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소설’에서 여성은 주체 아닌 미학적 대상 머물렀죠”
‘광주항쟁’ 구속 고초 심영의 평론가
‘5·18, 그리고 아포리아’ 평론집 내
“5·18문학 텍스트를 심도 있게 고찰해 광주라는 공간이 한국 소설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했죠.”
<5·18, 그리고 아포리아>(푸른사상)라는 평론집을 낸 심영의(64·사진) 작가는 지난 4일 “5월 문학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성찰해 5월 문학이 취해야 할 태도와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대부분 글을 관통하는 주제는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어로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는 의미로 “앞으로도 탐구가 필요한 난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5월 문학 작품 40여편을 분석해 쓴 12편 논문을 간추려 책에 실었다. 임철우 단편 <봄날>(1984), 윤정모 단편 <밤길>(1985)을 비롯해 문순태의 단편 <최루증>(1993), 정찬의 중편 <슬픔의 노래>(1995), 공선옥 단편 <목마른 계절>(1995), <은주의 영화>(2019), 김승희의 단편 <산타페로 가는 사람>(1997), 박솔뫼 단편 <그럼 무얼 부르지>(2014)와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2014) 등 5·18을 다룬 소설이 텍스트였다.
심 작가는 “국가폭력에 의한 비극의 진실을 규명하고, 살아남은 사람의 죄의식과 항쟁 주체들의 문제를 성찰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책에서 ‘5·18 소설’이 여성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비평도 소개하고 있다. 심 작가는 “여성 서술자를 내세운 5·18 소설에서 남성은 역사적 실천 행위 주체로 구성되는 반면, 여성은 역사적 고통의 미학적 대상으로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또 “여성을 대상화한 소설들에서는 여성 인물들이 기다림의 주체로서의 여성이거나 비극적 상황을 고조시키는 대상으로 ‘기호화’됐다”고 봤다. 그는 “여성을 주체로 내세운 소설에서도 여성들이 떠안고 있는 죄의식에는 모성과 5월에 대한 지나친 강박감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짚었다. 심 작가는 “5월 소설이 여성성의 문제를 명백하게 끌어내고 확장해 그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18 가해자의 트라우마 등 애도의 가능성에 대한 탐문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심 작가는 “많은 5·18 소설들에서 가해자 고통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며 “명령한 자는 명령한 자의 책임이 있고, 그것을 실행한 자는 실행한 자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 역시 분단체제의 피해자라는 인식은 5·18 소설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고, 가해자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존중이 가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월 “운명적으로” 항쟁과 만났다. 그는 5월23일 시위대 차를 타고 가던 중 계엄군에게 붙잡혀 108일 동안 구속·수감돼 고초를 겪었다.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1995년 전태일 문학상을 통해 소설로,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남대에서 <5·18민중항쟁소설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소설집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 <오늘의 기분> 등을 냈다.
한겨레, “‘오월 소설’에서 여성은 주체 아닌 미학적 대상 머물렀죠”, 정대하 기자, 202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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