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문학(시)
아무래도 바다가 책이다
김종숙 지음|푸른사상 시선 221|128×205×7mm|128쪽|12,000원
ISBN 979-11-308-2348-5 03810 | 2025.12.17
■ 시집 소개
길 위의 호모 비아토르(homo-viátor)
김종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무래도 바다가 책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221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시의 언어를 통해 소환한다. 나무 연작, 어둠 연작, 아버지 연작, 역사 연작으로 읽히는 시작품들의 교집합 속에는 그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 시인 소개
김종숙
전남 화순군 남면에서 태어나 광주광역시에서 성장하였다. 고향이 주암댐으로 수몰되면서 시작된 디아스포라의 삶이 오늘에 이른다. 2015년 병원 약무직에서 정년퇴직하였다. 2007년 『사람의깊이』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동백꽃 편지』 『아무래도 바다가 책이다』가 있다. 한국작가회의·광주전남작가회의·순천작가회의·민족문학연구회 회원이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어느새에 묵은 잎 떨구고
마음의 양지 / 어느새에 묵은 잎 떨구고 새잎 내는 걸까요 / 전등사 가는 길 / 물결이 상처를 물고 / 바닷가 옛집 / 니체의 나무 / 콘트라포스토 / 어둠을 읽는 방법 / 흰 / 여백의 힘 / 그 바다에 / 당신이 한 일 / 암흑기 / 당신은 무심의 옷을 걸치고 / 흰 꽃의 거름 되었을 거야
제2부 시들지 않는 꽃
석 달 / 내가 살아야 식구도 살게 하지 / 돌풍에 소나무 숲이 / 그 겨울의 항거 / 자작나무 숲 / 아버지의 시간 / 모든 버팀에는 / 내소사 솟을연꽃살문 / 새벽 산사 / 벚꽃이 진다 포부가 진다 / 아버지 살림 / 사평 가요 / 곡예사 / 푸른 밤 / 꽃무릇과 너
제3부 고욤 한 톨
아무래도 바다가 책(册)이다 / 말리화차 / 홍매화 / 그늘에 동백이 / 사월, 산자락 / 공리주의의 눈 / 어떤 청소 / 벚나무 노인 / 못 갖춘 말 / 흉터의 내력 / 호모 사케르 / 바람의 노래 / 푸코의 담론 / 사표(師表), 전봉준 / 재동 백송
제4부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고
지금 / 풍경의 주인 / 꽃과 새 / 우화의 계절 / 말의 부리 / 달을 데리고 다니는 남자 / 퍼즈의 거리 /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 / 수양산 그늘 / 편지 / 팥꽃나무 / 젊은 주인과 나 / 외곽의 힘 / 용눈이오름 / 돋을새김 / 호모 비아토르 / 네가 속았구나
▪ 작품 해설 : 호모 비아토르 선언, 길 위의 사람 _ 김영삼
■ 시인의 말
햇발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꽃이 아프고 나뭇잎이 손을 놓고 다시 강이 또랑또랑 흐르고…….
그날 이들의 발화를 맨몸만이 진실이라는 말로 들었다
목련도 계수나무도 느티나무도……. 제 안의 본마음 하나면 충분했다
우린 성실한 나무였으니까
그해 산수국은 본꽃의 개화가 시작되기 전
헛꽃이 꽃 웅덩이를 마련해놓고 본꽃의 수정을 도왔다. 그리고 본꽃의 수정이 끝났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퇴장했다.
저 발랄한 역할이라니
■ 출판사 리뷰
김종숙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아무래도 바다가 책이다』에서 길 위의 사람에 집중한다. 곧 영원한 ‘호모 비아토르(homo-viátor)’로서의 삶의 태도를 사색적으로 보여주는 시집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나무 연작’, ’어둠 연작‘, ’아버지 연작‘, ’역사 연작’으로 읽히는 시들의 교집합 속에 사람이 자리한다.
’나무 연작’으로 읽히는 시 「니체의 나무」에서 시인은 ‘한 해에 두 번 혹은 세 번씩이라도 꽃을 피우는 목련’을 두고, “꽃은 혼돈의 도상”이라는 인상적인 문장과 만나기도 하고, ’어둠 연작’으로 읽히는 시 「물결이 상처를 물고」에서는 ‘포구‘ 앞에서 ‘물결이 상처를 꼬옥 물고 흔들리던 밤‘, ‘어둠이 이리 많은 색을 가진 줄 몰랐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획득해 내기도 한다. 이어 ‘아버지 연작’, ‘역사 연작’으로 읽히는 시에서도 역시 가까운 이들의 길 위의 삶을 읽어 낸다. 이렇듯 시인이 만난 길 위의 사람들과 사물들이 그의 시선을 통해 다시 시의 언어로 지금 여기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 작품 세계
높은 파고가 삶을 뒤흔들 때라거나, 강한 중력장이 절망의 방향으로 작동할 때라거나, 때로 무릎이 꺾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순간이더라도,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삶을 살아내야 한다면, 그때의 자세는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 시인 김종숙이 내놓는 답변은 명백하다.
