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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임미리,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by 푸른사상 2018. 9. 28.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임미리 지음푸른사상 시선 92128×205×9 mm1369,000

ISBN 979-11-308-1370-7 03810 | 2018.9.26



■ 도서 소개


임미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푸른사상 시선 92>로 출간되었다. 시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고향, 화하고 순한 고장 화순을 배경으로 한 시편들이 차분한 서정성으로 다가오는 시집이다


 

■ 시인 소개


임미리

운주사가  있는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8열린시학』 『현대수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수필집으로 천 배의 바람을 품다가 있다. 글쓰기 과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과정 전담 강사로 활동 중이며, 화순군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산골짜기 다람쥐처럼 소소한 행복을 꿈꾸지만 오늘도 운주사 와불의 꿈을 훔치고 있다.


 

■ 목차


시인의 말

 

1화순 사랑, 꽃이 피네

적벽에 들다 / 만연사 종소리 / 연꽃 세상 / 천 배의 바람 / 둥글다 / 영벽정에 올라 / 화순 사랑, 꽃이 피네 / 유배지에서 / 구절초 / 푸른 하늘빛 / 만연사, 연등 / 가시버시 / 꽃그늘 / 틈의 숨결 / 천년을 살아 / 별산

 

2부 천년의 꿈

열매솎기 / 한가위 선물 / 향기에 취해 / 하찮은 것들이 / 폭풍이 지나간 자리 / 미인이 되는 법 / 천년의 꿈 / 이제 다시 시작이다 / 먼 옛날이 그리워지는 / 새해 아침의 기도 / 배꽃 필 때 / 간절한 이름 하나 / 여우별 / 소금꽃

 

3부 그런 날 있지

그런 날 있지 / 그리움의 무게 / 유리창 / 에움길 / 여우비 내리고 / 새는 날아가고 / 무지개는 지고 / 치아와 키스 / 꽃은 시들어도 / 카르마 / 선물 / 손을 놓는다 / 토킹 프렌즈 / 사랑초 / 말하는 대로 / 데이지 한 송이 / 목련, 막 시든다

 

4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이별의 시간 / 어느 별이 되었을까 /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 안개에 갇히다 / 사막의 전설 / 주검의 빛 / 당신이 태어난 이유 / 단풍이 되어 / 이별은 은하수를 건너고 / 마릴린 먼로 / 광화문 앞 / 거리의 화가 / 청호 저수지 / / 미륵사지 석탑 / 자유의 여신상

 

작품 해설틈의 발견과 존재의 숨결 - 신덕룡


 

■ 시인의 말

 

생의 한 점, 한천(寒泉)에 찍고

다람쥐처럼 온순하게 살고 있다.

한천이란 지명의 의미

시원한 샘물이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참샘에 앉아

시원한 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인다.

내 시 한 편도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생명수 같았으면

참으로 좋겠다고 적바림한다.

용암사 풍경 소리 저만치 멀어져도

산 아래 호수의 물결, 흔들림이 없다.


 

■ 작품 세계 

 

(전략) 대부분의 서정시가 그렇듯, 임미리의 시에 나타난 감각은 불화(不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화란 나와 나, 나와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한다. 이런 간극은 나와 세계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반성적 사유가 작동하는 위치에 설 때 선명해진다. 유리창에서 보듯, 자신을 응시하는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한 상황이 그렇고 그런 자아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의미 있는 것은 너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만연사, 연등)고 하듯 나와 세계의 관계를 통해 자아의 진면목과 삶의 원리를 찾아가는 시인의 태도다.

