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신화(한국 신화, 제주 신화), 문화
신화 비밀 코드
송문석 지음|153×224×18 mm|384쪽|19,000원
ISBN 9979-11-308-1336-3 03380 | 2018.5.10
■ 도서 소개
신화가 숨겨놓은 제주, 제주가 숨겨놓은 신화
송문석 문학박사의 『신화 비밀 코드』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천지왕 신화부터 설문대 할망 신화까지, 제주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의 비밀을 인지시학적 방법으로 해석하였다. 겹겹이 싸여 있어 어렵고 이상스럽던 신화가 하나둘 걸어 나와 우리에게 다가온다. 제주가 풀어내는 신화, 신화가 드러내는 제주를 만나러 간다.
■ 저자 소개
송문석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제주학생문화원 교육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인지시학』(2005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도서), 『예술의 기호 기호의 예술』(2006 대한민국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도서), 『문사철 지능논술Ⅰ, Ⅱ, Ⅲ』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채록의 시대를 넘어
네 개의 눈동자―문화의 신 : 천지왕 신화
사냥꾼의 운명―사냥의 신과 정착의 신 : 송당 신화와 궤눼기도 신화
출산, 승리의 프레임―생명의 신 : 삼승할망 신화
벤치마킹, 그리고 심사―인증의 신 : 초공 신화
아들에게 상속할지니―상속의 신 : 이공 신화
남자를 고르는 기준―결혼의 신 : 삼공 신화
의녀(醫女)의 넋을 달래며―치료의 신 : 차사 신화
새―전염병의 신 : 지장 신화
농사직설의 노래―농사의 신 : 세경 신화
칠당가람을 지어라―당우의 신 : 칠성 신화
동자석(童子石)을 위하여―문전의 신 : 문전 신화
무기여 안녕―무기의 신 : 영감 신화
인정―공양의 신 : 멩감 신화
찢어진 이야기 지도―창세의 신 : 설문대 신화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천지왕과 총맹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대별왕과 소별왕 형제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박씨를 심어 쭉쭉 뻗어난 덩굴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인정을 받고, 지상과 저승을 맡아 다스리면서 두 개의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떨어뜨려 혼란스런 세상을 안정시킨다. 제주에 전해져 내려오는 천지왕 신화를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천지개벽의 창세신화로 파악했다. 그러나 『신화 비밀 코드』에서는 이 신화에 제주만의 문화를 접목한다. 신화는 역사를 따라 내려오며 변용되기 때문에, 그 변용된 부분을 해석하기 위해 문화라는 열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하여 저자가 새로이 풀어낸 천지왕 신화에서는 가족관계, 죽음과 매장, 정착과 이동 생활에 관련된 제주의 문화가 드러난다.
『신화 비밀 코드』는 이와 같은 식으로 신화 속에 숨겨진 비밀 코드를 추적한다. 씩씩한 자청비가 등장하는 세경 신화는 농경 사회의 질서를 상징하고, 거인 설문대 할망 신화는 제주 사람들을 위한 생존 지도로 재해석된다. 그리하여 제주 신화는 그저 흥미로운 텍스트가 아니라 제주의 생활 양식과 제주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단단히 결부되어 있는, 현재도 살아 숨쉬는 문화 요소임을 증명한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일만 팔천 신들의 고향이 위태롭다. 사회 변화와 함께 신화의 무대가 되었던 무속의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제주 공동체의 생활 의식을 규정했던 신화의 힘은 사회 변화와 함께 생활규범으로서 지위를 거의 상실했다. 신앙민이 떠나버린 무속, 삶과 유리된 신화, 그 속에서 일만 팔천 신들도 고향을 잃어가고 있다.
신화는 초월적인 신의 내력담이며 동시에 숨겨진 문화의 역사이다. 얼핏, 신화와 문화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을마다 존재하는 당을 보면 그 속에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그래서 제주의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신화가 곧 문화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의 위치를 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주문화의 정체성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다. 신의 좌정처는 어디일까. 당일까? 당에만 머무는 신은 살아 있는 신이 아니다. 신앙민들의 가슴속에, 생활 속에 깃들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신이 되어 당에 머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신화가 되려면 심방의 입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심방의 입에서 끝나는 신화는 생경한 제주어의 이해되지 않는 주술일 뿐이다. 수많은 독자의 가슴속에서 이해되고 공감되고 소통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신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주신화를 살아 있는 신화로 자리매김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심방의 입에만 매달렸고, 혹, 고장난 레코드가 이상한 첨가음을 내거나 한 칸 건너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어떤 심방이 어떤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하면 새로운 원전(原典)을 발견한 듯 호들갑을 떠는 형국이다.
