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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무등일보] 박기눙, <이허와 저저의 밤>

by 푸른사상 2023. 3. 28.

 

삶과 세상사에 대한 사유와 통찰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박기눙 '이허와 저저의 밤' 출간
이웃 할머니의 말에서 들뢰즈까지
폭넓은 탐색 흥미로운 이야기 담겨
틈새에 눈을 대고 세상 살피는 글들


작가에게 삶과 글, 이야기는 한축이다.

지난 일상의 궤적을 훑어간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박기눙 작가의 산문집 '이허와 저저의 밤'(푸른사상刊)에는 삶과 세상사에 관한 진지한 사유가 담겼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할까를 화두로 꺼냈다. 저자는 한밤에 나눈 이허(裏許)와 저저(這這)와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는 듯하다.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어떻게 삶을 만드는가. 이러한 질문 속에서 글쓰기라는 정제된 삶의 기념비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어떤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세밀하고도 감각적인 표현으로 그려낸다.

지나가듯 던지는 할머니의 한마디 말에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섞여들곤 한다. 앞서 살아온 인생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에는 삶의 지혜와 남다른 가르침이 담겼으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보이기 때문이다. 박기눙 작가에게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고 큰 모든 일이 이야기의 소재다.

이웃 할머니의 말에서 떠올린 마르케스의 마술적 언어부터 들뢰즈 철학, 프루스트의 예술론 등 지적 탐색의 시간을 가지며, 문학과 예술을 탐독한다. 음악을 감상하며 느끼는 채움의 시간, 소설로 배우는 이국의 역사 등 종횡무진하는 작가의 폭넓은 탐색은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변해 우리에게 온다.

작가는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처럼 들릴지라도 화음을 맞추고 연주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룬다.

불완전하고도 혼잡한 이 세상 속에서 인생살이에 대한 고민, 예술과 문학의 존재, 사회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박기눙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율하는 연주자들처럼 이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삶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다. 삶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어떻게 삶을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글쓰기라는 정제된 삶의 기념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글을 짓는 일은 틈새에 눈을 대고 세상을 살피는 일"이라고 말한다. 틈새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틈새는 견고한 기성관념과 고착된 관습과 제도에 대한 일탈과 전복을 통해서 생긴 균열이다. 작가는 스스로 글쓰기를 통해서 틈새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며, 그 틈새를 보는 눈을 제대로 가질 때만 세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무산 시인은 "들뢰즈 철학에서 프루스트의 예술론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의 지적 노마드가 경이롭다"며 "작가의 가슴 속에 이제 막 쓰여지기를 기다리는 작품이 어떻게 태동하는가를 엿보는 재미도 덤으로 주어진다"고 평했다.

박기눙 작가는 경기도 여주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집 '타임피싱', 장편소설 '시간의 춤'을 각각 펴냈다.

무등일보, "삶과 세상사에 대한 사유와 통찰", 최민석 기자, 2023.3.27

링크 : http://www.mdilbo.com/detail/K4YzjP/69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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