인간은 언제나 길 위의 존재라는 것, 그러므로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꼴의 자세가 요청된다는 것, 쓰러지지 않기 위해 내딛는 지금의 한 걸음이 다음의 한 걸음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는 것, 즉 인간은 영원한 ‘호모 비아토르(homo-viátor)’라는 것, 이것이 시 「콘트라포스토」를 통해 제시한 시인의 명징한 명제이다. (중략)
「콘트라포스토」에서 멈추지 않는 삶의 자세를 선언한 사람이라야만, <어둠의 연작>에서 볼 수 있듯이 먹빛 어둠에 깃든 수많은 빛들의 색을 발견하는 사람이라야만, <나무 연작>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의 재생 능력을 통해 꽃이 사실은 모든 혼돈의 표상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라야만, 이윽고 그러한 시선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복원하고 기억하는 사람이라야만, 자신의 삶으로부터 출발하여 세계의 모든 존재에 깃든 운동성을 발견하는 사람이라야만, 이 시집의 3부에 실린 이른바 <역사 연작>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시인의 일관된 시선은 이 지점에 이르러 기어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애도를 종결짓지 못한 역사의 정동들이 깃든 대상을 발견한다. (중략)
죽음에 이른 그들의 삶이 살아남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시인은 “나는 어느 사이 권력에 결탁한/구부러진 담론의 생산자가 되었던가”(「푸코의 담론」)라고 자문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심문에 회부하면서, 철저한 자기부정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쓰러질 듯 결코 멈추지 않는 콘트라포스토의 꼴로, 시인은 길 위의 존재임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집의 마지막 즈음에 슬며시 배치된 「호모 비아토르」에는 길 위를 걷는 사람으로서의 출사표가 쓰여 있다. 시인 김종숙의 정신이 거기에 기록되어 있다. 일독을 권한다.
― 김영삼(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추천의 말
나무에는 “마음에 양지가 있어” “허공을 물었다 놓으면 꽃”(「마음의 양지」)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의 많은 슬픔과 어려움을 성실히 헤쳐가며 시를 쓰고 있는 김종숙 시인의 이번 두 번째 시집에는 “애지중지 털고 기름칠해 살뜰히 보살피던 아버지의 창고”에서 “송곳과 짜구 빠루망치”(「아버지 살림」)를 찾아내며, 숲을 이루는 자작나무들이 어둠을 몰아내려는 묵언들이 흰 뼈로 서 있다는 깨우침에 도달하고 있다(「자작나무 숲」).
연하여 이천이십사 년 남태령에 나타난 새로운 홍길동들이 지난번에 전봉준이 못 넘은 우금치를 훌쩍 넘어온 새로운 민중으로, 아니 민중의 꽃으로 피어난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다(「사표, 전봉준」). 김종숙 시인의 시가 이룬 세상이 우리들 모두의 삶의 현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강형철(시인)
■ 시집 속으로
마음의 양지
상처가 꽃인 줄 모를 때 투쟁이 그저 싸움인 줄 알았다
그러나 겨울 숲 지나 봄 숲에 이르는 동안 저 실낱같은 가지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않은 가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잔가지의 결기가 허공을 물었다 놓으면 꽃이 되었던 것
저 나무 마음에 양지가 있어 저리 단단하고 뜨거웠던 것
아무래도 바다가 책(册)이다
해안가 정자에 나와 책을 펼쳐 읽는데 아무래도 바다가 책이다
저 낱장 바다가 일으켜 세운 주름을 읽을 일이지 글자를 읽을 일이 아니다 저 주름의 역사를 읽을 일이지 몇 줄의 언어로 필설해놓은 재현을 읽을 일이 아니다
재현은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선 기호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리려 바다는 있다
동사(動詞)의 말로 거기 있다
호모 비아토르
나는 욕망의 빈사가 부르는 곳으로 가기로 한다
작은 꽃과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저희만의 언어로 노래하는 바람에게 간다
짐을 꾸리고 비행기를 타고 그 여정에 오른다
나는 사막의 여행자
낙타는 제 잔등에 여행자를 얹고 선자의 눈으로 모래 산을 넘는다
저 죄 없는 눈이 데려가는 모래 산
마두금 선율이 구릉을 넘고
내 오래 벼린 날들이 악사의 선율에 엉켜 제자리걸음일 때 바람 한 타래 훑고 지나간다
가난을 알고 가난에 들이받힌 모래 알갱이 같은 날들
일생의 1할도 안 되는 시간에 붙들려 대립한 날들아 바람처럼 가벼워져라
생은 제가 진 짐 가벼이 지고 걷는 낙타의 걸음
걸어가다 오늘처럼 느려터진 나 기다려 나의 노래를 부르며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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