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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강민 시인 5주기 추모 시집,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

by 푸른사상 2024. 12. 17.

 

분류--문학()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

 

공광규·김금용·김윤환·맹문재·장우원·조미희 외 엮음|푸른사상 동인시 16|128×210×8mm|152쪽

ISBN 979-11-308-2199-3 03810 | 2024.12.20|12,000원

 

 

■ 시집 소개

 

불의에 맞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했던 강민 시인을 향한 추모곡

 

강민 시인 5주기 추모 시집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가 <푸른사상 동인시 16>으로 출간되었다. 항상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고,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진지하고 치열하게 인식해왔던 강민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추모 시와 추모 산문을 실었다. 불의에 맞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했던 강민 시인의 삶과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 시인 소개

 

강민(姜敏, 1933∼2019)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2년 『자유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63년 시동인지 『현실』에 참여했다. 시집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 보다』 『미로에서』 『외포리의 갈매기』 『백두에 머리를 두고』, 이행자 시인과 함께한 시화집 『꽃, 파도, 세월』 등이 있다. 한국잡지기자협회 회장,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작가회의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 8월 22일 타계했다.

 

 

■ 함께한 사람들

 

강일구, 공광규, 김금용, 김난석, 김미녀, 김선진, 김영은, 김윤환, 김이하, 김현지, 나숙자, 맹문재, 문효치, 박설희, 박이정, 방배추, 서정란, 유순예, 유종, 윤제림, 윤중목, 이경철, 이명옥, 이상문, 이수영, 이승철, 이영숙, 이원규, 이은정, 이인성, 이혜선, 장우원, 정승재, 정원도, 조미희, 조정애, 채상근, 최금녀, 함동수, 함진원, 허형만, 홍사성, 홍신선

 

 

■ 목차

 

▪책머리에

▪아버지의 발견이라는 사건 _강일구

▪강민 형을 그리며 _방배추(동규)

 

제1부 실수 연발

공광규_ 실수 연발

김금용_ 들으셨어요?

김난석_ 고 강민 시인을 추모함

김미녀_ 수서를 지날 때면

김선진_ 들리시나요 선생님!

김윤환_ 동토에 시(詩)를 뿌리고

김이하_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

김현지_ 강민 선생님을 추억하며

나숙자_ 인사동 길

맹문재_ 인사동 시인

문효치_ 강민 형을 생각함

박설희_ 마지막 휴머니스트

박이정_ 만항재에서

 

제2부 야 인마 캬

서정란_ 야 인마 캬

유순예_ 지팡이

유 종_ 방귀

윤제림_ 축문(祝文)을 지으려다 그만두고

윤중목_ 무등을 거쳐

이경철_ 삼도천 주막

이명옥_ 안부를 묻습니다

이수영_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6번 사라방드, 바흐

이승철_ ‘인사동 아리랑’을 외쳐 부르던 시인

이영숙_ 오더가 떨어집니다

이인성_ 바람이 사는 법

이혜선_ 그곳에서 행복하셔요

 

제3부 거기 노시인이 있었네

장우원_ 거기 노시인이 있었네

정승재_ 철들지 말자

정원도_ 귀천(貴天)이시니 귀천(歸天)하소서!

조미희_ 맑은 눈의 노시인

조정애_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채상근_ 그 노인이 궁금하다

최금녀_ 따스한 적막

함동수_ 그는 웃었다

함진원_ 희망

허형만_ 나의 기도는

홍사성_ 고사행실록(高士行實錄)

홍신선_ 난꽃 한 떨기

 

제4부 그리운 선생님

김영은_ 그리운 선생님

이상문_ 강민의 사랑법

이원규_ 큰형님, 그립습니다

이은정_ 아, 강민 선생님

 

제5부 강민 대표시 읽기

꿈앓이

외포리의 갈매기

인사동 아리랑 7

비망록에서 1

동오리 34

이름 짓기

경안리에서

명동, 추억을 걷는다

새는

 

▪ 편집 후기 _맹문재

▪ 함께한 사람들

▪ 강민 시인 연보

 

 

■ 시집 속으로

 

1.