해석과 창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해석에는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지만 그렇다고 여성성을 과대 포장하거나 지나치게 영웅성을 강조하는 것을 올바른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 그것이 해석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아니라고 하려면 적어도 일관된 해석과 해석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채록을 넘어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일관된 해석 방법으로 풀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대문학의 연구를 위해 내가 정립했던 ‘인지시학’의 방법을 제주신화에 적용했다.
‘인지시학’으로 풀어서 꺼낸 제주신화는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던 민중의 삶의 지혜, 아픔, 투쟁의 전언이었고 역사였다. 어떻게 삶을 이어왔는지, 삶을 이어오기 위해 어떤 질서와 제도가 필요했는지, 그 제도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태어나 지금까지 제주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체득한 제주문화에 대한 약간의 이해와 인지시학의 방법이 나를 신화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하였고, 그리고 신화가 숨겨놓은 제주의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것이 ‘신화가 숨겨놓은 제주’라는 부제가 달린 『신화 비밀 코드』이다.
이제 신화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제주신화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오름과 바닷가 돌 사이에, 지금까지 생경한 제주어와 상징으로 숨어 있던 신화가 상징의 옷을 벗으면서 차진 언어로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들도 이 책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 못지않게 재미있는 제주신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달빛에 젖어 있던 신화가 우리 모두의 관심으로 햇빛에 바래는 역사가 되기를 기대하며 쓴 『신화 비밀 코드』는 청소년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다양한 상상력과 재미를 줄 것이다. 제주신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신화를 해석하는 나의 상상력을 즐기면서 제주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신화를 이미 접했던 독자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던 독자들은 의미를 깨닫는 놀라운 경험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신화 연구자들에게는 신화의 의미를 추출하고 해석하는 방법 하나를 부가적으로 획득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신화 비밀 코드』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쪽에는 제주신화의 원전을 의미가 파괴되지 않게 충실히 실었고, 다른 한쪽에는 신화가 숨겨놓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도록 배치하면서 읽기 쉽게 구어체를 사용하였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교리를 해석했다고 해서 종교의 권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듯, 심방이 구술하는 신화를 풀어냈다고 해서 신의 권능이나 심방의 권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사회적 관심이 전혀 없던 시절부터 오랜 세월 개미가 좁쌀을 줍듯, 제주신화의 채록을 위해 헌신하신 문무병 선생, 진성기 선생, 그리고 고(故) 현용준 선생께 경의를 표한다. 채록의 시대를 넘어 해석의 시대로 나를 이끈 힘의 근원이 선학(先學)들의 공덕임을 밝힌다.
■ 책 속으로
이승에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일. 아이들에게 주어진 해도 둘, 달도 둘인 문제. 아버지도 둘, 어머니도 둘인 세계야. 친부와 새아버지, 친모와 새어머니 중 누구를 아버지와 어머니로 인정할 것인가? 아이와 처음 관련을 맺는 것은 친부, 친모이고, 성장하면서 관계를 맺은 것은 새아버지와 새어머니야. 대별왕이 쏘아 떨어뜨린 것은…… 뒤에 오는 새아버지와 새어머니였어. 그렇게 되면 아이들과 친부모가 같이 사는 세계가 만들어지겠지. 씨족의 출현인 거야.
(본문 24~25쪽)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자청비가 해야 할 일은 끝났어. 하지만 마지막으로 문도령이 어떤 씨인지 밝혀야 돼. 그래야 사람들에게 밭에 어떤 씨를 뿌릴지 알려줄 수 있어. 자청비에게 뿌릴 씨, 즉 땅에 뿌려야 할 씨의 정체. 자청비가 하늘나라의 난리를 평정하고 가져온 오곡, 이것이 문도령의 정체인 거야.
세상에는 선택되어 밭에 뿌려지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씨들이 있어. 나를 선택해달라는 씨들의 아우성, 이게 하늘나라의 난리야. 자청비는 수많은 씨 중 오곡을 선택해. 이 오곡이 자청비의 남자 문도령의 이름인 거야.
그렇게 자청비는 오곡을 받아와 농사를 관장하는 세경할망이 된 거지.
(본문 264~265쪽)
일반적으로 지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2차원 평면인 종이나 가죽 등에 그림으로 그려낸다. 그렇지만 종이나 가죽을 다뤄 지도를 만들 기술이 없던 시대, 제주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생존을 위해 이야기 지도를 만들었고, 떠나는 자식들에게 들려주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되어 있어 기억하기 쉽도록 만든 이 지도는 자식을 염려하는 지혜의 결정판이다.
지도를 그리는 방식은 설문대할망의 누운 자세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의 방위를 정했고, 할망이 빨래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과 지역의 관계를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알려주었으며,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자신이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짐승을 잡는 사냥의 방법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을 때 물이 있는 곳,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는 장소, 식량을 도저히 구할 수 없을 때 한라산 영실 쪽을 피하고 바다가 더 유리하다는 이동의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이야기 지도는 생존을 위한 최초의 제주도 지도이다.
(본문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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