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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간행도서

제리안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by 푸른사상 2016.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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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EC%83%89%EC%97%B0%ED%95%84

제리안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푸른사상 시선 72>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에서부터 어긋난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감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허희는 관계의 불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되, 관계의 거리가 내포하는 유동성을 탐색하는 시라고 평한다. 당신과 나, 그 거리를 시인은 한 마리의 고래가 되어 유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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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개 %EC%83%89%EC%97%B0%ED%95%84

제리안(본명제미정)

1979년 벚꽃 흩날리는 계절,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문학바탕신인문학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태국으로 날아가 5년간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느릿느릿 문학을 탐닉했다. 귀국 후에는 교육신문과 여행잡지사의 기자를 거쳐 출판사 편집장 직을 내려놓기까지 성실하게 종이 밥을 먹었다. 현재는 글을 쓰며 경험한 치유의 과정을 토대로 치유하는 글쓰기전문가이자, 달달한 이야기를 쓰는 전업 소설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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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C%83%89%EC%97%B0%ED%95%84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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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흔 번째 벽화 / 결별하기 좋은 무렵의 / 내 식탁 위의 양 떼들 / 레드 베타 / 명랑하게 위대하게 / 푸앵카레의 도넛을 먹다 / 사과의 미스터리 / 정오의 그루밍 / 하나의 과반수 / 모든 여자는 결혼할까요? / 난감한 실화 / 손목의 터널 / 저수지 미용실 / 휴지라는 화석에 관한 보고서 / , 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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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빵 속의 방이 울 때 / 피리 여인입술 위의 음률들 / 라일락 나무가 있던 집 / 하이하오 / 엽서를 요리하는 시간 / 종말의 속도 / 엄마를 고르는 저녁 / 당신의 춤에 들어가 / 종이 한 장의 무게 / 독거 / 살라 드 우유니(Salar de Uyuni)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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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로스워드 /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 십의 배수 / 쓰레기론() / 망종 / 목련, 길을 묻다 / 간고등어4월의 바보 물고기 / 빗속에서 만난 섬 / 해바라기에 세 들어 사는 여자 / 왈츠의 풍경 / 호버링 / ()답지 않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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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봄비 / 빨래 건조기 / 장미의 무덤 / 냉장고 불법 점거 사건 / 태풍 후(WHO) / 깃발 / 어디선가 껍질의 노래 / 시냇물 같은 사람 / 분기점의 그녀 / 흔한 자국들 / 봄 바다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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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동물과 인간이 병치된 비극적 간극을 엿보다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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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계작품 해설 중에서 %EC%83%89%EC%97%B0%ED%95%84

인간은 누구나 (          ). 빈칸 안에 들어갈 합당한 단어를 생각해본다. 거의 모든 동사와 형용사가 올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술어보다는 부정적인 술어가 먼저 떠오른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한다는 말은 이상적인 거짓 같고, 인간은 누구나 괴롭다는 말은 비관적인 진실처럼 들린다. 초라한 내 경우를 반영하여 빈칸을 채우고 보니 하나 마나 한 말을 한 것처럼 찜찜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무래도 시의 언어는 행복과 완성이 아닌 불행과 결핍에 어울리니까. 서사론에 가깝다고는 하나 시학(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분석 대상도 두려움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비극이었다.

고대로부터 전래된 비극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쓰인다. 이제부터 그중에 한 가지 사례를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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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타일이 모래사장처럼 깔려 있는

욕실에서 옷을 벗는다.

물이끼로 얼룩진 거울 속 검푸른 등

유난히 배만 하얀 나는

자라도, 자라도 언제까지나 너에겐 꼬마 향고래

잃어버린 미끈한 발을 욕조에 담그고

어느새 난 바다에 잠겨 있다. 눈썹 위로 비가 내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에게로 가기 전 숨을 고른다.

어둑어둑 검어지는 천장엔 물병자리

눈물의 수압을 밀어내며 꼬리지느러미를

힘껏 펼치는 이유를 넌 아니,

텔레파시 같은 건 이제 말을 듣지 않아

난 길을 잃고 점점 얕아지는 물길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믿었던 꼬리지느러미조차

너의 시간은 역류하지 못한다.

힘을 다해 마지막 초음파를 쏘아올리고,

이제 나는 달려간다.

뭍이 다가오고 등에 새겨진 파도의 문장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울컥 토해낸 바다,

숨소리 잦아든다.

