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을 찾아가며
전병호 지음|푸른사상 시선 91|128×205×9 mm|140쪽|9,000원
ISBN 979-11-308-1358-5 03810 | 2018.8.10
■ 도서 소개
전병호 시인의 첫 시집 『금왕을 찾아가며』가 <푸른사상 시선 91>로 출간되었다. 시인이 나고 자란 고향과 겪어왔던 지역에서의 구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빚어진 시편들이 역사성과 아울러 진중한 감동을 선사한다.
■ 작가 소개
전병호
1953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교육대학과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 가작,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0년 『심상』 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으로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아, 명량대첩!』 『봄으로 가는 버스』 『들꽃 초등학교』 『전병호 동시선집』 등과 동시조집 『자전거 타는 아이』를 펴냈다. 세종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으며 2017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유망 작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현재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금왕(金旺)을 찾아가며 / 대청봉 해맞이 / 버리기 위해 쓴다 / 진달래 강산 / 오징어 사설 / 노근리의 달 / 회령포 가는 길 / 안개주의보·1 / 안개주의보·2 / 애월 바다에 와서 / 아침의 시 / 망초 들판
제2부
게재불요 / 발병 / 자정의 방 / 소주를 마시며 / 나무 아래 누워 / 빈 소주병 / 무심천 / 문 / 억새 들판 / 장마기 / 사과밭에서
제3부
빗방울의 노래 / 배꽃 마을 / 비가 / 코스모스 / 도피안사에 가서 / 겨울 청룡사에서 / 겨울 숲에서 / 매장 / 봄이 오지 않는다 / 새·2 / 노을 / 백지·1 / 백지·2 / 백지·3
제4부
내 사랑 에버빌 / 졸업 사진 / 우리는 아직 이별하는 법이 서툴다 / 적암리 폭설 / 민들레 씨 / 상봉고개에서 / 나의 이력 / 빛바랜 편지 봉투 / 서원 / 이별 여행 / 생동 요양원에서 / 겨울 낮달
제5부
역학 / 수혈 / 백지의 새 / 수습기 / 세 살이 / 짐승 / 창살 역설 / 감우리 마을의 종 / 실어증 / 안경 / 실종 / 억새 숲 호수 / 감염 / 별
■ 작품 해설:무심천의 시학 - 맹문재
■ 시인의 말
대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
내 삶에 대하여
이 시대에 대하여
나는 어떤 질문을 했는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젊은 날부터 써서 쌓아놓기만 했던 시
그것을 묶어 내는 것도 그 이유이다.
첫 시집이다.
감사하다.
■ 작품 세계
전병호 시인의 시세계에서 ‘무심천’은 작품의 토대이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상향이다. 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인 것이다. (중략)
시인이 무심천에 동화하는 것은 실존의식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바람직한 삶의 가치를 인식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세계 인식에 의해 무심천은 단순한 공간(space)에서 친밀한 장소(place)로 전환된다.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이다. 무차별적인 공간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공간을 더 잘 알게 되고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공간은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의 무심천은 충북 음성군 금왕읍,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충북 음성군 대소면 태생리, 충북 음성군 음성읍 감우리 등으로 확대된다. 강원도 설악산의 대청봉이며 철원의 도피안사, 독도, 전남 장흥의 회령포, 제주도 애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적암리 등으로도 확대된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장소가 되는 것이다.
(중략)
화자의 이와 같은 태도는 그동안 무장소(placeless)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소외당해온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먹잇감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느라 뿌리가 잘리고 그림자의 신세로 추락한 자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탐욕을 이용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이기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자는 무심천에서 그 근본적인 성찰과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화자에게 무심천은 가난과 슬픔과 외로움과 역사의 상흔이 밴 장소이다. 그렇지만 화자는 그곳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기 존재와 세계 인식의 토대로 삼는다. 장소애와 장소혼을 부여해 고통과 절망과 아픔을 그리움과 기다림과 애정으로 껴안는 것이다. 그리하여 화자는 무심천에서 원초적인 충만감과 안전지대로 삼을 수 있는 주체성을 획득한다. 이원화된 세계에 기울었던 질서를 회복하고 연대의 가치를 자각하며 역사적 존재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꽃이 피었다가 지는/그 시간의 한 점”(「배꽃 마을」)이 되고자 하는 화자의 이상향은 성숙하면서도 숭고하다.
―맹문재(문학평론가, 안양대 교수)
■ 추천의 글
『금왕을 찾아가며』를 관통하는 정서는 쓸쓸함과 애잔함이다. 그것은 가족, 이별과 죽음, 그리고 시인의 자의식 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시인은 북벽의 얼음 같은 준열함으로“ 새 길을 내듯 눈 내린 산을 걸어내려가/덮어도 덮어지지 않는”(「적암리 폭설」) 슬픔과 마주하며 그 모든 것들에 맞선다. 또 시인은“ 세상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내가/ 목소리를 낼 때는 시를 쓸 때뿐./구원이 되지 못하고 허기를 달래주지 못하지만/나는 열렬히 사랑한다, 시의 그 무능을”.(「버리기 위해 쓴다」)이라며 시를 믿고 시에 기대어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방희(시인)
■ 책 속으로
금왕(金旺)을 찾아가며
1
다가서면 산은 물러앉으며
숨겼던 길을 내준다
십일월의 마지막 날
버스에 몸을 싣고 흔들리면서
삶은 갈수록 막막했다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길 떠난 나는
왜 지금 금왕을 가고 있는가
쓰러지면 스스로 일으켜 세우던 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이젠 믿을 수 없고
실의에 차 찾아가는 폐광 마을
길은 몹시 흔들렸다.
2
일확천금을 꿈꾸며
구름 끓듯 모여든 사내들
삼삼오오 산야를 헤매다가 끝내는
마지막으로 혼자 찾아드는 폐광 막장
거듭 내려찍는 곡괭이 날 끝으로 단단한
절망만 확인할 뿐이어도
사내들은 떠나지 못한다
떠나간 사내에게도
꿈은 언제까지나 꿈으로 남아서
불면의 밤마다 손짓하고 있다.
3
금왕이여 빛나라
십일월의 마지막 날 다 저녁
실의에 차 찾아가는 사내의 꿈은
폐광인가 휴광인가
다시 한 번 막장의 두터운 절망을 깨어내면
한 맥을 찾을 수 있는가
찾을 수 있다면
더 큰 맥을 쫓아 다시 막장을 열다가
결국은 빈손 되어 돌아서는
금왕이여 금왕이여
애시당초 행복이란 안일의 다른 이름이었다
갈수록 삶은 회한만 깊어져서
옛 생활이 차라리 안빈했노라고 돌이키고 싶어 할 때에야
비수로도 끊지 못했던 욕망에서
스스로 풀려날 것인가
금왕이여 금왕이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사내의 꿈
저 거친 산야에 또다시 홀로 서게 하는가.
무심천
무심천 둑길 멀리
내 슬픈 젊은 날의 뒷모습이 보인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 찔러 넣은 채
둑길을 따라 흘러가는 냇물은
정말 바다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떠나가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돌아와 걸어보는 무심천 둑길
오늘에야 비로소 나는 본다
지친 내가 돌아와
남모르게 눈물 떨구고 간 자리마다
풀꽃 한무더기씩 피어나고
그 풀꽃 사이로
멈춘 듯 흘러가는 무심천
마침내 제 스스로 깊어지면서
꽃물 곱게 드는 것을
하늘과 맞닿은 하류쯤
강을 만나 바다로 흐르는 것일까
갈대 흐드러진 모래톱 위로
날개 흰 새 몇 마리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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