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쪽 | 값 20,000원 | 2016.12.20
■ 도서 소개
남풍회의 산문집 <숙맥> 10집이 『헐리지 않는 것이 없는데』란 제목으로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서울대학교 출신 교수들로 이루어진 이 모임에서는 풍부한 인생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깊이 있는 글들을 모아 해마다 한 권씩의 수필집을 발간하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글에서 추억 속의 그리운 사람들, 주고받은 말 한마디, 아련한 풍경 하나하나를 무심하게 보아 넘기지 않는 저자들의 심오한 사유와 세심하고 순수한 마음결을 읽을 수 있다. 이 세상 생명을 가진 모든 것, 아니 무생물들조차 세월이 가다 보면 헐리지 않는 것은 없지만, 살아가고 생각하고 비워가면서 터득한 그들의 깨달음만은 어쩌면 헐리지 않고 영원할 것만 같다.
■ 도서 목차
책머리에
이익섭 고맙다는 말의 고마움
헐리다
그대, 풀빛 언더라인
김명렬 나건석 선생님
문리대 교정의 나무들
황금 부처
변월룡 화백의 어머니 초상
갈대 소년
김상태 싸움 본능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나의 집
우리 다시 만나요, 창진 형
김학주 시골 글 모르는 사람들의 지식
타이완 친구 장헝을 애도함
위대한 시인 조조
지렁이를 읊은 시
김용직 산동반도, 위해위 기행 ― 2007년 한·중·일 국제 학술회의 참가기
갈잎 노래 을숙도 산 순정주의― 내 기억 속의 김창진 형
김창진 나신을 스치겠지요
누옥(陋屋), 누옥(漏屋)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이상옥 2015 유럽 여행 이삭 줍기
못 말리는 들꽃 시인 남정 ― 한 사사로운 추념
정진홍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곽광수 초우재 거사의 초상
이상일 남정의 해사 시 읽는 기쁨 1, 2
60년 전의 시를 찾던 3인 통신 ― 초우재와 염 부장
문집(文集)의 불능 ― 카톡 통신과 사신망(私信網)
주종연 춘란으로 고향에 다시 태어나소서 ― 삼가 남정 형 영전에
정재서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이 시대의 회재불우(懷才不遇)
고왕금래(古往今來) 연편(連篇)
■ 저자 소개
이익섭:서울대학교(국어학) 김명렬:서울대학교(영문학)
김상태:이화여자대학교(국문학) 김학주:서울대학교(중국고전문학)
김용직:서울대학교(한국현대문학) 김창진:가톨릭대학교(한국현대문학)
이상옥:서울대학교(영미문학) 정진홍:서울대학교(종교학)
곽광수:서울대학교(불문학) 이상일:성균관대학교(독문학)
주종연:국민대학교(국문학) 정재서:이화여자대학교(중국고전문학)
■ 책머리에 중에서
우리 ‘숙맥’들이 낸 첫 번째 책은 『아홉 사람 열 가지 빛깔』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무명옷 세대의 뒤안길』이 나왔고, 이어서 해마다 『저녁 놀 느린 걸음』 『마로니에 그늘자리』 『긴 그림자 그 아득함』 『열흘에 한 줄기 강물을』 『커튼을 제끼면서』 『길 위에서의 기다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지난지난 세기의 표정으로』에 이어 올해에는 『헐리지 않는 것이 없는데』를 이렇게 펴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이 잡은 ‘빛깔’ 탓이었을까요. 해마다 낸 열 책을 모아 놓으니 하나같이 그 드러나는 색깔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눈이 부시지는 않습니다. 마냥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원색을 다 섞어 사뭇 지어낸 없던 색깔의 드러남이 뜻밖에도 은근한 기품과 따듯한 체취, 터득과 닦음의 고요한 고임, 조용하고 편한 흐름의 색깔이 되어 우리의 회상에 적시듯 스밉니다.
열 해, 참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더구나 ‘늙으막 10년’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급한 흐름을 좇아 서둘지 않으면서 꾸준히 이렇게 세월을 쌓아 왔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스스로 애썼다 내 어깨를 토닥거려도 욕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런데 열 해는 아무래도 뚜렷한 마디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렸을 때 달걀 한 꾸러미가 왜 하필이면 열 개냐고 어른께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른이 하신 말씀이 아직 생생합니다. “꾸러미를 만드는 밀짚 길이가 꼭 그만하거든……. 혹 길이가 좀 긴 밀짚으로 꾸러미를 만든다 해도 이번에는 달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지……. 그래서 딱 열 개가 맞는 거야.”
그래 그런 걸까요. 우리 모임 열 해 만에 남정이 훌쩍 떠났습니다. 우리 책을 첫 권부터 만들었던 분입니다. 겨우 한 꾸러미 채우고 이제 막 또 다른 꾸러미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렇게 떠났습니다. 모산이 쓰신 대로 ‘헐리지 않는 것이 없는데’ 사람인들, 우린들, 헐리지 않을 까닭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프고 휑한 저린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허는 일은 세우기 위함이지요. 요즘은 달걀 한 판도 서른 개입니다. 그렇다고 하면서 허옇게 웃으면 좀 따듯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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