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인문, 문학
봄에는 기쁘다: 한강의 문장들
민정호 지음|푸른사상 교양총서 23|145×210×13mm|208쪽
19,500원|ISBN 979-11-308-2240-2 03810 | 2025.4.29
■ 도서 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문장으로
시대 상황과 인간의 내면을 통찰한다
민정호 교수(동국대 국어국문학문예창작학부)의 『봄에는 기쁘다:한강의 문장들』이 푸른사상의 교양선 23으로 출간되었다. 스무 살 시절에 겨울을 버티듯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을 다시 탐독하며, 한강의 문장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하면서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심리를 통찰하는 독서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 저자 소개
민정호
울산에서 태어났고, 일곱 살 이후 파주에서 자라났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책을 읽어 다정한 글을 #북스타그램을 올리는데, 이 책의 글들은 모두 그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저서로는 『이유 없는 다정함:김연수의 문장들』이 있다.
■ 목차
■ 작가의 말
1 봄 2 호기심 3 뒷모습 4 출가 5 만남 6 꽃 7 물구나무 8 어른 9 위로 10 장례식
11 양심 12 소생 13 차가움 14 혼자 15 그곳 16 규칙 17 배제 18 방어 19 접촉 20 소통
21 연결 22 재건 23 영원히 24 의미 25 기억 26 우리 27 의지 28 함께 29 습관 30 심장
31 자전거 32 황홀 33 가면 34 사랑 35 선 36 관찰 37 뒷면 38 유다 39 바람 40 이야기
41 태도 42 부끄러움 43 함께 44 견디는 법
■ 참고자료
■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소설을 좋아해서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신입생 신분으로 첫 학기에 ‘한국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첫 수업에서 김승호 교수님은 “여러분은 한국문학이라고 하면 한강 같은 작가만 떠오르지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한강’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한강’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을까? 첫 수업이 30분도 채 안 돼 끝나자마자 그길로 도서관에 갔고, 바로 『내 여자의 열매』를 빌려 읽었다. 그 당시 파주에 살았던 나는 동대입구역에서 구파발역까지 30분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구파발역에서 파주까지 60분을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기다리며 갈아타는 시간에도 그 책을 읽고 있었으니까 장장 두 시간 동안 그 책과 씨름한 것이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스무 살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아도,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캄캄한 ‘터널’ 같은 게 그 책과 나 사이에 존재했다는 말이다.
20년이 훌쩍 지나 우연히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을 듣게 됐는데, 그때 내가 느꼈던 그 터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가수에게 매우 치명적인 ‘양측이관개방증’을 앓고 있어서 활동을 중단한 적도 있었고, 세 살 연하의 배구 선수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적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가슴을 치며, 때로는 무릎을 꿇고 스피커에 자신의 손을 대면서 ‘죽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분명 살아가는 것에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야’라는 가사를 노래하는데, 불현듯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가 다시 생각났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스피커에 손을 대면서 몸부림치지 못했던 그 시절, 스무 살의 내가 생각난 것이다. 누군가 갑자기 이 책을 왜 썼냐고 묻는다면, 20년 전에 느꼈던 그 터널 속 문지방을 한번 넘어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몸부림쳐보니, 이제 뭔가 조금 알 것도 같다고 고백하며 말이다.
■ 출판사 리뷰
『이유 없는 다정함:김연수의 문장들』을 통해 소설을 읽고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저자가 이번에는 한강의 소설을 탐독하며 『봄에는 기쁘다:한강의 문장들 』 을 펴냈다. 노벨문학상 위원회의 안데르스 올슨 위원장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연결 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시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산문으로 표현한 혁신가”이며 “은유를 통해 강렬한 시적 산문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 안나 카림 팔름은 “그의 산문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잔인하다”고 평했다. 야만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깊은 상처를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해낸 한강의 작품들은 국경을 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저자는 스무 살 시절에 겨울을 버티듯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을 다시 탐독하며, 한강의 문장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한다. 제목인 ‘봄에는 기쁘다‘는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실린 단편 「아기 부처」에 나오는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아픈 시대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봄이 오면 기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독서 경험을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속으로
겨울이 가면 봄이 와야 하는데, 여전히 겨울인 사람들도 있다. 『고흐 그림 여행』을 보면, 고흐는 파리에서 두 번 살 기회가 있었지만, 도회적인 인상파 화가들의 화풍을 흡수하지 않고 자신의 “농촌 지향적인 성향”(134쪽)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만약 고흐가 자신의 농촌 지향적 성향을 세련된 도회지와 비교하며 촌스럽다 느끼고, 이를 감출 목적으로 도회적인 인상파 화풍만을 따라하며 그 상태를 버티고 또 버텼다면? 누구나 좋아하는 지금의 고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고흐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겨울이 가도 여전히 겨울인 이유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그 선택의 결과들을 손에 쥔 채로 어리석게만 버텼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에서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으니.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 마라.”(119쪽) 나는 내 선택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으려 희생하고 헌신하는 가장이라는 미명하에 어리석게도 눈물로 버텨나간 꼴이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날 새벽, 아내와 이야기한 후? 정신이 번쩍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내 덕분에 나는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17쪽)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34쪽)라고 말했다. 예전에 계절학기로 개설된 글쓰기 수업을 이공계열 학생 하나가 수강했다. 그때 항상 심드렁했던 그 학생 표정이 마음에 걸려 쉬는 시간에 조심스럽게 수업이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 학생은 문학이라는 게, 또 감성이라는 게, 하나의 비현실적 환상 같다는 말로 나를 적잖게 당황시켰다. 자신은 당장 4학년이라서 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수업이 자신에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그 학생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역설적이게도 수전 손택의 지적, ‘감성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바로 그 주장이 생각났다. 구구절절한 말들이, 혹은 지나치게 풍부한 설명들이 오히려 뻔할 뻔자라는 확신을 만들고, 감성적 해석의 여지 자체를 줄여버리는구나. 다시 말해서 기억하고 소통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버리게 만드는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감성이구나, 하고 말이다. (95쪽)
사실 나도 많이 궁금했다. 인선 어머니는 왜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전문가도 구하기도 힘든 자료들을 모았을까. 인선은 좋은 감독 커리어를 쌓고 있다가 혹평을 받을 줄 알면서도 세 번째 다큐멘터리에서 갑자기 제주 4·3사건을 왜 다뤘을까. 게다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작별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왜 그렇게까지 손가락이 잘리면서까지 준비해야 했을까? 인선이 1948년 제주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역사에 부치는 영상시”(236쪽)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인선은 이 부제를 전면 부정한다. 이 영상이 아버지를 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경하는 다시 그 프로젝트를 언급하는 인선에게 자신이 꾼 악몽은 더 이상 광주와는 상관이 없다고, 자신에게 있었던 안 좋은 가정사가 꿈으로 나타난 거라며, 꿈의 의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때 인선은 경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있잖아.” 나는 이 대답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인선은 경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선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도 아버지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인선 어머니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자료를 모으고 유족회 활동을 한 건 오빠 유골만을 찾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그건 모두에게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기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 (128~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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