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밥' 문화로 찾은 삶과 행복
무등 신춘 출신 함진원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출간
욕망과 탐욕 찌든 도시인들 삶 직시
넉넉한 마음 있는 공동체 사회 소망
자본주의는 끝없는 욕망과 탐욕으로 사람들을 멍들게 한다.
욕망은 거짓을 잉태하고 탐욕은 공동체를 파괴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함진원 시인이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푸른사상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총4부 67편의 시편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되어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도시인들의 삶을 직시하고 그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한다. 그는 항아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어울리면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공동체 사회를 소망한다.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교육을 받은 대중들은 소비 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꿈꾼다. 자본주의 매체가 전하는 제품을 소유하려고 욕망하는데, 제품 자체보다 제품이 갖는 풍요로운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그것의 획득은 쉽지 않으며, 소유한 경우에도 욕망의 추구를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욕망을 추구하느라 결국 욕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함진원 시인은 이같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한다. 두레밥은 두레로 일을 하고 공동으로 먹는 밥이다. 두레꾼들은 일터로 가져온 점심뿐만 아니라 오전 참과 오후 참 등을 먹는데, 자신의 집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져, 힘든 농사일을 함께해나가고 상부상조의 토대를 마련한다. 노동력이 없는 마을의 노약자나 과부의 농사를 지어주거나,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두레밥 문화는 일제가 토지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의 토지를 사유제로 만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영 신분의 조선 농민들이 소작인으로 내몰리면서 두레밥을 나누는 토대가 상실된 것이다. 해방 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와 두레밥 문화는 고전적인 유물이 됐다. 하지만 두레밥 문화가 완전하게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현재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두레밥 문화를 재발견하고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라니 입술 사이로 저녁이 잠들면/ 새벽까지 총소리에 벌벌 떨던/ 숨소리 아슴하게 들리는 오월/ 선량한 연둣빛 사람들 살고 싶다고/ 울음 쌓인 금남로 거리/ 눈 감지 못한 자식 보듬고 오열하는 어머니와/ 미얀마 어머니는 하나이다// 총으로 얻은 것은 결국 총으로 돌아가고/ 평화는 승리로 일어나/ 빨간 코트를 입은 오월이 힘내라고/임을 위한 행진을 부른다 "('빨간 코트를 입은 오월' 전문)
함 시인은 힘들고 어려웠던 1980년 5월 광주와 미얀마의 비극과 참상을 떠올리며 희망을 연주하고 있다.
맹문재 시인은 "함진원 시인은 시를 통해 인간은 다른 사람과 부단하게 어울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그 공동체적 존재감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며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주체는 시장이나 국가가 이니라 우리들 사실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함진원 시인은 "구부러진 시간을 견디게 하는 것을 시를 쓰는 일이었다"며 "푸른 언어를 찾아가는 일은 쓸쓸하였다 다시 길을 나선다. 누군가 가야 되고 반드시 가야만 되는 길 그 길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연구서로 '김현승 시의 이미지 연구'가 있다. 기린독서문화교육원을 설립하고 기린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치유 글쓰기와 책 읽기 독서 모임을 하는 등 책 읽는 사회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무등일보, "'두레밥' 문화로 찾은 삶과 행복", 최민석 기자, 202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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