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명자꽃이 피었다
김지수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7|145×210×15mm|256쪽
18,500원|ISBN 979-11-308-2237-2 03810 | 2025.4.20
■ 도서 소개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웅숭깊은 이야기
김지수 작가의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가 푸른사상 소설선 67로 출간되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삶의 불안과 무상함을 안고 살아가지만,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걸어나간다.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작가의 명자꽃 같은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햇살 같은 위로와 삶의 아름다움을 건넨다.
■ 작가 소개
김지수
『한국문학』 신인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삼성도의문화저작상, 한국소설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크로마하프를 켜는 여자』 『고독한 동반』 『푸른 그네』 『누가 강으로 떠났는가』, 장편소설 『회복의 장』 『목포 아리랑』 『나는 흐르고 싶다』, 역사소설 『문명 왕후 김문희』(전 3권), 어른을 위한 동화 『들꽃 이야기』 등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맨발 걷기
저기 한 점 꽃잎이
목포역에 내리다
그 봄에도 새는 지저귀고
안녕! 안드로메다
프리지아 친구
명자꽃이 피었다
전갈에 관한 보고서
참 아름다운 그녀
작품 해설 : 존재의 무상에 맞서는 맨발 걷기 _ 이경재
■ ‘작가의 말’ 중에서
오래 다른 행성에 머물렀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접근하지 않았던 다채로운 희락과 모험이 새로운 숨결로 맥박을 뛰게 했으나 때로, 어쩌면 자주, 저울추를 잃은 듯 심사가 기울고 허허로웠다. 십여 년을 그렇게 지냈고 어느 날, 강렬한 호출이 있어 글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홀연 깨달았다. 그 가깝고도 먼 행성에서 오래 유영했던 것은 오직 이 매혹적인 창작 세계로 새롭게 귀환하기 위해서라고.
다시 글을 썼고 3년 만에 이 책을 엮는다.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태어남으로 애틋하고 애달파진 지상의 모든 눈부신 존재들과 경계 없는 생의 우주를 함께 거닐고 싶다.
■ 추천의 글
김지수의 속맘 어딘가에는 명자꽃이거나 수선화가 어룽어룽 한 아름 있다. 때때로 그것들이 가만히 얼굴을 내비친다. 바깥 기척에 누가 왔나 문 열고 고개 내미는 봄 처녀처럼 수줍고 ‘환’하게, 그러나 더 아련한 것은 그것들이 드리우는 꽃그늘이다. 환하지만 그늘이기에 ‘환(患)’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슬픔과 환희가 섞인 그것을 우리는 ‘애환(哀歡)’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김지수 소설의 절묘함이 있다. 치명(致命)을 품은 웃음이기에 이야기는 아찔하면서도 애잔하다. 그의 소설이 아니고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극진한 생의 패러독스. 그늘 없는 꽃이 어찌 고우랴. 「윤사월」의 처녀는 앞을 못 본다. 그 사실이 도리어 송홧가루와 꾀꼬리와 봄볕을 칼날처럼 벼려내지 않던가. 그처럼 김지수의 문학도 마침내 ‘환(歡)’해지고 마는 것이다. ― 구효서(소설가)
■ 작품 세계
김지수의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는 소설 창작론 시간에 교본으로 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완미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확하고 예술성 짙은 문장,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구성, 인생과 세상에 대한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 등이 소설의 규범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지수의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는 그 본령을 잃은 채, 방황하는 오늘날의 한국 소설계에 묵직한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자꽃이 피었다』의 그 다채롭고 웅숭깊은 서사가 발원하는 기본 정념은 불안과 무상(無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념은 때로 작가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인식론적 토대로까지 연결되며, 여기서부터 『명자꽃이 피었다』의 다양한 서사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중략)
김지수의 『명자꽃이 피었다』는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집이다. 그것은 예술성의 완성을 통해 경계에 도달한 모습인 동시에 삶의 구경을 탐구하는 문학 너머의 모습이기도 하다. 숙명적으로 짊어진 존재의 절대법칙 앞에서 김지수의 인물들은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그러나 치열하게 나선다. 그것은 이름만으로도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귀향의 여로이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두려운 발걸음이기도 하다. 때로 그것은 은하수 가득한 밤하늘과 가상현실 속 세계를 향한 도약으로도 나타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종적으로 가닿은 지점은 바로 그들이 본래 서 있었던 지상의 작은 한 뼘 땅이다. 눈 덮인 땅 위에 지닌 것 없는 맨발로 굳게 서는 견인(堅忍)의 모습이야말로 김지수가 『명자꽃이 피었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존재의 근원적 무상에 맞서는 삶의 자세였던 것이다.
