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아모르파티
김세인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4|140×205×13mm|216쪽
18,500원|ISBN 979-11-308-2198-6 03810 | 2024.12.20
■ 도서 소개
존재의 심연을 휘젓는 폭풍 같은 이야기의 향연
김세인 작가의 소설집 『아모르파티』가 푸른사상 소설선 64로 출간되었다. 원효부터 논개, 이문구까지 역사적인 인물들의 생애를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존재의 심연을 휘젓는 폭풍 같은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 펼쳐진다. 삶의 질곡을 견뎌내는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 작가 소개
김세인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옥탑방」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 탁구!』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소설집 『무녀리』 『동숙의 노래』 등이 있다. 2004년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 목차
작가의 말
둥지, 묘지 그리고 님의 침묵
아모르파티
용사의 집
진자의 반격
명천, 이문구
별을 흠모한 논개
대중 속으로 들어간 원효스님
작품 해설 : 기쁨과 슬픔의 관념을 통한 감정 서사_ 이덕화
■ ‘작가의 말’ 중에서
2016년 『동숙의 노래』 이후 9년 만에 창작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발표한 지 오래된 작품은 이번에 묶으면서 몇 군데 수정했다.
여기에는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로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소속 소설가들이 공동 발간한 『소설로 읽는 한국의 여성사』 『소설로 읽는 한국의 음악사』 『소설로 읽는 한국의 문학사』에 실었던 필자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든 현존하는 인물이든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작가가 구현한 공통점이 있다.
‘고통을 포용하고, 이를 통해 의지를 드러낸다.’
죽음으로 한 삶의 역사가 마감되었지만 남은 자들이 기억해줌으로써 죽은 자의 ‘의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깨어보니 나 혼자더군. 그 새는 날아가버린 거였어.(And when I woke, I was alone. This bird has flown.)’
그렇지만,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어, 라고 이 글의 인물은 말하고 싶어 한다.
올 사월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구순이 넘었으니 가실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으며 의연한 마음으로 장례를 모셨다. 그러나 차츰, 묵은 슬픔까지 덧났다. 술이 익듯이 슬픔이 괴어올라서 의식의 과잉 상태가 나를 지배했다.
‘한 발 제겨 디딜 곳조차 없는.’
이런 즈음에 울산 장생포 아트스테이에 입주하게 되었다. 공기도 낯설고 주변 사물들도 낯설고 억양도 매우 낯설어서 외계에 온 것 같았다. 나는 누구이며 여기 왜 와 있나, 질문하면서,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정리하며 작가로서 삶을 되찾았다.
■ 추천의 글
영국의 역사학자 트레벨리언(George M. Trevelyan)은 “역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말하였다. 이야기의 근간은 서사이다. 제라르 주네트(Gérard Genette)는 『서사의 담론』에서 서사란 “하나의 사건이나 일련의 사건들을 글로 된 것이나 말로 된 담론으로 진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언어적 서사인 소설이라는 양식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영화, 드라마, 만화, 오페라 같은 비언어적 서사가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지배력을 증가시켜왔다. 언어적 서사인 소설의 비중이 작아지고, 비언어적 서사인 영상예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세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풍문은 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인의 소설은 서사가 풍부하다. 첫 단편집 『무녀리』에서 상가건물 옥탑방으로 이사 온 젊은 부부, 성매매 종사자, 장애인, 무녀리, 노인들과 같은 소외계층의 삶을, 『동숙의 노래』에서 경기 남부 사투리를 쓰는 변두리 사람들의 삶을 그려온 작가는 세 번째 단편집 『아모르파티』에서 원효부터 이문구까지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통해 자신을 파괴하는 고통을 창조의 필연적 계기로 삼으면서 독자에게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교수)
■ 작품 세계
김세인은 작품에서 감정 변화에 따른 신체 변화를 잘 드러내는 작가이다. 특히 「아모르파티」에서 이혼 전의 전전긍긍하던 모습과 이혼 후의 자유를 실감하는 부분의 감정 변화는 탁월한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감염되도록 쓰고 있다. 김세인의 작품에는 감정 변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능동적인 인물이 많다. 또 이문구나 논개, 원효의 평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유지해왔던 기조나 의식을 기반으로 그들의 특징적인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김세인의 작품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개념으로 살펴볼 수 있다. 코나투스란 개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다. 스피노자는 각기 만물은 신의 표현으로 드러난다며, 작품 속의 각기 인물들의 삶은 개성의 표현이지만 신의 표현이라고 했다. 신에게 무능력이나 부정이나 제한이 없듯이 만물도 오직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능력의 측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작품들에서 코나투스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즉 작품 속 인물들이 기쁨과 슬픔, 혹은 자신의 삶을 보존하기 위한 항심의 의지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등을 볼 수 있다.
