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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김황흠, <건너가는 시간>

by 푸른사상 2018. 6. 19.

 

 

 

분류--문학()

 

건너가는 시간

 

김황흠 지음푸른사상 시선 88128×205×7 mm1049,000

ISBN 979-11-308-1347-9 03810 | 2018.6.20

 

■ 도서 소개

 

김황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건너가는 시간<푸른사상 시선 88>로 출간되었다. 구체적인 시어의 사용과 정밀한 묘사를 통해 농촌의 풍경과 농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노래한 시집이다. 드들강의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들에게 건네는 소박하고 담백한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물한다.

 

 

시인 소개

 

김황흠

1966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광주 진흥고등학교와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다. 30대 초반부터 영산강 지류와 드들강이 있는 광주 근교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2008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숫눈이 있다.

 

 

■ 목차

 

시인의 말

 

1

건너가는 시간 / 사기 접시 / 가을 단장 / 어느 하루 / 반짇고리 / 포리똥, 파리똥 / 사이라는 말 / 그 자리를 바라보네 / 하지 / 길에 대한 단상 / 소나기 / 편지함 / 남평장 / 봄 무 작업 / 도깨비풀 이야기

 

2

와온 갯벌 / 한 발로 섰다 / 한파 / 폭포 앞에서 / 여치 / 플라타너스 나무 / 파장 / 밤중에 소리를 읽는다 / 콩 타작 / 논둑을 다듬으며 / 억새는 억세다 / / 달맞이꽃 / 폐사지에서 / 봄날 / 숨 놓을 때 / 이유가 있는 소리

 

3

감자 돌멩이 / 모주(母酒) / 고추 줄 치기 / 봄을 붙이다 / 동네 한 바퀴 돌며 / 양상추 / 다친 발에게 / 늦깎이 장마 / 뒤란 풍경 1 / 뒤란 풍경 2 / 뒤란 풍경 3 / 검은등뻐꾸기 / 두물머리에서 / 녹을 풀다

 

4

풍경 / 고요가 사는 동네 / 메밀국수 / 덫 줄 / 돌아오는 길 / 아침에 / 봄에 깃들다 / 범람 / 오월 / 휘파람새 / 왜가리 식구 / 메꽃 / 꽃샘추위 / 개구리 / , 남평대교를 바라보며

 

작품 해설시간과 공간의 합주, 그리고 그 육화된 질감 - 김규성

 

 

시인의 말

 

겨울 내내 강어귀에서 물오리들 푸드득거리는 날갯짓을 보며 지냈다.

한겨울 물오리 떼 소리만 그득하던 찬바람 뒤로하고 다시 돌아온 봄.

마른 억새 무더기를 휘젓던 뱁새들의 겨우살이와

왜가리 떼, 외발로 서서 버티던 살얼음이 녹고,

드디어 새로운 물결로 세상이 푸르다.

 

 

작품 세계

 

김황흠의 시는 농촌과 자연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시들이 도시적 감각을 남용하는 데 비해 반시류적 복고에 가깝다. 농촌이 도시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면서 농촌시도 운명을 함께했다. 그런데도 김황흠 시인은 농촌에 터 잡고 살며, 농촌의 숨결에 고인 언어를 우직스럽게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판에 박은 농민의 애환이나, 생명성의 구호적 반복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연이나 사물과의 순결하고 내밀한 대화를 통해 직관의 지혜와 때 묻지 않은 언어를 발굴해 닦아놓을 따름이다. 그러기에 기존의 농촌시에 비해 그의 시는 신선한 보편성을 확보한다. 이는 순수하고 성실한 성찰에서 오는 나름의 예지적 전략일 수 있다. 머지않아 농촌이 제자리를 되찾는 날이면 그의 시는 오히려 선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시의 바탕을 이루는 느림과 한가(閑暇)’는 도시 문명의 한계를 감지하고 도처에서 탈현대적 삶의 질을 추구하는 힐링의 원천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물에는 고유의 질감이 있다. 그것을 얼마나 섬세하고 탄력 있게 표출하느냐가 예술의 첩경이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의 대상이며, 소재요, 배경인 사물의 형상과 질료가 분출해내는 촉감을 마치 첫사랑의 입술을 입술로 포개듯 온몸으로 노래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일차적 조건이다. 시의 바탕인 서정적 감수성은 사물과의 끈끈한 육질적 교신을 나눈 언어를 질료로 삼을 때 비로소 그 몸을 얻는다. 몸이 없이/몸을 받지 못하고 제 딴으로 떠도는 박제된 시혼들이 시라는 이름을 도용해 시의 영토를 잠식하는 불구의 시가 판을 치고 있다. 그 속에서 김황흠 시인은 묵묵히 자신만의 시세계를 탐험하며 지극한 현재를 노래한다. 그리하여 무궁한 미래를 확충한다.

김규성(시인) 해설 중에서

 

 

추천의 글

 

김황흠 시인의 시들은 농사지으며 사는 삶 속에서 건져 올린 푸른 언어의 퍼덕거림으로 가득하다. 김황흠 시인에게 공부란 농사를 통하여 터득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가 농부 없이 살 수 없음은 물론이다. 시 쓰는 일과 농사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존재 형식이다. 시인은 봄부터 겨울까지 드들강에 기대어 사는 온갖 생명과 자연을 따뜻하게 껴안는다. 팍팍한 살림이 나아진 것 없어도 남평장에서 만난 장삼이사들은 늘 정겹다. 시인이 사는 농촌은 드들강에 깃들어 다같이 먹고 살자고 온갖 생명들이 오손도손 정답게 모여 있는 땅이며 숲이다. “얼마나 많은 샛강이 모여 바다에 이르고/또 얼마나 많은 사이가 모여 더 큰 힘이 되는가”(사이라는 말). 논배미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김황흠 시인의 이 시집은 고요하면서도 풍성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 김 완(시인)

 

시를 머리나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가슴으로, 대자연의 숨결로 낳으며 일상과 시가 유리되지 않는 삶을 누리는 시인이 눈에 밟혀온다. 강 비린내와 논밭의 시심이 늘 충일해 있고, 행동거지도 시종 시적 감성이 생래적으로 내재화돼 자연스럽게 분출한다. 그는 천성적으로 위선과 거리가 멀어 계교할 줄도 모르며, 소박하고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경계가 모호할 만큼 자연과 동화되어서 인위와 시비를 떠난 탈속적 성정은 은연중에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절대 자연, 그 자체다. “뒤스럭거리는 물살 소리를 읽는/시간이 노랗게 익어가는 그 자리에 박힌 질그릇처럼 투박하고 질박하기는 하지만 서슬을 품을 줄 알고, 또 어떻게 난청의 귓바퀴를 감아 많고도 그 많은 세상의 소리란 소리를 다 들었는지, 들으며 뒤척이었는지, 뒤척여서 이윽고 그가 새로운 물결로 빚은 세상은 이렇게 깊고 푸르기만 하다.

- 조성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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