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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by 푸른사상 2011. 10. 6.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전태일문학상 수상작인 「비명―마이크로칩 공장」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무한 성장과 무한 경쟁과 무(無)한 노조를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비판한 이봉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두 가지의 특징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 가지는 작품의 제재들이 마이크로칩 공장을 넘어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이웃에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며, 다른 한 가지는 제재들에 대한 거리 조정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시인의 작품들은 생산 현장을 넘어 구조조정으로 인해 더욱 열악해진 노동자들의 생활 현장까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비정규직과 파견법과 스트레스와 만성질환과 독촉장을 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관념에 치우치지 않고 그려낸 것이다. “아버지는 유령인가요/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이 없는지요”(「아버지는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라고 주눅 들지 않고 맞서고 있는 것이 그 모습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수동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또 막연하게 개선될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세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숲’까지 사랑하는 이봉형 시인의 등장으로 한국의 노동시는 한층 더 새로운 여울 소리를 내며 도도하게 흐르게 되었다.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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