―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전문

이 시집의 표제작에 담긴 비극성이 이 정도다. 나와 너의 은유인 고래와 바다의 거대한 규모는 인간의 협소한 범위를 벗어난다. 정서적인 크기를 물리적인 크기로 변환한 셈이다. 물론 양자가 동일한 위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바다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에게 화자인 나는 꼬마 향고래일 뿐이다. 무한한 너는 유한한 나를 압도한다. 이 시에서 나는 너를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네가 바다이고 내가 고래인 한에서, 실은 성립될 수 없는 여정이다. 고래가 바다에서 살 수밖에 없듯이 나는 네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편안히 숨 쉬고 있을 때는 세상에 공기가 있음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너와 언제나 함께 있는 현실을 나는 특별하게 의식하지 못한다. 시의 제목이 묻는다.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바다인 너의 덕분에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길을 잃고 점점 얕아지는 물길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너를 찾으러 나는 강으로 간다. 온전한 너는 여기에 있는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내가 특정한 너에게로 가려고 애쓰다 죽게 되는 비극이다.

본래 하나였던 너와 나는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 자신이 한 선택과 행동이 스스로를 나락으로 내모는 이 시에는 독자로 하여금 두려움과 연민의 감각을 벼리게 하는 비극적인 서사가 내재해 있다. 고래가 강에서 죽은 까닭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결과다. 그러니까 이것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점점 커져, 결국에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 간극에 대한 시다.

(중략)

고래-달팽이-물총새로 연계된 동물과 인간의 비극론 세 편을 통해서, 관계의 불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되, 관계의 거리가 내포하는 유동성을 탐색했다. 나름대로 고심했으나 해명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가까워지려고 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려고 하면 가까워지는 관계의 반동적 메커니즘을 비롯해 이 시집에 대한 풍부하고 정치한 접근이 더 많이 요청된다. 한 사람의 독자가 쓴 이 글은 시집이 가진 의미망의 극히 일부를 거론했을 뿐이다. 나머지 과제는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를 읽고 있는 또 다른 독자, 바로 당신에게 부탁한다.

허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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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EC%83%89%EC%97%B0%ED%95%84 

내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떨어왔던

순한 짐승을 위해 따스한 집을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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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EC%83%89%EC%97%B0%ED%95%84

제리안의 시는 본질적으로 아이러니의 산물이다. 그의 시는 어긋남과 결핍의 간극에서 탄생한다. ‘누락된 계절로 상징되는 그의 유년이 가져다 준 결핍의 가족사는 그가 꿈꾸는 사랑이 유니온을 갈망하게 해주고 그는 스스로 사과(사랑/)를 기다리는 빈 접시가 된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갈망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시는 결별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별이다. 이러한 결별은 필연적으로 아픔을 동반하지만, 이러한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시인은 그 다음으로 아픈 기억으로부터의 결별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실현되지 않는 망각은 필연적으로 그리움을 낳는다. 시인은 그리움의 끝에서 솔직함의 지형을 발견한다. 그는 다시 거짓으로부터의 결별을 시도한다. 그의 솔직함은 종종 불온한 풍경을 낳지만 그 불온함이야말로 그의 시의 뿌리이며 동력이다. 그는 지금도 불온한 물총새가 되어 호버링을 하며 공중에서 시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엿보고 있다. 그의 예리한 눈빛이 건져 올린 물고기의 싱싱한 지느러미를 바라보는 일은 즐겁다. 나는 지금 찬란한 결정의 시를 맛보기 위해 우유니 소금사막에 와 있다. 아마도 그곳에는 내가 찾는 고래가 있을 것이다.

박남희(시인, 문학평론가)

 

어른과 어른의 간극”(십의 배수)을 메우기 싫어 아른아른 안개가 되어버린 제리안 시인이 잃어버렸다는 섬은 어디쯤일까? 무중력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꼬마 향고래처럼 거대한 듯 내밀하고, 무심한 듯 무한히 감각적인 그녀의 언어들이 식탁 모서리로 양떼”(내 식탁 위의 양떼들)처럼 몰려들거나 굶어 죽은 바람처럼 울대를 관통”(피리 여인)하며 찾아든다. 제리안 시인의 섬은 적요와 긴장이 노을빛으로 떠다니는 투명한 유리섬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맑고 아름답지만 무척 견고해서 허술하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때로 도발적이고 이국적이다. 그녀의 언어들이 머무는 곳, 태양이 빛날 때와 빛을 등지고 앉아 있을 때의 생경하지만 차갑고 의연한 양날의 언어들은 꿉꿉한 문학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해독할 수 없었던 사랑과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난발된 메타포(살라 드 우유니)가 완역될 오색영롱한 유리섬을 찾아가는 길, 독자들이 기꺼이 동행하리라.

고경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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