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호박꽃 엄마
유순예 지음|푸른사상 시선 89|128×205×10 mm|152쪽|9,000원
ISBN 979-11-308-1348-6 03810 | 2018.6.25
■ 도서 소개
유순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호박꽃 엄마』가 <푸른사상 시선 89>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삶의 아픔을 극복하는 가족 사랑을 감동적으로 노래하면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적인 차원으로까지 그 사랑을 확대한다. 노란 꽃등을 켠 호박꽃 엄마가 제 자식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품어 안는 것이다.
■ 시인 소개
유순예
전라북도 진안고원에서 착한 농부의 2남 5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논두렁 밭두렁에다 꾹꾹 눌러 쓰는 부모님의 영농일지를 베껴 쓰다가 2007년 『시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말 시집 『나비, 다녀가시다』를 낳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두 번째 시집 『호박꽃 엄마』를 세상에 내보내는 중이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 도서관 연계 문학 수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봄, 밤 / 큰바람꽃 / 한밥 / 몸빼 / 적일(赤日) / 말하는 더덕 / 잡동사니꽃들의 수다 / 92병동 엔도르핀 / 경운기 / 냉이의 육아법 / 호박고구마 / 수수 빗자루 / 인삼막걸리 / 보름달 1 / 보름달 2 / 개구리 아가씨의 전언 / 숫제
제2부
저 빈집의 봄 / 선인장 / 담소(談笑) / 아이스크림 / 동백꽃 / 화분 속의 그녀 / 솎아내다 / 횡설수설 / 송사리 떼 백일장 / 치매 / 학 / 정선, 물매화 / 고시촌의 봄 / 아우라지 처녀상 / 밤꽃의 사설(私說) / 에로영화 감상 후기
제3부
홍제천 백로 / 굴뚝새 / 가시엉겅퀴들의 겨우살이 / 노랑과 빨강의 연대 / 고물 / 중덕, 구럼비 바위의 단서(丹書) / 비보(悲報) / 날아오르다, 홀씨 / 피꽃 / 촛불바다 / 더부살이꽃 / 시든 국화의 비가(悲歌) / 무릎의 신경질 / 형어(形語) / 탄핵촛불 / 사랑니 / 현호색
제4부
북을 주며 / 춘파(春播) / 고추 / 고수 / 두근두근, 비행기 / 바다갈매기 / 카약 / 파도 발자국 / 샌디에이고의 노을 / 자두 / 치자꽃 / 무녀리 / 빈 젖의 변명 / 성성한 기다림 / 하얀 심어(深語) / 캡사이신 / 호박꽃 엄마
■ 작품 해설:대상애(對象愛)의 시학 - 맹문재
■ 시인의 말
얼떨결에 낳은 첫째 아이를 큰물로 내보냈다
회초리를 든 산후통에게 종아리를 맞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열한 살 잡수신 세월이 꽃눈을 깜빡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세월과 눈이 맞아
둘째 아이를 낳아 큰물로 내보내는 중이다
배밀이하며 기어나가는 모습이 ‘호박꽃 엄마’를 닮았다
■ 작품 세계
유순예 시인의 시세계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고 사회적인 지위가 없고 배우지 못한 농민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당당함은 자식을 사랑한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비로소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부모를 비롯한 가족은 물론 자신과 인연이 된 사람들을 기꺼이 품는다. (중략)
“고추밭 가상/호박꽃 엄마”는 사랑스러운 자식이 있기 때문에 “환하게/웃고 있”다. 그리하여 “잔가시들 재운 몸으로/노란 꽃등 켜놓고/새끼들 앉을 자리/치우고 있”다. 자식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치마폭이 안고 있던/애동대동한/애호박이” “엄마, 난 언제 커?”라고 묻는다. 이에 “호박꽃 엄마”는 화들짝 놀라 “쉬잇, 도둑 들라!” 하며 자식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노란 꽃등을 끄며/치마폭에/새끼들을 숨”긴다. 빨리 자라나고 싶어 조급성을 띠는 자식을 지극히 아끼는 마음으로 다독이며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화자의 대상애는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확대되고 있기에 주목된다. (중략)
이기적인 인간 존재가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유순예 시인이 노래한 대상애는 주목된다. 시인의 대상애는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사랑이기에 진실하고,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 가치가 실현되는 세계를 이루기 위해 부단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세상 전체에 통째로 마음을 내어주는 모습이 시의 전편에 넘쳐 아우성친다. 온 세상이 사랑으로 맺어진 피붙이다. 혈연을 이루는 아버지나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가 일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농사일의 모든 것 속에까지, 그리하여 부모들이 가꾸는 채소와 과일들이 그 사랑으로 여물고 익어가고 있다. 또한 그것들을 먹고 나누며 사랑으로 충전되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때로는 구럼비로, 때로는 촛불 광장으로, 때로는 저 먼 나라 아메리카로 동남아시아 노동자로 쉴 새 없이 이동한다. 중요한 것은 그 넘침과 보살핌이 사랑의 마음으로 결곡하게 새겨진 언어 속에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집은 유순예 시인의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큰 사랑이 어디까지 관통하며 어디에서 머뭇거리며 어디에서 눈물짓는지를 진정성을 거느리고 있는 ‘담백한 솔직성’과 함께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마침내 실현된 시로 세워진 사랑의 왕국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수 있는 구체적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크다.
- 강형철(숭의여대 교수, 시인)
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어는 크게 보아 꽃과 혀로 보인다. 속도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의 세계를 탐방하면서 일구어낸 유순예 시인의 꽃들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고, 혀들은 침묵하는 법이 없다. 시인의 꽃은 강인하다. 지천에 피어 있지만 아무도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생성된 미지의 세계, 세계의 무관심에서 태어난 대지, 여기가 시인의 전장이다. 주변의 세계라 불리는 공간과 주변인이라 불리는 인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시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일인가. 즐거운 고통, 흥미진진한 슬픔으로 치부될 수 없는 엄연한 삶이 거기에 있다. 그러니 시인의 시에서 주변은, 주변인은 없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시적 주체들은 명랑하게 싸우는 법을 안다. 그 전장이 한 송이 꽃이다.
- 안주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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