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신간도서

정일관 시집, <별>

by 푸른사상 2024. 12. 3.

 

분류--문학()

 

 

정일관 지음|푸른사상 시선 199|128×205×8.5mm|144쪽|12,000원

ISBN 979-11-308-2197-9 03810 | 2024.11.30

 

 

■ 시집 소개

 

나무와 꽃과 인간 등 대지의 자식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노래들

 

정일관 시인의 시집 『별』이 푸른사상 시선 199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나무와 꽃과 인간 등 대지의 자식들을 반짝이는 별처럼 품으로 안아 들인다. 생명의 기원과 이 세계의 의미를 대지로부터 구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인연의 소회를 담고, 사회적 발언도 한다. 나무와 꽃과 사람을 향한 애정과 사색이 깊은 이야기들이 시집 속에 그득하다.

 

 

■ 시인 소개

 

정일관

부산에서 태어났다. 국어교사가 되어 전남 영광에서 우리나라 대안 교육의 시작을 함께하였고 경남 합천에서 마감했다. 지금은 진주 외곽 산속 마당에 작은 정원을 가꾸며 나무처럼 산다. 시집으로 『새를 키울 수 없는 집』(공저, 1988),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2001), 『너를 놓치다』(2017)가 있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힘을 다해

힘을 다해 / 꽃잎 날린다 / 향긋하잖아요 / 머뭇거리다 / 담쟁이 기어가는 / 유언 / 느티나무 그대 / 내 곁에 봄나무 / 건너가다 / 돌고래 서른 마리가 / 좀뒤영벌

 

제2부 체로금풍

잊혀질 영광 / 체로금풍 / 발을 씻다 / 고구마 / 탑 / 문 앞에서 / 녹슨 그림 / 이런 얘기 / 땡볕 / 그날, 별똥별이 / 모과 하나 / 우화(羽化)

 

제3부 비어 있는 방

남자는 나무처럼 / 비어 있는 방 / 안아주지 못했다 / 발치 / 동질감 / 아니고 아니고 아닌 집 / 별 / 김주혁 / 어떤 선생 / 봄비 / 어디쯤 / 문 리버 / 칠월에 / 슈퍼문 / 수련 소식

 

제4부 자비로운 욕

안개 속에서 / 자비로운 욕 / 죽지 말고 질문하라 / 무게 / 환풍기 / 분식 / 신 / 무관심아, 고맙다 / 동백, 기다림 / 오월 / 소심한 문법 / 노을 / 길에서 만난 친구 / 겨울비가 내려 / 한용운

 

■ 작품 해설:대지의 자식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김효숙

 

 

■ '시인의 말' 중에서

 

오래 머물렀던 들판을 떠나 산중에 드니

붉은 달은 동쪽 산등성이에서 떠오르고

흰 달은 서쪽 산줄기 너머로 진다.

 

달빛 정원에 모과나무가 산다.

단풍나무가 빈손을 펴고

능소화는 마음을 타고 오른다.

말 없는 것들의 말은 청량하다.

 

육신을 가지고 사는 삶은 슬프다.

슬픔은 다함이 없고 슬픔만이 유일하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부디 죽지 말고 살아 있으라.

 

 

■ 추천의 글

  

살아 있는 나무들이 정일관의 시집을 가득 채운다. 아까시나무는 오월의 비탈길이 캄캄한 어둠에 밀리지 않기 위해 환한 꽃을 피우고, 벚나무는 길을 건너다가 치인 고양이를 꽃잎으로 덮어 꽃무덤을 만든다. 가시가 삐죽한 엄나무는 당당한 자태로 풍성한 잎들을 이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은은한 잎사귀로 달빛을 받는다. 봄나무는 사람들의 팔을 잡아당기며 가지를 늘리고, 겨울나무는 뼈만 남았는데도 외투 한 자락 걸치지 않고 별빛을 모은다. 큰 나무는 몸을 구부리고 팔을 내밀어 넓고 깊은 그늘을 내고, 모과나무는 작고 못생긴 모과를 툭 떨어뜨려 지상을 향기로 물들인다. 바람은 수소문해서 나무들을 찾아오고, 별빛은 나무의 마음을 살리기 위해 밤하늘에서 빛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 말고/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유언」)라는 시인의 말은 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문을 닫는 한 생애의 힘이 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작품 세계

