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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조정숙 시집, 『소리를 접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

by 푸른사상 2025. 12. 10.

분류--문학()

소리를 접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

조정숙 지음|푸른사상 시선 220|128×205×7mm|130쪽|12,000원

ISBN 979-11-308-2345-4  03810 | 2025.12.16

 

 

■ 시집 소개

 

막힌 벽과 닫힌 문을 열어 사랑을 노래하는 시편

 

조정숙 시인의 첫 시집 소리를 접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가 푸른사상 시선 220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과거 현재 미래가 포함된 시간과 하늘에서 대지까지 연결된 공간 사이에 있는 문을 자기 마음을 동반자로 삼고 연다. 주체적인 언어로 인연의 존재자들에게 사랑의 이름을 부여한다.

 

 

 

■ 시인 소개

 

조정숙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으며, 결혼 후 울산에서 살고 있다. 2017년 청마백일장 우수상, 2021년 울산작가회의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울산작가회의 회원이다.

 

 

■ 목차

 

▪ 시인의 말

 

1

노을 다비 / 구름문에 듭니다 / 국화를 읽다 / 나무 도서관 / 행운목 / 고시텔 / 팬데믹 도시 / 아파트 명함 / 쥐꼬리 / 얼음폭포 / 얼음꽃 / 시식하다 / 풍경 1 / 풍경 2

 

2

등불을 켠다 / 만 갈래의 소리 지느러미를 타고 / 문비 앞에서 / 소리를 접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 / 압화 / 명태 / 벽과 문 / 사마귀 / 파꽃 / 붉은 반란 / 알약들 / 의자 / 이동 학습 / 얼룩말의 발목

 

3

빨갛다 / 동백꽃 지는 날 / 서출지에서 빗방울을 듣다 / 암각화의 대왕고래 / 꽃게야, 너 이제 죽었다 / 돼지감자는 억울해 / 오리 가족 / 은행나무 / 첫사랑 / 추전역 / 허수 아버지 / 우주는 둥글다 / 휘어진 것들 / 작약꽃 생각 / 장생포 수국

 

4

초승달 눈시울 / 감실 부처 / 괘종시계 / 능소화 / 바람의 뼈 / 쇠비름 꽃 / 빨리 기도 / 아버지의 바다 / 엄마 소식 / 제비꽃 / 직박구리의 노래 / 똘똘이 / 나무 내시경 / 충령당에서

 

작품 해설 : ()의 존재론 _ 맹문재

 

 

■ 시인의 말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고

나는 강을 따라 걷습니다.

시와 함께한 나날들

상처의 무늬와 겹쳐

매듭을 짓고 보니 부끄럽고

한편으로 시 안에 뿌리내린

세상이 고맙습니다.

 

 

■ 작품 세계

  

조정숙 시인은 문()의 존재를 자각한 토대 위에서 그것을 여는 의미를 작품 세계로 추구한다. 시인의 작품들에서 문의 상징성은 여실하고 심오하다. 시인이 열고자 하는 문의 세계는 과거 현재 미래가 포함된 시간이고, 하늘에서 대지까지 연결된 공간이다. 외적인 환경 및 내적인 심리와 불교적인 법() 및 인간적인 법도 포함된다.

시인은 빛과 어둠의 세계처럼 두 세계의 사이에 놓여 있는 문을 열고자 한다. 자기는 물론이고 인연의 존재자에게 주체성과 생명력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문을 여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는다. 시인의 그 행동은 의지를 넘어 인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시인은 그것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바람과 자기 마음을 동반자로 삼는다.

시인은 이 세계의 문 앞에 서서 선한 세계와 악한 세계, 아름다운 세계와 추한 세계, 깨끗한 세계와 더러운 세계,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추운 세계와 온기의 세계 등을 바라본다. 어느 세계이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시간이 움직이면 물결이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인은 그 문을 열고 연기에 의해 이루어진 한순간을 영원한 것으로 삼는다. 시간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벽 같은 문을 열고, 주체적인 언어로 인연의 존재자들에게 사랑의 이름을 부여한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말

  

시에서 현실과 삶의 거리가 멀면 허황하고 참되지 못하다. 조정숙 시인의 시는 현실과 삶의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시적 사실성과 서정의 리얼리티를 형성한다. 시적 리얼리티가 힘을 얻는 것은 옥타비오 파스가 말한 이성의 횡포를 경계하는 리듬 때문이다. 머리와 재주에서 나온 요설과 조립의 언어가 아닌, 삶과 육체의 언어에서 나온, 조정숙 시인의 시는 일각고래의 뿔을 달고/빙하의 시간을 건너가는”(얼음꽃) 노래다. 그 노래와 언어는 만 갈래의 소리 지느러미를 타고삶의 바다로 흘러간다.

문영(시인)

 

 

■ 시집 속으로

 

 

얼음꽃

 

산을 오른다

고사목이 발목을 잡는다

걸어온 자리가 얼어붙는다

 

계절 밖으로만 달아나던 나무

칼바람이 눈꽃 잎을 흩뿌린다

 

기억이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

 

상고의 시간이

하얀 눈꽃을 입고 간다면

나는 일각고래의 뿔을 달고

빙하의 시간을 건너가고 싶다

 

손을 내밀면

계절의 투명한 열매가 만져지고

지나온 날이 얼어버려

나아갈 날이 공중에 머문다

 

산을 오른다

고사목의 시간이 물을 따라 흐른다

 

 

소리를 접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

 

적천사에 가면

은행나무 두 그루 일주문처럼 살아요

가지마다 지팡이를 짚고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기도가

노란 사리를 쏟아내어요

별비는 그림자의 무게를 서러워하고

멧새가 휘추리와 애채 사이를

구겨진 울음으로 건너다녀요

은행나무는 말 없는 법문을 펼쳐요

 

열린 요양원은 섬이에요

돌부리 살피느라 꽃을 지나쳐요

어머니는 절룩거리며 옛날을 찾아가요

몸이 무너지는 것은 계절 탓만이 아니에요

열매를 키워낸 생은

바람에 날려가는 시간이에요

한 생애를 세우기 위해서는

허물어야 할 것이 은행알만큼 많아요

어머니의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요

은행잎은 소리를 접어 날려요

어머니의 묵언이 바람의 노래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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