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영문학, 산문)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
조지 기싱지음|이상옥 옮김|147×217×17 mm|344쪽
19,000원|ISBN 979-11-308-1337-0 03840 | 2018.5.12
■ 도서 소개
영국 산문문학의 고전, 조지 기싱 수상록
조지 기싱의 자전적 산문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헨리 라이크로프트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써내려간 조지 기싱의 수상록은 100여 년의 시간적 간격과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적 간격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자연과 사회, 인간과 문명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 목차
■ 서문
봄
여름
가을
겨울
■ 해설:내밀한 삶의 기록 _ 이상옥
■ 저자 소개
조지 기싱(George Gissing)
어린 시절부터 고전학자의 소질을 보였으나 청소년 시절에 저지른 비행으로 그 꿈을 접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일생 동안 비교적 많은 작품을 썼음에도 그는 작가로 성공하지 못하고 궁핍하게 살았다. 오늘날에는 『가난한 문인들의 거리』 등 한두 편의 소설만 존중되고 있는 편이지만, 만년에 쓴 수상록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만은 영국 산문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옮긴이 | 이상옥
서울대학교를 거쳐 영국 서식스대학 및 미국 뉴욕주립대학(스토니부룩)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서울대학교에서 퇴임 후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 『조셉 콘래드 연구』 『이효석의 삶과 문학』 외에, 산문집 『두견이와 소쩍새』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등이 있고,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및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등 영미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 출판사 리뷰
19세기 말 영국의 작가 조지 기싱은 2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스물몇 권의 저술을 남겼으나,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것은 소설 같기도 하고 수상록 같기도 한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이다.
젊어서는 런던의 초라한 단칸방에 몸을 담고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끼니를 걸러야 할 정도로 궁핍한 문필가로 살아갔던 헨리 라이크로프트가 뒤늦게 지인으로부터 얼마간의 유산을 받게 되어 소박한 전원 생활을 하면서 간간이 펜을 들어 남긴 기록을, 라이크로프트 사후에 친구인 조지 기싱이 정리해서 책으로 펴냈다는 것이 이 책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인데, 물론 헨리 라이크로프트는 가공의 인물이며 따라서 권두에 실린 기싱의 서문은 이 작품의 액자를 이룬다. 그리하여 조지 기싱은 헨리 라이크로프트가 되어 산업혁명 이후 급변하는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아름답고 한가로운 시골에서 은둔하는 어느 지식인의 사색과 성찰과 비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은 100여 년 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독자에게 동시대 이야기처럼 읽힌다. 100년 이상의 시간적 간격과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적 간격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자연과 사회, 인간과 문명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고전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 해설 중에서
(전략)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은 모두 100여 편에 달하는 에세이풍(風)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 토막글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각 부분마다 수록되어 있는 스물대여섯 편씩의 글이 모두 표제 계절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낱낱의 글은 독립해서 읽힐 수도 있고 더러는 잇달아 몇 편이 같은 주제를 일관성 있게 쫓기도 하지만 책 전체의 구조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일관성 있는 주제나 이렇다 할 만한 맥락을 찾아볼 수는 없다.
이 책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자 조지 기싱이 헨리 라이크로프트라는 가공적 인물의 펜을 빌려 몇 가지의 중요한 주장을 거듭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들은 자연 친화,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평, 자기성찰 등에 관한 것들인데 기싱은 흔히 경구적(警句的) 어조를 띠곤 하는 미려한 문체로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게 펴나간다.
(중략)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은 기싱이 1902년에 처음으로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이듬해 정월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는데 그의 저작물 중 아직도 널리 애독되고 있는 유일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기싱은 헨리 라이크로프트라고 하는 가공인물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원제에 나오는 ‘사사로운 기록들(private papers)’은 라이크로프트가 남겼다는 내밀한 일기풍의 에세이들을 가리킨다.
(중략)
우리는 이 책 속에 피력된 견해들이 우리에게 시의성(時宜性)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영국은 크게 변모했고 이 변모는 많은 경우 발전을 의미했지만 더러는 소중한 것들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싱 당대의 영국인들은 대체로 물질문화의 발달에 대한 낙관적 견해에 못지않은 회의주의 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바로 이 점이 지난 몇십 년간에 걸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들뜬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물질적 만족에 못지않은 정신적 동요까지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심상찮게 시사적으로 다가온다.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내밀한 기록』이 우리에게 범상한 수상록으로만 그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기싱 시대에 유럽을 휩쓸고 있던 시대적 사조에서 우리 시대의 추세를 아무 유보 없이 유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싱이 관찰하고 느끼며 생각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한 지식인이 무언가 가치 있는 것들을 지키려고 들인 노력의 전모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이런 지적 노력은 비록 시대와 지역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소중한 전범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점은 그의 수상록으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널리 읽힐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100여 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나 서양과 동양이라는 공간적 거리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라이크로프트의 수상록을 읽으며 기싱이 동시대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여, 바로 우리 시대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는 생각을 빈번히 하게 된다
■ 책 속으로
내게는 이 일기가 지닌 사사로운 호소력이 아주 강하게 다가왔고, 혹시 이 일기에서 책 한 권 분량을 가려 뽑는다면, 눈으로만 읽지 않고 마음으로도 읽는 독자들에게는, 적어도 그 성실성만으로도 가치가 없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원고철을 펴서 읽었다. 그 속에는 한때의 욕구가 그것도 아주 수수한 욕구가 이제는 충족되었다고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행복감까지 누리고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었다. 그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했다. 그는 또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한 인간의 능력이 미치는 한 최대의 진실을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 일기는 인간적 흥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출간을 결심했다.
(서문 9쪽)
사람들은 흔히 돈을 가지고서도 가장 귀한 것들은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입에 발린 소리는 곧 그들이 돈이 부족해서 고생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다. 1년에 벌 수 있던 돈이 생계비로는 몇 파운드씩 부족했기 때문에 내가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슬프고 황량했던 삶을 되돌아볼 때, 나는 늘 돈의 위력 앞에서 새파랗게 질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가난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소박한 형태의 행복 같은 그런 흐뭇한 즐거움마저 놓쳐야 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본문 28쪽)
여름철 해 뜰 무렵에 밖으로 나가 본 것이 얼마 만인가? 이런 외출은 보통 수준으로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육체적·정신적 기쁨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기분과 환경이 어우러져서 이런 외출을 가능하게 해 주는 날은 한 해에 하루나 될까 말까이다. 생각해 보건대, 날이 밝은 후 여러 시간이 지나도록 잠자리에 누워 있는 버릇은 참으로 이상하며 전적으로 나쁜 버릇이다. 오늘날보다 더 건강하던 예전 사람들의 삶에 현대적인 체계가 들어오면서 빚어진 가장 바보 같은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버릇이다.
(본문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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