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쿠키뉴스] 유희주, <엄마의 연애>

by 푸른사상 2014. 8. 5.

 

 

유희주, <엄마의 연애>, 쿠키뉴스, 2014.7.29


진솔한 기억의 노래… 시인 유희주, ‘엄마의 연애’ 출간

 

 

 

 

사십에 과부된 엄마는/ 정말 단 한 번도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까/ 아버지 이후로 한 번도 남자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을까/ 엄마에게는 애인이 없어야 당연한 것/ 그런 잔인한 도덕 누가 만들어냈을까/

슬픈 멜로 드라마를 보다/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늦은 겨울 밤/ 코 골며 자던 고단한 엄마의 젊은 몸/ 엄마의 캄캄한 몸짓을 사춘기의 나는 불안하게 바라봤다/ 항아리 속의 고인 물도 문 여는 기척에 출렁이는데/ 엄마는 내일 아침 나가야 할 행상에/ 모르는 척 뒤척이고/ 종일 차가운 바람 몸 안에 가득 채우며/ 모르는 척 뒤척이고/

밤새 눈이 온 날/ 구멍 난 털신을 신고 방학동으로 화장품 행상 나가시던 엄마/ 여섯 자식 다 키우시며 삼양동에 집까지 장만하셨다/ 엄마 몫까지 연애질만 해대는 딸년들을 향해/ 엄마의 모든 것, 생활력 하나만은/ 똑부러지게 가르치셨다/ 살아 있어야 연애도 하지 (‘엄마의 연애’ 전문)

유희주 시인이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엄마의 연애’를 출간했다. 지난 2000년 ‘시인정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12년 ‘떨어져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를 출간한 지 2년 만이다.

이번 시집 ‘엄마의 연애’에는 어둠 속에 방치시켜 놓았던 시적 자아를 마주하기 위한 저자의 긴 여정이 총 4부, 60편의 시로 수록돼 있다. 저자는 매사추세츠 이민자의 삶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회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젊은 날의 기억으로 돌아가 삶 자체를 직면하고자 했다.

이에 시 전반에는 우울한 정조가 깔려 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생각하고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이재무 시인은 “그녀의 시편들은 맑은 날의 바다처럼 잔잔하면서도 차분한 언어의 수평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 속에 언제든 수평을 찢고 분출할 수도 있는 뜨거운 수직의 감정이 들어 있음을 본다”고 평했다.

또한 대개의 시편들은 어린 시절 기억에 기반을 둬 잔상처럼 느껴지면서도 수월하게 읽혀지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인 경험에서 보여지는 묘사들이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정감 있게 표현돼 있다.

유희주 시인은 현재 매사추세츠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매사추세츠 한인 도서관 관장으로 지내며 민간 한국 문화원 설립을 목표로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서관 개관을 위한 6,000권의 도서는 한국의 교수, 작가, 단체 등에서 수합됐고, 현대해운의 운송지원을 통해 운반됐다.

생활경제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