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문학(시)
불타의 달빛 유희
수완 지음|푸른사상 시선 225|128×205×8mm|128쪽|13,000원
ISBN 979-11-308-2372-0 03810 | 2026.4.30
■ 도서 소개
평정심과 평상심, 평등심의 시세계
시인 수완 스님의 시집 『불타의 달빛 유희』가 푸른사상 시선 22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번뇌로 가득한 세계를 관조하는 평정심과 모든 생명을 특별하게 대하는 평상심, 극락도 지옥도 없다는 평등심을 시작품들에서 담고 있다. 인간 존재와 진리에 대한 스님의 사유는 심원하고 심오하다.
■ 저자 소개
수완(修完)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서 출생하여 1973년 출가 득도한 이후 해인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에서 정진하였다. 1989년 ‘큰수레 글나눔’ 시동인과 해남의 ‘남촌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91년 『문학공간』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현대불교문인협회를 결성하고,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을 거쳐 『불교와 문학』을 발행하였고, 1996년 현대불교문학상을 제정하여 운영위원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시집으로 『하늘 빈 마음』 『이내의 끝자리』 『향기는 아직 찻잔에 남았는데』 『지리산에는 바다가 있다』 『유마의 방』이 있다.
■ 목차
제1부
탁본 / 명자꽃 온기 / 별, 그리고 너와 나 / 그리움은 꽃이 되고 / Amor-fati / 이 가을에 가고 싶다 / 헤어짐과 만남의 순간 / 삶의 너울 / 꿈속의 고향 / 관세음보살, 다녀가셨다 / 웅이를 보내면서 / 고결한 삶 / 가변차선
제2부
베어마운틴에서 / 불타의 달빛 유희 / 대·방·광·불·화·엄·세·계 / 책을 바꾸다 / 밍사여운(鳴沙餘韻) / 소말뚝 부처님, 어부 부처님 / 뉴욕 도솔암 단상 / 산사의 아침 / 회상 / 봄의 향연 / 그릇·1 / 그릇·2 / 앎을 추구하는 인간 / 가을 숲길에서 게리 카를 듣다
제3부
일연의 꿈 / 까마귀 밥을 주다 / 길 없는 길 / 마스크 / 인과응보 / 판문점 도보 나무다리 위에서 / 새 달력으로 바꾸어 달다 ― 독재자의 딸을 우려하며 / 매향비 전설 / 종의 향연 / 푸른 점의 신화 / 파도의 노래 ― 독도 / 줄탁동시(啐啄同時) / 정취암 팽나무 / 셈 치기 놀이
제4부
직지사에서 보는 것 / 서울역에서 / 건망증 / 납월 파일 소식 ― 길 위에 길을 내다 / 유마의 방·3 ― 두 사선의 평형 / 유마의 방·4 ― 시간여행 / 평상심(平常心) / 살아온 날들의 하모니 / 루바토 / 오늘이라는 선물 / 안나푸르나 여정 / 하늘 캔버스 / 장마 / 산 / 푸른 외침 / 섬진강 / 메주 / 종이비행기의 꿈 / 관세음보살의 노래 / 오늘을 위한 기도 / 산 너울
▪ 작품 해설 : 평정심과 평상심, 그리고 평등심의 서정화 _ 공광규
■ ‘시인의 말’ 중에서
지난 2024년과 2025년은 우리나라에 자연재해와 인재가 겹친 해였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뜬금없는 비상계엄령을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하여 나라와 온 국민들을 나락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한파가 몰아치는 길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집결하여 무장 계엄군과 경찰들의 국회의사당 진입을 맨몸으로 막았다. 국회의원들까지 국회의사당 진입을 막는 계엄군과 경찰들을 피해 담장을 넘어서 가까스로 국회의사당에 들어온 의원들도 있어서 다행히 정족수를 채워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당했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이 결정될 때까지 국민들은 길에서 함께 고통을 감내하며 궐기했다.
“2025년 4월 4일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장의 판결문 낭독에 국민들을 환호했다. 일부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윤석열 파면으로 쓸어내리던 가슴에 또다시 자연재해가 겹쳤다. 지리산의 산불이 산청과 하동을 휩쓸었고, 안동 지역에서 발화한 산불은 동해안까지 번져갔다. 산불 재해의 복구를 채 하기도 전에 홍수가 지리산 일대와 서해안을 휩쓸었다. 정취암도 산사태로 인한 홍수 피해가 있으나 불행 중 다행히 경내의 전각들은 홍수 재해를 피했다.
인재와 자연재해가 겹친 지난해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이번 시집을 발간하려 한다.
날마다 새롭게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구름 끼고 눈비 오는 날에도 변함없이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처럼, 희로애락의 인연들도 삶의 제각각 모습이듯 인욕으로 감내할 것은 인욕으로 감내하고, 기쁨으로 나눌 것은 기쁨으로 함께 나누며 회향하는 마음에서 이 시집을 낸다.
■ 작품 세계
수완 스님은 다양한 제재를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경물 묘사를 비롯해 자비의 마음과 자비행, 국내외 여행과 깨달음, 음악, 시사적 내용 및 사회정치적 사건과 역사적 사건 등이다. 그리고 스님의 시에는 모든 제재를 하나로 꿰뚫는 어떤 정신이 있다. 그것은 평정심과 평상심, 그리고 평등심이다.
스님이 언술하는 바, 인간은 쓰다가 버려지는 그릇이고 금이 가고 깨지는 그릇이다. 미처 쓰이기도 전에 부서지는 그릇이며, 머무를 듯 머무를 듯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그릇이다. 잊혀가는 그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그릇이다. 동시에 잊혀서는 안 되는 빛나는 그릇이라는 것이 스님의 인간관이다. 인간에 대한 사유를 열거하면서 보여주는 스님의 인간관은 심원하다.
― 공광규(시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불타의 달빛 유희
빼빼 마른 전정각산을 내려온 달빛
소똥보다 천하디천한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
금모래톱 일렁이는 니련선하 강가에서
고행의 옷을 벗고 멱을 감는다
싸릿대처럼 앙상히 마른
고타마 싯다르타
한 줄기 바람 쪽빛 깃을 세우는
움튼 밀밭 사이를 지나
행복한 여인 수자타를 만났다
수자타여
그대 행복한 여인아
이슬처럼 맑은 눈빛
어진 마음의 유미죽 공양
삼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이의
고행을 쉬게 하고
세상의 아침을 눈뜨게 하는구나
유마의 방 · 3 ― 두 사선의 평형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갔다
텅 빈 방을 보고 문수가 물었다
방이 왜 오늘은 텅 비어 있습니까?
유마가 답했다
이 방은 한 사람이 와도 만 사람이 와도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다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도 이와 같아서
한 사람을 대하든
만 사람을 대하든
한결같아야 되느니라
바람에 일렁이던 파도는
바람이 숨을 멈추자 잔잔해지고
거울처럼 고요해진 바다 위에
하늘과 구름과 산 그림자가
도장이 찍힌 듯 담긴다
어제 온 사람도
오늘 온 사람도
내일 올 사람도
물그림자에 담긴 고요한 향연
세월의 흔적은 기억으로만 남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새의 자취처럼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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