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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광주매일신문] 함진원,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by 푸른사상 2023. 3. 20.

 

함진원,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발간
함께 나누며 사는 공동체 이야기…67편 시로 ‘두레밥’문화 제시

항아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편들이 담긴 책이 발간됐다.

도서출판 푸른사상 시선 170으로 출간된 함진원 시인의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시집이다. 시집은 총 4부 67편의 시편으로 구성돼 있다.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직시하는 시인은 나누며 살아가는 삶의 미학을 일깨우며 함께하는 공동체 사회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다.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교육을 받은 대중들은 소비 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자본주의 매체가 전하는 제품을 소유하려고 욕망하는데, 제품 자체보다 제품이 갖는 풍요로운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으며 소유한 경우에도 욕망의 추구를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욕망을 추구하느라 결국 욕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함진원 시인은 이같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한다. 두레밥은 두레로 일을 하고 공동으로 먹는 밥이다.

두레꾼들은 일터로 가져온 점심뿐만 아니라 오전 참과 오후 참 등을 먹는데, 자신의 집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져 힘든 농사일을 함께해나가고 상부상조의 토대를 마련한다.

노동력이 없는 마을의 노약자나 과부의 농사를 지어주거나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두레밥 문화는 일제가 토지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의 토지를 사유제로 만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영 신분의 조선 농민들이 소작인으로 내몰리면서 두레밥을 나누는 토대가 상실된 것이다.

해방 뒤에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와 두레밥 문화는 고전적인 유물이 됐다.

그렇지만 두레밥 문화가 완전하게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현재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두레밥 문화가 궁극적으로 우리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인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부단하게 어울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며, 그 공동체적 유대감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한편, 함진원 시인은 함평 출신으로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연구서 ‘김현승 시의 이미지 연구’ 등을 펴냈다.

광주매일신문, "함진원,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발간", 최명진 기자, 2023.3.19

링크 : http://www.kjdaily.com/article.php?aid=167922154159778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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