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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간행도서

박지영 산문집, <꿈이 보내온 편지>

by 푸른사상 2018. 5. 11.

 

 

분류--문학(산문)

 

꿈이 보내온 편지

 

박지영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23140×217×13 mm216

14,800ISBN 979-11-308-1334-9 03810 | 2018.5.3

 

 

■ 도서 소개

 

꿈은 내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주려고

나에게 편지를 계속 보내는가 보다

 

박지영 시인의 산문집 꿈이 보내온 편지<푸른사상 산문선 23>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시처럼 섬세하고 단아한 언어로 꿈을 기록하고 사색을 펼쳐나간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노라면 창가의 새소리에 귀가 열리고 커피 향기도 유난히 그윽해질 것 같은, 일상의 휴식이 되어주는 산문집이다.

 

 

목차

 

작가의 말

 

1. 입이 붙어서

꿈과 시 / 꿈이 보내온 편지 / 꿈 일기 / 알람 / 입이 붙어서 / 또 우울하다 / 귀뚜라미 / 7월의 태양 / 영화를 보다 / 광기 / 섬뜩함 뒤에는 / 봄의 불청객 / 낯설다 / 인정의 미학 / 세상의 아버지들에게 / 시선에 따라붙는 욕망 / 바람둥이 제우스 / 타인의 시선 / 여기에서 저기로 / 여성의 시대가 오다

 

2. 시여 내게로 오라

깊은 달우물 / 항아리 뚜껑 속의 물알 / 말의 향기 / 등나무 예배당 / 유통기한 / 유리의 소멸 / 삶과 죽음 / 딸기 먹으러 간다 / 이별, 그리고 시작 / 비 냄새와 빗소리 / 쪼글쪼글해진 사과 / 시와 진실 / 새 아침의 명상 / 시여 내게로 오라 / 새소리 / 소리를 보다 / 옛것의 아름다움 / 착한 구름이 나에게 / 12월을 보내며 / 골목 풍경

 

3. 자화상

머리카락 / 산과 인간관계 / 스승의 자세 / 참말 / 책과의 씨름 / 자화상 / 풀과 삶 / 종이책 예찬 / 글쓰기 / 행복 바이러스 / 해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 모든 시는 상처다 / 된장 예찬 / 무꽃 / 광복절 단상 / 존칭의 유희 / 독서 방랑기 / 걷는 것만 생각하라 / 색연필

 

4. 숨구멍

여름 가다 / 생명줄 / 느림의 미학 / 영혼에 태엽을 감는 시간 / 이름을 불러주세요 / () / ()의 암호를 해독하자 / 선물 / 기름과 향유 / 질투 / 겸허해지다 / 커피 한 잔 / 밤 사냥을 떠나며 / 황금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 밥값 / 애별 / 지혜의 문을 향하여 / 애달픈 색 / 신의 지문 / 말구멍

 

 

저자 소개

 

박지영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시인이 되고 싶어 1992심상으로 등단했고, 시를 깊이 읽고 연구하고 싶어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시집으로 서랍 속의 여자』 『귀갑문 유리컵』 『검은 맛, 남편과 공저로 사진시집 눈빛, 정신분석적으로 살펴본 평론집 욕망의 꼬리는 길다등을 간행했다. 대구문학상과 금복문화상(문학 부분)을 수상했다. 영남일보박지영의 마음 톡톡칼럼을 쓰고 있다.

 

 

작가의 말

 

나는 꿈을 많이 꾼다. 그래서 내가 미처 꾸지 못한 꿈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말이 되지 못하고 그냥 스러져버릴 꿈들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꿈을 무심히 넘겨버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꿈은 나에게 보내오는 신호 같기도 하고 메시지며 신이 전하는 계시 같아서 기록하게 되었다. 꿈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람은 잠을 자고, 잠 잘 때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는 것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해서이고 꿈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잠은 건강하지 못한 잠이다. 우리는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꿈에 윤리 도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어떤 꿈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꿈은 황당해서 피식 웃고 말 때도 있다. 가끔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꿈이 재해석되기도 한다. 꿈은 소원 충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내 욕망이 바로 꿈속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낮에 일어났던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의 실마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꿈은 들여다볼수록 경이롭다. 꿈이 없었다면 우리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꿈은 내가 잃어버린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되찾아주려고 나에게 편지를 계속 보내는가 보다.

내 안에 어떤 힘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다. 난 그걸 풀어내기 위해 쓰고 또 쓴다. 밤에 꿈이 있다면 낮에 꾸는 꿈은 몽상이다. 산문집은 나의 사유의 기록이다. 시를 쓰면서 머릿속에 맴돌던 말들을 산문으로 풀어놓았다.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칼럼과 시작 노트 그리고 메모에서 원고를 추렸다. 내게는 심오한 철학이나 이론을 담을 만큼의 지식은 없지만 작으나마 꿈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이 책을 통해 넓혀지길 바랄 뿐이다.

 

 

책 속으로

 

사실 꿈의 의미는 꿈꾼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역으로 꿈의 해석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추적해낼 수도 있다. 나는 꿈 일기를 쓰고 있으며 주변에도 꿈 일기를 권하고 있다. 전날 꾼 꿈을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고 오줌 한 번 누고 나면 꿈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 내용을 다 적으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단어 서너 가지만 메모했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꿈 일기를 쓴다.

(본문 15)

 

댓돌 밑으로 내려서면 깊은 우물이 있다 이무기가 살 것 같은 우물. 거기에 달빛이 비치면 푸른빛이 더 푸르게 빛나 그 우물에 목욕하고 나온 듯 더 말간 달빛이 어둠을 감싸고 돈다. 어둠 헤치고 뒤란을 돌아가면 깊은 우물에 댓잎 그림자 달빛에 어른거린다. 푸른빛이 더 푸르게 빛나 하얗다. 달빛 속에 서 있는 어머니는 장항아리 위에 정화수 한 사발을 떠놓고 밤이슬 내리도록 천지신명에게 빌고 삼신할미에게 빌고 또 빈다. 물사발 속에 노란 호박 같은 달 뜨고 달 속에 깊은 우물 어린다. 달우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어머니 불룩한 배에 커다란 알을 안고 나온다. 그 우물에 목욕하고 나온 듯 더 말간 달빛이 어둠을 감싼다.

(본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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