―이경재(문학평론가, 숭실대학교 교수)
■ 출판사 리뷰
『명자꽃이 피었다』는 김지수 작가의 유려하고도 세밀한 문장, 빈틈없는 구성,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삶의 불안과 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걸어나간다. 그리하여 이 책에 펼쳐지는 것은 마음에 드리운 꽃그늘을 안고 세상 한복판에 굳건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표제작인 「명자꽃이 피었다」의 중심인물은 ‘명주’와 명주의 고모인 ‘명자’이다. 고향 사람들이 ‘명주’에게도 ‘명자’라고 부르듯 두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명주는 섬유화증에 걸린 명자 고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삶의 무상함을 느끼면서도 동창들이 나누는 따뜻한 정에 꽃 같은 희망을 발견한다. 한편 사업에 실패해 도망치듯 호주로 떠났던 주인공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내를 찾기 위해 고향인 목포로 돌아온 이야기를 그린 「목포역에 내리다」도 영혼과 육신을 성장시킨 고향이 주는 치유의 힘과 그 따뜻한 속정을 그리고 있다. 고향은 결국 본래적인 내 정체성의 귀착지인 것이다.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위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녕! 안드로메다」 등의 작품도 주목된다.
생의 불안과 무상함으로부터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들에게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웅숭깊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햇볕 같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 작품 속으로
산 중턱에 접어든 혜민이 아득한 눈으로 길고 좁게 뻗어 있는 먼 길의 끄트머리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맨발의 여자와 맞닥뜨린 지점이었다. 결연하게 제 갈 길을 가던 여자 대신 뿌연 안개 같고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산모롱이에 흐릿하게 몰려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다 무엇일까.
저기 온다. 저기 부르지도 찾지도 않았건만 많은 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평탄하고 온순한 일상 사이로 불의하고 불친절하고 온당하지 못한 것들도 날을 세우고 몰려온다. 어떤 것이 헛것이고 어떤 것이 땅에 속한 것일까. 어쩌면 누구나 이 불명확한 천체의 한 부분에서 제각각의 명분으로 하염없이 유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맨발 걷기」, 33쪽)
마스크로 입을 가린 얼굴들은 어찌 보면 억지로 욕망이 차단된 상징처럼도 보였다. 먹고 마시고 뱉고 삼키고 웃고 떠들며 그 입을 열어 얼마나 많은 욕구 발산을 해댔던가. 하루아침에 조심스러워진 그 같은 행위가 이제 공공의 장소에서 억눌러지고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그만 입 닥치고 네 안의 소리를 들으며 내면을 탐구해보라는 계시이지는 않을까. 고통스럽게. 바짝 숨을 조이며. (「그 봄에도 새는 지저귀고」, 85쪽)
“서로 어려……웠을까. 난 그 사람들이…… 어렵……더라만.”
고모가 손바닥에 쏟아놓은 일용할 약들을 헤아리며 느릿느릿 말했다. 어렵지요. 어렵고말고요. 유효기간이 너무 오래 지난 냉장고 안의 식료품들을 바닥에 꺼내놓고 정리하던 명주가 고모의 말을 낮게 입속으로 받았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관계와 사회생활과 결혼생활에서 겪었던 관계의 얽히고설킨 난해함이 묵은 감정의 찌꺼기처럼 되살아났다. 그것들은 유효기간도 유통기한도 없이 목숨 줄이 다할 때까지 질기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모의 연배처럼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어느 정도 삶의 의미를 곱씹는 철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자꽃이 피었다」,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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