이런 시인의 태도는 스스로 세계 속에 들어가 그 틈을 찾아내고, 틈 속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목련, 막 시든다)을 얻는 과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새해 아침의 기도)이 깃들어 있다. 이런 열정이 있기에 평화 속에서 불화를 읽고, 일상 속에서 부조화를 발견하는 섬세한 촉수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런 태도와 열정 때문에 우리는 대상의 겉모습 너머를 생각하고, 그 너머의 생을 꿈꾼다. 대상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아의 확대를 꾀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사물이나 상황을 자아와 삶에 대한 해석의 대상으로 바꾸는 데서 잘 나타난다. 즉 우리네 삶의 구체적 국면으로 연결시킨다. 이를 통해 햇살을 불러들인 나무가 과일을 익힌다고 하듯(폭풍이 지나간 자리) 내밀한 삶의 원리를 밝혀낸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적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시인 자신의 구체적인 일상과 밀착해 있기에 진정성 있게 다가와 공감으로 이어진다. 앞으로의 행보와 다음 시집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신덕룡(시인·광주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부터 애기애타(愛己愛他)라고 하는 것이리라. 임미리의 이번 시집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그것은 자기가 서 있는 공간, 곧 자신의 삶터를 사랑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전라남도 화순군 일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말 그대로 지극하고 정성스러워 그 자체만으로도 사계(詞界)의 관심을 끈다. 시집의 제1부를 장식하고 있는 시들이 화순군 일대의 심미적 공간인 적벽, 만연사, 운산암, 영벽정, 동구리 호숫가, 동헌길, 청궁 일번지, 야사리 등을 배경으로 하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심지어는 화순 사랑, 꽃이 피네와 같은 시처럼 화순에 대한 사랑이 직접적으로 노래되어 있기도 하다. 기타의 시들도 거개가 그의 거주지인 화순에서의 체험과 감흥을 노래하고 하고 있다. 이들 시는 특히 화순이라는 말처럼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부드럽고 쓸쓸한 어조, 곧 화하면서도 순한 어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대를 만나러 가는(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발걸음 같은 이 시집의 시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 이은봉(시인·문학평론가·전 광주대 문창과 교수)

 

임미리 시인의 시세계에서 화순은 작품의 토대이자 본질이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 세계이다. 그곳에는 환한 햇살을 불러들이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다정하게 서 있고, 해맑게 빛나는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볼 수 있는 별산이 있다. 먼 곳으로 울려 퍼지는 만연사의 종소리며 맑은 강물을 내려다보는 영벽정이며 향그러운 바람을 부르는 동구리 호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겸손하게 배우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 가치를 일깨워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식구들의 밥을 마련해준 아버지의 복숭아나무들이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화순을 어머니처럼 부둥켜안고 숨결을 듣고 향기를 맡고 어루만지며 함께 걷는다. 뿌리 깊은 시인의 화순 사랑에 천년의 햇살이여, 오롯이 비추어라. 소복이 쌓여라.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시집 속으로 

 

화순 사랑, 꽃이 피네

 

한 톨의 씨앗으로 견뎌온 가난한 시간

이제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세.

진녹색으로 울울창창한 만연산

햇살을 받아먹는지 반짝반짝 빛이 나네.

저 빛 어머니처럼 화순을 부둥켜안네.

그대 가는 걸음걸음 그늘도 환하네.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소중한 순간

어느 피곤한 몸 잠시 쉬어 가는지

숨결이 들리는 듯 마음 자락 따스해지네.

노루목 적벽에 정좌한 김삿갓

묵향의 필력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휘날려

소통과 공감의 장터에서 살아보자고

두둥두둥 한바탕 굿판을 벌이네.

화순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

오롯이 쌓아온 시간을 호흡하네.

그대의 찬란한 앞날을 축복해주는지

만연사 종소리 먼 곳까지 울려 퍼지네.

화순 사랑, 향기로운 꽃이 피네.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대를 만나러 간다.

아무도 모르게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그동안 바람을 품고 살았나.

바람 속에 갇혀 살았나, 의문을 쫓는다.

가슴속에 품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공기가 있어 숨을 쉬듯 바람이 있어 숨을 쉰다.

바람 때문에 떠도는 내 영혼의 실체

늘 바람과 떠돌고 싶어 하는 사유는

피할 수 없는 고행의 길이다.

마음의 수수밭을 지나,

직소포에 들어 완창을 듣는다.

절망적이어서 좋고 절망스럽게 살아와서 좋고

이제는 세상이 보이기 시작해서 좋다.

아웃사이더의 설움이 울컥하는 것은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바람 때문인지 모른다.

다시 태어나고 싶냐는 물음

아니다라는 대답 사이로 행불(行佛)하란다.

그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바람을 품고 나는 행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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