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글로 쓴 ‘창원공단 공장 일기’
소작농·광부·공장 노동자… 전쟁 같은 삶에 빛이 된 詩 |
청춘을 바친 노동현장… 그곳의 아픈 일상 담담하게 그려 |
창원공단에서 노동문학을 해 온 작가회의 출신 작가들이 잇따라 시집과 산문집을 냈다.
경남작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자이기도 한
이한걸(62) 시인이 ‘족보’(푸른사상) 라는 시집을,
한국작가회의 이사 겸 회보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시와 소설을 꾸준히 써 온 이소리(53) 작가가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푸른사상)란 산문집을 냈다.
두 작가는 창원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한걸 첫 시집 ‘족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20대 초반에 가정을 거느리고 소작농, 탄광광부 4년을 거쳐 창원공단 철강공장에서 30년을 넘게 일한 이한걸 시인의 첫 시집 ‘족보’는 그가 청춘을 바쳤던 창원공단 철강공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할아버지는/ 농사지으며 목수일 했고/ 아버지는 농사지으며 미장일 했고/ 나는 공장노동자// 아내도 공장 나가고/ 딸도 공장 나가고/ 아들도 공장 나가고// 어쩌다 다 같이 쉬는 일요일/ 길고 긴 옥상 빨랫줄엔/ 빛깔 다른 작업복/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시 ‘족보’ 전문)
이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국졸의 학력을 벗어나기 위해 고독한 독학을 시작했을 때 내 나이 38세, 자투리 시간을 코피 흘려가며 몰입하는 학습이 힘들었다. 치열한 생산 현장에서 검정고시 기말고사 중간고사 출석수업을 위해 휴가를 낼 때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당시 독학을 하는 줄 모르는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독학을 하면서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열 개가 넘는 공장을 돌아다니며 맞벌이를 해온 아내와 함께 산 삶은 전쟁만큼이나 치열했다. 이 시집 일부분은 아내가 겪은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석탄산업 합리화로 뿔뿔이 흩어진 전직 광부들과 철강공장에서 쇳물을 생산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에게 나의 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24일 오후 4시 마산가톨릭여성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소리 산문집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
창원 상남에서 태어나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씨알의 소리’에 시 ‘개마고원’ ‘13월의 바다’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소리 작가는 지난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창원공단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의 산문집은 ‘프레스실에서 겪은 쓰라린 기억’ ‘설마 우리 보고 총을 쏘기까지야 하것나?’ ‘아빠! 왜 손가락이 없어요’ ‘일마 이거 혹시 프락치 아이가?’ ‘모란이 피어날 때 야반도주한 그 공순이’ ‘공단 보릿고개를 아십니까’ 등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픈 일상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
그는 책머리에 “이 책은 내가 공고를 졸업한 뒤 화학분석 2급 기능사 자격증을 들고 8년 동안 창원공단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심상을 꼼꼼하게 적은 일기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20대 새파란 청춘을 바친 한 노동시인이 이 세상에 던지는 ‘공장 일기’이다. 그렇다고 케케묵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공단 현장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공장 현장에서, 철탑 위에서, 개발 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일하고 싸우는 숱한 노동자들이여! 노동의 불꽃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숱한 시련을 이겨내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대들에게 큰절 올리며 삼가 이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
경남신문 2012년 11월 22일/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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