― 이덕화(평택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중에서
■ 출판사 리뷰
김세인 작가의 소설집 『아모르파티』에는 원효부터 논개, 이문구까지 역사적인 인물들의 삶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존재의 심연을 휘젓는 폭풍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현실의 애환을 견뎌내는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살펴 독자들에게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표제작인 「아모르파티」에는 식사 자리에서 밥그릇을 던지는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웬수’로 생각하는 주인공 ‘나’가 등장한다.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불안한 모습과 이혼 후 자유롭고 홀가분한 기분을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숨어서 술 담배를 하며 아무도 모르는 파티, ‘아모르파티’를 하는 청소년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여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진자의 반격」도 기쁨과 슬픔의 미학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박 선생’을 마음에 두고 있는 ‘나’와 이종사촌 동생인 ‘진자’의 미묘한 감정 싸움이 드러난다. ‘나’는 ‘박 선생’을 쟁취했지만 씁쓸함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진자’에게 열패감을 느낀다. 이문구 선생의 전기를 바탕으로 한 「명천, 이문구」, 원효를 내세운 「대중 속으로 들어간 원효」, 논개의 일대기를 그린 「별을 흠모한 논개」 등의 작품은 그 역사적 인물들이 삶을 유지해왔던 기조나 의식을 소설로 재현하여 잘 드러내고 있다.
인간사의 질곡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수록작들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 작품 속으로
“우리는 지금 아모르파티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지랄이세요?”
관리소 직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쳐다본다.
“아모르파티? 그게 뭐니?”
내가 물었다. 그러자 제법 똘똘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나를 보며 말해준다.
“아무도 모르게 파티를 한다는 뜻이에요.”
아무도 모르게 저희끼리만 즐기고 싶은 파티는 도대체 뭘까,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모르파티」, 62쪽)
범태 아버지와 우리 큰아버지는 죽마고우였다고 했다.
그런데 육이오 때 전장에 나가서 두 사람 모두 전사했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도 육이오 전쟁에 나갔다가 팔에 관통상을 입어서 왼쪽 팔이 없다.
이런 이유로 범태 오빠네와 우리 집에는 ‘용사의 집’이라는 나무 팻말이 붙어 있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용사지 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을 용사라고 할까? 죽은 사람과 다쳐서 돌아온 사람 중에 누가 더 용사일까? 왜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액자 속에는 큰아버지 사진이 한 장도 없을까? 큰아버지는 정말 있었을까? 죽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큰아버지에 대해 엄마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예전에 그런 분이 살았었다고,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얼버무렸다.
(「용사의 집」, 70~71쪽)
어떤 놈일까, 우리 봉선 언니를 죽인 원수 놈이.
왜놈들이 먹잇감을 바라보듯 침을 흘리며 논개를 쳐다본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놈이 논개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싼다. 역겨운 체취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놈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하면서 애교 띤 눈웃음을 날려주고는 몸을 빼낸다. 놈이 무르춤하게 쳐다본다. 한 번 더 웃어주고는 사뿐사뿐 경쾌한 걸음걸이로 강을 향해 내려간다. 나라는 거덜이 났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었다. 지저분하게 연명을 하느니 차라리 먼저 간 님들 곁으로 가려는 것이다. 혼자 죽을 수도 있고 한 놈을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 남강의 바위에 다다른 논개는 춤을 춘다. 잘 있거라, 한 많은 세상이여! (「별을 흠모한 논개」, 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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