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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김애란 청소년시집,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

by 푸른사상 2022. 9. 19.

 

분류--문학()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

 

김애란 지음|청소년시집 6|134×214×14 mm(하드커버)|160쪽|14,000원

ISBN 979-11-308-1950-1 43810 | 2022.9.15

 

 

■ 시집 소개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시편들

 

김애란 시인의 청소년시집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가 푸른사상의 <청소년시집 6>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오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힘겨운 삶과 그들의 내밀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기적을 꿈꾸게 합니다.

 

 

■ 시인 소개

 

김애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된 뒤로 아동,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2회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책 『일어나』 『엄마를 돌려줘』 『사랑 예보, 흐린 후 차차 맑음』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아빠가 가출했다』, 청소년 시집 『난 학교 밖 아이』 『보란 듯이 걸었다』, 청소년 소설집 『수상한 연애담』 『꿈 찾기 게임』 등이 있습니다.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카톡으로 말 거는 선생님

선생님이 된 날 / 쉬운 일이 없다 / 바보 같은 선생님 때문에 / 담배 골목 / 아빠 얼굴 보기 / 무장 해제 / 큰일 날 뻔했다 / 쪼그리고 자기 / 하지 않은 말 / 지금 가요 / 아무도 없는 게 아니었다 / 감기 / 우울증 / 밑줄 쫙

 

제2부 그 고시원엔 고딩이 산다

더부살이 / 재활용 쓰레기 / 고시원에서 빨래 널기 / 고시원에서 창문 달기 / 고시원에서 짜장면 먹기 / 오, 나의 밥님! / 피곤한 여자 / 성주의 눈물 / 고시원 다이어트 / 유령도 외로움을 탄다 / 잠 못 이루는 밤 / 냉장고 열어보기 / 고시원에서 겨울나기 / 사랑스런 내 운동화 / 눈 오는 날 / 화분 가꾸는 남자 / 원형 탈모

 

제3부 한바탕 랩

스프링클러 / 황하원 / 교장 선생님 / 뿔뿔이 / 내 친구의 매력 / 멀미와 초콜릿 / 플랫폼에서 / 복숭아 향기 / 따로국밥 / 장미의 매력 / 구름을 보며 / 그래도 시간은 간다 / 이유도 모른 채 / 잘했어 / 한바탕 랩 / 그런

 

제4부 기적을 만났습니다

내 인생에 기적 / 가족화 / 기침이 난다 / 조용히 해 / 죄송해요 / 문장 완성하기 / 기적 / 내가 게임에 빠진 이유 / 숨은그림찾기 / 어쩌나 / 그래도 봄날 / 아으르 다으 / 우리 집 가훈 / 역대급 사치 / 바다라 생각해 주세요 / ‘난 할 수 없어’의 장례식 / 가지 마세요, 쌤

 

작품 해설 : 톡, 톡, 찾아오는 기적 만나기_장정희

 

 

■ '시인의 말' 중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집으로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해 주는 밥 먹으면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왜 그리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먹고 싶던지요.^^

밥보다는 수험서를, 수험서보다는 소설책과 시집을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 밤 툇마루에 앉아 하얀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어요. 문득 조세희 소설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르더라고요.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달을 보며 저 문장을 읊조리는데, 이상도 하지요. 달도 나를 따라 그렇게 읊조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날로 수험서를 덮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물처럼 싸 들고 와 깊숙이 숨겨 두었던 습작 노트를 꺼내 지우고, 쓰고, 다시 지우고…… 그렇게 많은 시간 글을 빚어 갔습니다.

시골의 빛나는 시간은 내 글이 제대로 빚어질 수 있게 느려터진 걸음으로 지나는 듯 마는 듯 지나갔지요. 늙은 부모님처럼이나 느리고도 느리게 말이에요.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황홀한 시골의 편린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내 글을 기다려 준 것처럼, 또 그렇게 내 부모님이 기다려 준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과 공포를 함께 느끼면서 느리게 자라라고요. 천천히 걸어가라고요. 많은 시간이, 어른들이, 친구들이…… 함께 기다려 줄 거라고요.

 

 

■ 작품 세계

  

학교가 지옥이고, 입시 감옥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 그렇지만 김애란 시에 나오는 또 다른 우리는 학교는 ‘기적’을 찾고 있어. “보고 싶다. 학교 와라” 이 한마디의 부름에 우리는 완전 해방이야. “쌤, 저 지금 가요!”(「지금 가요」) 하고 힘껏 뛰어가는 우리. 우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우울증」)이 절대 아니었다니까.

“잘하고 있어.”

“다 잘될 거야.”

