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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간행도서

노은희, <우아한 사생활>

by 푸른사상 2018. 5. 28.

 

 

분류--문학(소설)

 

우아한 사생활

 

노은희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18146×210×17 mm288

14,500ISBN 979-11-308-1339-4 03810 | 2018.5.25

 

 

 

 

■ 도서 소개

 

따뜻한 배려가 담긴, 죽음에 대한 미학적 성찰

 

노은희 작가의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푸른사상 소설선 18>로 출간되었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남는가의 문제를 남은 사람들의 의식이나 삶을 통해 보여주는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죽은 자와 남은 자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감돈다.

 

 

■ 목차

 

 책머리에

 

나의 씨몽키

이사도라 사감의 병원 24

합리적 의심

할미꽃

완전한 소멸

우아한 사생활

미스터리 쇼퍼

미해결 과제

무언의 유언

안녕, 다마고치

 

작품 해설죽음의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_ 전기철

 

 

■ 저자 소개

 

노은희

서울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를 졸업했다. 2003년에 근로예술제 소설 부문에 작품이 당선되었고 능력중심사회구현 교육인적자원부 총리상을 받았다. 2008년에 개천문학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3년에 호국문예 국방부장관상, 2016년에 만해상(대한민국 국회의장상), 2017년에 교정문예 소설 부문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세명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경기수필가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경기문화재단과 충북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았다.

 

 

■ 출판사 리뷰

 

내일 죽을 사람처럼 오늘을 살라는 말도 있지만, 실상 우리는 우리 가까이 있는 죽음을 그리 체감하지 못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으로는 모른다. 그런데 노은희 작가의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고독사, 병사, 사고사, 자살. 생물학적 죽음부터 사이버 공간에서의 죽음까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태아의 죽음부터, 식물인간이나 치매환자 등 이미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 이들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죽음의 충격에 강타당하고, 받아들이고, 견디고, 외면하고, 잊어버리며 살아가야 하는 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며 독자에게 죽음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한다. 죽음과 바싹 붙어 있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 해설 중에서

 

노은희 작가의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의 주제는 죽음이다. 거의 전편에 죽음이 나온다. 부분이든 전체든 죽음이 주제이고 이야기이며, 플롯이다. 작품 속 죽음은 인물의 생활 속에 상존해 있다. 따라서 작품 속 곳곳에 죽음이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서 죽음은 일상이다. 더욱이 위험사회에 진입해 있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제 명대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 죽음은 삶의 일부이다. 우리를 따라다니는 이러한 죽음은 개인의 의지나 삶의 방식과는 무관하다. 공사장이나 철길, 테러, 감염병, 암 등 개인의 살아온 내역이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따라다닌다. 그만큼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산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죽음은 타자의 문제가 아닌 주체의 일부이다. 그동안 철학이나 심리학에서 죽음을 맞는 당자의 고뇌를 문제 삼았다. 키에르케고르나 하이데거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나 프로이트, 라캉과 같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죽음은 한 개인의 실존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죽음은 죽는 당사자의 실존적 문제만이 아니라 그 뒤에 남은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현실적으로는 남은, 혹은 남겨진 사람의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죽음을 실존적으로 의식하고 나서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죽을 수밖에 없는 개인의 실존을 문제 삼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남겨진, 혹은 남은 사람에게 그 죽음은 타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타자의 죽음을 대하는 주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은희 작가의 소설집은 이런 남은 사람들의 시각에서 죽음의 문제를 바라보는, 혹은 죽음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죽음 자체를 다루기보다 죽음 이후의 문제, 혹은 죽음 주변의 문제를 다룬다. 죽음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 혹은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기 위해서 작가는 여러 죽음의 경우를 보여줄 뿐 죽음 그 자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작가는 죽음을 실존적인 문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작가는 죽음을 삶의 과정으로 대타자화하여 타자의 죽음에 대응하는 주체의 삶의 문제를 냉정하게 추적한다. 그에게 죽음은 삶의 연속성 속의 한 지점 정도이다. 그만큼 작가는 타자의 죽음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 죽음은 한 인물의 삶의 일부가 된다.