시보다 말씀이 더 재밌는 거 같아서/또 실수 (공광규)

배포 큰 선배님 말씀과 시인 정신을/포도나무도 기억하는지 (김금용)

삶도 이야기하셨다//다가가면 지하수도 흘렀다 (김남석)

따뜻했던 말과 웃음/그런 흔적들 (김미녀)

소중했던 인연의 꽃과 나무 (김선진)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으랴 (김영은)

시인들의 아버지였던 선생님 (김윤환)

시인의 깊고 질긴 사랑을 어찌할 것인가 (김이하)

짜아식! 이제 왔냐? 하시며 반겨주실 테지요 (김현지)

 

2.

그가 밟았던 길들이 일어선다 (나숙자)

형님이 없는 인사동 거리는/너무 쓸쓸해요 (문효치)

축복의 역사여서 다만 그리울 뿐이네 (맹문재)

외포리의 갈매기는 오늘도 아름다운 비상을 하는데 (박설희)

언제 어디서 누구든 넉넉히 품어주시던 천하 대인 (서정란)

선생님의 오롯한 친필이 촛불보다 훤했다 (유순예)

구석에서 조바심내더라도/눈치 주지 마시기를 (유종)

끊어진 방파제를 손보아야겠습니다 (윤제림)

 

3.

아버지라 아들이라 서로 부르며 그날 꼬옥 안아드렸던 선생님 (윤중목)

배고픈 자 술고픈 자/아낌없이 베풀고 (이경철)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 풀어놓으셨나요 (이명옥)

말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말속에 쇠심을 박은 것처럼 강했다 (이상문)

천 알의 밀알, 만 알의 밀알들 (이수영)

선생이 소리 높여 외쳐 부르던 인사동 아리랑 (이승철)

독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지라고나 할까요 (이영숙)

대륙횡단 기차표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원규)

선생님은 사랑이시다 (이은정)

누가 길을 물어 오면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리라 (이인성)

‘사람’을 사랑하고 ‘정의’를 귀히 여기고 (이혜선)

 

4.

흘러서 이렇게 또/우리를 적시네 (장우원)

광화문 촛불 물결/배고프다 하시며 (정승재)

돌아가 환히 웃으시는군요 (정원도)

꽃이 진다고 다시 꽃이 오지 않겠는가 (조미희)

언제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셨습니다 (조정애)

후배들에게 인간적인 선배로 기억되는 분 (채상근)

내보이지 않으셨던 따스한 적막 (최금녀)

끝까지 주제는 전쟁과 민주화였다 (함동수)

양심을 들고 광장으로 간다 (함진원)

나의 기도는 사막이다 (허형만)

스스로는/밤하늘이 되었지요 (홍사성)

시종이 일관했던 당신의 인품 (홍신선)

 

5.

시를 쓰셔서 시인이 아니고 느끼고 살아가시는 게 시로구나 (강일구)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써 왔던 참된 민주투사였다 (방배추)

―책머리에

 

세상에 나가 살다 숨이 막히곤 하는 때면 아버지를 찾아뵙거나 전화를 드리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소천하시고 아버지께서 이 못난 자식과 같이 살아주시기로 한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시를 쓰셔서 시인이 아니시고, 느끼고 살아가시는 게 시로구나. 이후에도 나의 바닥을 들여다본 것 같은 부끄러움에 휩싸일 때, 나는 곁에 계신 아버지께서 읊조리는 나지막한 콧노래 소리에 위안을 얻었다. ―강일구, 「아버지의 발견이라는 사건」(15~16쪽)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써 왔던 참된 민주투사였다.