이 한마디에, 우리는 기적이란 번갯불에 내리꽂히는 불덩이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는 우리의 방황과 질주. 그 속에서도 ‘쌤’의 위로는 언제나 마음의 피난처야. 그러니까 학교에서 기적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그렇지? (중략)

김애란 시는 우릴 뜨겁게 해. 아무리 비좁은 방, 창문 없는 방이라도, 이처럼 따뜻하고 눈물이 가득한, 뜨거운 시는 퍽 오래간만이야. 몇 번이고 읽고 되뇌고, 나도 모르게 또 읽고 있어. 김애란 시인을 만나면 꼭 말하고 싶어. “이 시집에는 또 다른 나의 한쪽이 있어요”.라고.

김애란 시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독백을 듣게 돼. 가끔 가끔 시집을 펼치면, 우리를 위로해 주는 시인의 따뜻한 눈을 만나게 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아픔과 아픔이 서로 이어지려고 해. 그러다가 피식, 함께 웃어 줄 것만 같은 시들이 가득이야. 학교와 사회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야 하는 청소년들. 우리는 서로 닮은꼴이야.

우리는 함께 학교에서 일어날 ‘기적’을 꿈꾸고 있어, 그치? 우리, 거창한 이야기 하지 말자고. 비루하고 비참한 인생 이야기는 마치 어른들 세계의 전유물인 것처럼 떠들지만, 꽃잎처럼 섬세한, 꿀물처럼 달콤한, 꽃봉오리 속 세계에도 얼마나 깊은 아픔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그걸 어른들은 알까?

우리의 삶은 디테일 그 자체야. 청소년기를 지나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 마치 씨줄 날줄이 교차하며 조밀하게 짜인 직조물처럼. 그렇지만 직조물은 조그만 불씨에도 너무나 가볍게 구멍이 나거나 후룩 타 버릴지 몰라. 그런 두려움의 곡예를 우리는 늘 상상하지. 그럴 때 우리의 쌤은 「스프링클러」에서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 줄 거야.

- 장정희(아동문학가·방정환연구소장)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고시원에서 창문 달기

 

우리 몸에 눈이 없다면 어떨까요?

답답할 거예요, 그죠?

 

내가 사는 고시원엔 창문이 없어요

창문은 방의 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아저씨, 왜 창문이 없어요?

창문 있는 방은 오만 원 더 비싸

당연히 오만 원 싼 방을 선택했죠 난

 

알아요 벽을 뚫어 창문을 낼 순 없죠

대신 창문을 하나 그려 넣기로 했어요

 

사각형의 하늘에 뭉게구름도 띄우고

새도 날리고 분홍 커튼도 달았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창문

닫히지 않는 창문을 통해

나는 매일 하늘을 봐요

 

 

복숭아 향기

 

농업과 애들이 가꾸는 복숭아밭

전교생이 복숭아 따기 대회 해서

집에도 가져가고 팔기도 하는 복숭아

 

우리가 꽃 피우고 꽃 따 주고

열매 솎아 주고 봉지 씌워 준 복숭아

 

현장 실습 나가기 며칠 전에

우리 반 애들 다 모여

‘나의 꿈’ 엽서에 써서

나무 상자에 넣고 복숭아밭에 묻었다

십 년 뒤 오늘 와서 캐 보자고

 

복숭아나무야, 우리들 꿈을 지켜 줘!

담임 쌤이 복숭아나무 보고 말했다

우리도 따라했다

 

그날 복숭아나무가 해 준 대답

지금껏 코끝에 맴돈다

우리 반 애들 그리울 때마다

그 대답 아련히 피어오른다

향긋한 복숭아 향기

 

 

내 인생에 기적

 

초특급 말썽 피운 날

담임이 내 앞에 백지를 내민다

내 인생에 기적을 찾아 쓰란다

 

밑바닥 내 인생에 무슨 기적이 있겠나

백지를 보는 내 얼굴이 굳어진다

많이 춥구나?

담임이 목도리를 벗어 내 목에 둘러 준다

 

목이 따뜻해지면서 불현듯

내가 이 선생님을 만난 게 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중략)

 

덧붙여 쓴다

내가 걷고 뛰고 달리고

손 흔들어 인사하고 웃고

밥 먹고 똥 누고 오줌 누고

옷 입고 신발 신고

가방 메고 핸드폰하고

축구하고 썸타고 알바하고

공부하고 책 읽고 음악 듣고

그리운 엄마가 있는 것도……

쓰다 보니 어느새

모든 게 다 기적이 된다

 

 

기침이 난다

 

공부만 시키는 학교 다니기 싫다

선생님 설명 못 알아듣겠다

재미없다

엎어진다

잔다

 

공부만 관심 있는 부모님

내 마음 관심 없고

성적만 물어보신다

차라리 성적 올리는 기계를 낳지

 

이따금

운동장 다섯 바퀴쯤 돈 것같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콜록콜록 기침이 난다

멈추지 않는다

죽을 것 같다

 

담임 처방대로 해 본다

내 오른손을 쌤 손으로 생각하고

왼손을 꼭 잡는다

숨을 천천히 들이쉰다

천천히 내쉰다

좀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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