전기철(숭의여대 교수·문학평론가)

 

 

■ 추천의 글

 

우아한 사생활에는 죽음에 대한 사회학적 탐색의 시선이 깔려 있다. 그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냉소적으로 죽음의 사회적 심장을 관통하기도

한다. 죽음은 살아남은 자의 존재론적 슬픔이 아니라, ‘이거나 갚지 않으면 안 되는 부채이다. 그의 소설에서 고독사, 병사, 사고사. 자살 등은 죽음이라는 사물로서의 인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감당해내어야 하는 채무의 유산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 유산은 유언처럼 내 몫의 상환금으로 돌아왔”(미스터리 쇼퍼)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널브러진 주검”()으로, “산후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무언의 유언) 동생의 죽음 등의 유형으로 막다른 풍경을 이룬다. 이 막다른 출구는 고해성사하듯 죽은 자의 눈동자”(합리적 의심)의 악몽, 지긋지긋한 과거로부터의 해방, 새 삶을 살 수 있는 생의 또다른 빛이다. 이러한 노은희의 죽음에 대한 미학적 성찰은 타자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즉자로서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배려의 작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노은희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삶의 미덕이 이루어낸 소설적 성과이다 .

김수복(단국대학교 교수)

 

 

■ 책 속으로

 

유품관리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마지막 죽음의 엄습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119나 병원 응급실을 호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고독사로 죽어가는 많은 독거노인들은 아들과 딸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지만 애석하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늘상 걸려오는 어미의 안부 전화일 거라 짐스럽게 생각하고 외면한 자식들은 두 번 다시 어미와 통화할 수 없게 된다. 아비의 잔소리일 거라 치부한 전화는 마지막이 되고 이미 숨이 끊어진 아비의 가슴팍에서 휴대전화는 시끄럽게 울어대다 끝내 방전이 되어버린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일찍 부모를 찾는 자식들은 그나마 멀쩡한 부모의 시신을 인도받게 되지만 시효가 오래 걸려 부모의 안위가 걱정되어 찾아왔을 때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부모의 마지막과 조우하게 된다. (, 14)

 

코끼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안대. 코끼리 스스로 직감한 죽음은 그를 한없이 걸어가게 하는 거야. 죽음을 위해 고독한 여행을 떠나는 코끼리의 발걸음은 무거운 듯 가벼워. 일정한 템포를 잃지 않고 담담히 코끼리는 걷고 있었어. 코끼리는 죽음을 예감하면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 오직 죽음의 땅을 찾아 걸음을 내딛는 코끼리의 뒷모습에 네 누나는 눈물 콧물 섞어가며 훌쩍거리고 있더라만 엄마는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읽었다. 사람의 악취미는 참 다양도 하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쪼글쪼글 주름투성이의 엉덩이를 실룩이며 걷는 그 코끼리. 결국은 실패했잖니. 카메라가 그의 죽음까지 추적해 뒤따랐으니. 죽어서 슬프기보다 제 뜻대로 죽지 못해 슬퍼 보였던 코끼리의 눈이 요즘 자꾸 떠오르네. 죽음의 길을 동행한 자의 몫인가 봐. 요즘 이미 죽고 없을 코끼리에게 엄마, 벌 받고 있어. (할미꽃, 129~130)

 

오늘도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죽여주기 위해 자판 앞에서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다. 산 자들이 제대로 사는 사이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죽은 자들의 잊힐 권리를 위해서 나는 장의사의 길을 걷는다. 문자의 장례를 치르고, 사진의 장례를 치르고, 동영상의 장례를 치르고, 음성 파일의 장례를 치르면서 다시금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깨끗하게 죽여주고 있다. (완전한 소멸,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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