내가 박 정권과 전두환 정권 때 두 번이나 감옥소에서 고생하고 나왔을 때도 제일 먼저 부인과 함께 찾아와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준 고마운 친구였다. 지난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항상 민중의 일원으로 투쟁현장에서 묵묵히 자기가 할 일만 하고 남달리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방배추(동규), 「강민 형을 그리며」(18쪽)

 

아직도 이 땅은 시인의 비망록에 묻힌

비참한 어느 한 곳이다, 싱싱한 살육의 벌판이다

그러나 그 미로 속으로 얼쩡거리는 그림자

머뭇거리며 걷는 미로의 배회는 끝나지 않았다

건물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인심도 바뀐

점점 서걱거리는 인사동 모퉁이에서, 명동 어디쯤에서

시대를 같이한 벗들의 자취 더듬으며 그 어둠에 스미듯

스스로 역사의 한 자취가 된 유목민으로

피난길에 만난, 북에서 온 친구를 보내고 외로웠던 시인

광풍 같은 피의 역사를 지우며 술 한잔을 나눈

북에서 만난 그 시인은 잘 계신가 또 그립고

외로운 이 땅에서 가난과 병으로 낙오병처럼 절름거리며

멈칫멈칫 이 거리 저 거리에서 한세월 보냈더니

무잡한 세상이라니, 한마음 낄 자리 없어 방관자가 되었다니

촛불과 함께, 옛 조선에 부여에 고구려에 백제에 신라에 고려, 조선에 핀

진달래를 만난 듯 달뜬 얼굴로 일민중(一民衆)― 민주의 불씨 피워

느껍게 저 깊이 움츠린 목을 뽑아 소리치며

참혹한 병신년(丙申年)을 건너던 시인의 의지는 아직 너끈했다

오랜 배회를 마치고 비로소 물큰한 민중의 가슴에 안겨

그깟 철조망쯤이야, 그깟 지뢰밭쯤이야

수시로 넘나드는 이 겁 없는 사랑을 어찌 막을 것인가

머리를 백두에 두고 다리는 한라에 걸친

시인의 깊고 질긴 사랑을 어찌할 것인가

아무렴, 인사동 거리 어디선가 홀연히 묻힌 이름 아니라

곰탕집 골목이거나 귀천, 오줌 골목에서

무심코 불쑥불쑥 튀어나와 시대와 어깨동무하는

한 시절 아픈 문학을 살다 간 시인의 불멸(不滅)을

진달래 봉긋봉긋 피어오르는 봄날 하냥 보겠다

―김이하,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촛불 시인 강민을 그리며」(30~40쪽)

 

 

<한 무리 꽃잎처럼

갈매기 무리져 날고 있다

아름다운 비상이다

싱싱한 자유다

소망이다>

 

어젯밤 그들은 어느 꿈에 머물다

아픈 추억 물고

여기 외포리 바다 위를 날고 있는가

 

북녘의 바다에서 남녘의 하늘로

남녘의 바다에서 북녘의 하늘로

내 겨레 뜨거운 가슴은 여전히 먼데

 

무리져 끼득이는 자유의 갈매기

우리 소망은 어디서 날고 있나

가고파도 못 가네

그리워도 못 만나네

아, 우리 사랑

누가 이 땅을 둘로 갈라놓았나

―강민, 「외포리의 갈매기」(117~119쪽)

 

 

■ ‘편집 후기’ 중에서

  

어느 날 강민 선생님께 왜 큰 출판사에 계속 재직하지 않으셨냐고 여쭈어보았더니, 그 당시 노조 문제가 있었는데 노조의 편에 서는 바람에 회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하셨다. 경영자의 편에 서면 살아가는 데 유리했을 텐데, 그것을 버리고 정의의 길을 택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2021년 『푸른사상』 여름호 특집으로 백기완 선생님을 모셨다. 방배추(동규), 유홍준, 최열, 임진택, 송경동 등이 참여했다. 그때 유홍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내가 1975년에 출소했는데, 6남매가 먹고 살아야겠기에 백기완 선생님께 취직을 부탁했어요. 백 선생님은 금성출판사의 편집국장으로 있는 강민 시인을 소개해주셨어요. 그래서 충무로에 있는 금성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그처럼 그 무렵 재야운동은 강민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강민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많이 사주시고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셨어요. 시민운동 및 노동운동이 조직화되는 시기로 넘어가기 전에는 이렇게 개인 차원에서 연대가 있었어요. 강민 선생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17쪽) 강민 선생님의 훌륭한 삶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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