것은 자신의 시선에 포착된 ‘너’라는 대상을 호명하거나 규정하는 일을 지연하면서 시선과 응시의 간극을, 달리 말하면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와 ‘너’의 차이는 불안의 거처가 아니라 더 자유로운 존재 되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짐작건대, 시인이 말하는 “고장 난 꿈”(「사건수면」)이란, 다른 존재 되기의 가능성이 멈추지 않는 그런 순간일 것이다.

― 장은영(문학평론가,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정운희의 시는 불가능을 뒤집는 반어와 역설의 시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세계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정지된 것들도 없다. 그 속에 등장하는 온갖 것들은 끝없이 몸을 바꾸며 저 혼자 널뛰기를 하다가, 날아다니다가 결국 생뚱맞은 얼굴을 하고 돌아온다. 가령 “애인”은 “생소한 물체”가 되고 “오래전 사용했던 이야기”가 되고, “심장”은 “빨간 양말”이 되어 “불타오르”기도 한다. 그는 일정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난삽하고 어지러운 시는 아니다. 그의 시에는 관념과 현상을 함께 아우르는 중심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유로운 중심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가령 방의 중심에 침대가 놓여있고 그 중심에 자신이 누워 있는데, 알고 보면 방바닥도 하나의 벽이어서 사실 침대는 벽에 매달려 있는 셈이고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은 결국 한쪽 벽에 매달려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 상태가 중심이라면 과연 중심은 어디이고 그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그의 자유로운 발상 속에는 규정된 틀을 깨는 질문이 있고 근원을 향한 철학이 있다.

― 이경임(시인)

 

 

■ 시집 속으로

 

연관검색어

 

검색창에 나를 띄우자

선인장, 더치커피, 모자, 코끼리…… 낯익은

담장의 소나기였을까

걸음을 멈춘 흙냄새였을까

나도 모르는 나를 낳느라

그렇게 많은 물을 마셨나 보다

 

공원은 빵 속 같고

한낮은 둥글다

의자는 그늘 밑에도 놓여 있고

풀꽃을 등지고도 있다

그늘과 풀꽃 사이,

자전거 몇 대가 묶여 있다

굴러가야 할 사상과 이념

채찍과 화해 자물쇠로 잠가져 있다

 

바람뿐인 공원에 너를 띄우자

정류장, 선술집, 만년필, 야구장……,

도망친 신발을 끌고

지붕 위를 쏘다니는 불면이었을까

우린 떠나온 듯 침묵하고 있다

시의 형태를 빌려와

북 치고 노래하는 나와

충실하게 배설하는 네가 있을 뿐

 

창과 창 사이,

북쪽을 향한 너의 돌담길과

남쪽을 향한 나의 맨발이 환하다

돌아오는 길에

구름에 묶여 있는 바퀴를 굴리자

돌탑, 호수, 메타세쿼이아, 아우라지, 양떼목장……

 

 

애착베개

 

누구도 베개 속에 내가 키우는 토끼 한 마리 사는지 모를 거야 내 마음을 무시한 채 떼어놓으려고만 했으므로

 

많이도 우는 나는

 

신념에 가까운 고집으로 토끼를 지켰다. 토끼와 장난감, 토끼와 과자, 토끼와 낮잠, 탯줄을 자르지 않은 태아처럼

 

활짝 피어나는 토끼

비에 젖어도 울지 않는 토끼

 

태어나 엄마라고 발음한 적 없는 내가 토끼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갸우뚱 넘어지려는 중심을 일으켜 세우며 안아주다가 달래주듯 볼에 대기도 하면서 아장아장 앞으로 나아간다

 

부드럽고 날씬한 귀에

심어놓은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토끼의 손을 놓쳐서는 안 돼, 라고 다짐하면 하얀 우유를 먹을 수 있다, 말도 잘 듣고 넘어지지 않고 오래 걸을 수 있다. 친구와 과자를 나눠 먹을 수 있으므로

 

토끼를 사수할 것

엄마라고 기도할 것

 

쑥쑥 태어나는 토끼

노래를 불러도 목이 쉬지 않는 엄마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내 몸속에는 견고한 생각주머니가 산다

 

장소도 새도 주머니 속에서 기생한다

곱씹으면 씹을수록

장소가 번지고 기분이 웃자랐다

 

주머니의 입구를 만지작거리자

새 한 마리 푸드덕 날아오른다

 

공중은 한없이 굴절되어

몇 날 며칠 새를 낳느라

까만 울음을 토했다

 

녹슨 꼭지를 틀어놓고

방목하는 새들을 헤아리는

아! 지긋지긋한 날것의 입냄새

 

그것은 내 두개골을 파먹는

부리 긴 새의 오래된 다정이기도 하고

종결어미가 없는 생의 파노라마 같은 것

 

그러니까 새는 내 몸속에

끝없이 알을 낳았던 것

 

신호등이, 신호등이 아니고 새인지

딱정벌레가, 딱정벌레가 아니고 왜 새인지

감은 눈 속에 떠 있는 새라고 자꾸 우기면서

목을 잡고 입을 맞추는지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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