  

(전략)

『별』은 대지의 자식들을 하나의 품으로 안아 들이는 시집이다. 눈물을 머금은 듯한 별의 반짝임처럼 우리가 느끼는 환희와 슬픔도 빛나는 형식을 취한다. 시인은 대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관계에서 파생하는 온갖 감정, 좋은 말이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역능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1부에서는 대지의 생명성에 밀착하여 식물의 사유를 펼치면서 다양한 대지의 소산을 노래한다. 2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편들이 주종을 이룬다. 낮은 자세로 낮은 자리에 임하기를 권유하는 화자의 목소리도 나지막이 울려 나온다. 3부에는 가족·친지·연인 등 친연성이 있는 인물들과 좋은 만남을 가져오다 헤어져 지금은 그리움·슬픔·기다림을 안고 살아가는 소회를 담았다. 4부는 시인의 지향이 뚜렷한 시편들이 주종을 이룬다. 눙치면서 우회하는 화법으로 대사회적 발언을 하면서 언어의 쓰임새를 성찰한다.

(중략)

인간은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이별 또한 필연인 존재다. 사회는 승자 독식에 따른 생존 투쟁의 장이며, 소득을 기준으로 일등 시민을 판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 인간은 나무·꽃과 균등한 대지의 자식이다. 시인의 판단이 가혹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이런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이 세계의 의미를 대지로부터 구하면서 이곳을 생명의 기원으로 보고 있어서 우리도 나무답고 꽃다운 존재를 꿈꿀 수 있다. 시인은 소득 제고에 맞춰진 생존 투쟁의 현장에서도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살 수 있는 마음을 우리에게 기대한다.

― 김효숙(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다정한 것들은 슬퍼 보인다.

돼지감자꽃 노랗게 흔들리는 하늘

따뜻한 바람이 머물다 가는

양지바른 안 모퉁이와

칠이 벗겨진 작고 낡은 의자에

슬픔이 가만히 앉아 있다.

 

슬픔을 속옷처럼 갈아입는다.

슬픔의 힘으로 하루를 건넌다.

슬픔은 없는 곳이 없어

천상을 향해 오르는 가늘고 긴 노래도

어김없이 잘 살라고 내미는 덕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지나간 날도

숨어 있는 슬픔이 태연하게 마중 나온다.

살아 있기에 슬픈 것,

슬프기에 살아 있는 것.

 

반짝이는 것들은 슬퍼 보인다.

너는 반짝인다.

너의 웃음도 반짝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만 잎사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아

별처럼 하도 많아

오늘 밤 올려다본 하늘에

무슬림 아이들의

눈물에 젖은 눈들

그렁그렁 반짝반짝.

 

빛난다, 슬픔.

 

 

 

꽃잎 날린다

 

길가에 늘어선

세상의 모든 벚나무

분분하게 꽃잎 날릴 때

가는 봄을 놓칠세라

아쉬움과 탄식도 흩날리는데,

 

길을 건너다

봄나들이 차에 치인 길고양이

돌아가는 길 안쪽으로 떠밀려

쓸쓸히 해탈해갈 때,

 

떨어지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가장자리로 가장자리로 밀려가다가

모로 누운 길고양이

둥근 배 안으로 모인다.

 

자그마한 꽃무덤이 된다.

 

길 건너편엔 봄 강물이 몸을 풀고

하늘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져 있고

봄바람은 불어 바람은 불어

꽃잎은 자꾸만 자꾸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