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유국환 시인의 '고요한 세계'
“역사의 대지 위에 펼쳐진 견고한 시편들”
유국환 시인의 첫 시집 『고요한 세계』가 <푸른사상 시선 156>으로 출간되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동학혁명, 4․3항쟁, 5·18민주항쟁 등 한국 근대사를 따라가는 시인의 역사의식과 연대 의지는 고통받아온 민중들의 아픔을 견고하게 감싸 안는다.
김준태 시인은 그의 시집을 읽고 ‘대지(흙)의 역사, 역사의 대지’ 위에서 태동하는 노래들이 많다. 가령 텃밭에서 생명하거나 열매를 맺는 것들에서 출발하는 그의 시는 단순히 자연적인 것만을 보여주지 않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소박한 풍경 속에서도 삶의 깊이를 드러내 보인다. “쑥부쟁이 혼자 지키기에 너무 무거운” 목포항 ‘은금동 꼭대기 집’이나 “강과 강은 바다에서 합일하기 위해 지독한 세월을 견뎌”온 낙동강 하구가 보이는 아미산 ‘갈맷길을 걸으며’ 그의 시는 다져져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집 후반부를 뜨겁게 달구는 ‘역사의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그의 소박하고 단순한 미학, 시편들은 1894년 동학혁명, 몽골군에 대적한 제주 항파두리성과 4·3의 이야기를 토속성 짙은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다‘고 추천사에 소회를 밝혔다.
류보선 문학평론가( 군산대 교수)‘진즉 시인이 되었어야 했으나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로 접어든 유국환의 첫 시집 『고요한 세계』는 회한과 관대, 질서화 되지 않은 욕망과 시대에의 동참 의지 등 공존하기 힘든 다양한 정동들의 집결지이다.’며 시집을 독자들에게 추천했다.
그의 작품 해설을 쓴 이명찬 문학평론가(덕성여대 교수)는 ‘그의 젊은 날의 시 쓰기가 사적(私的)이거나 가족적인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동 세상을 꿈꾸는 민중주의적 열망을 가꾸는 무기였음을 알겠다. 그랬던 그가 세상 사람들은 그만두고 “사랑하는 이들의 어깨에 얹힌 짐”(「견고한 기억」)부터 걷어내겠다는 핑계를 대고 끝내 등 돌리고 말았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당시 그의 시 쓰기라는 살로 겨눈 과녁이 보통은 훨씬 넘어서는 수준의 공포에 닿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의 탐색은 이제 두 가지 경로를 밟는다. 그중 하나가 시간의 종축을 따라 자기 시가 가닿아야 할 역사적 근원을 확인하려는 노력이다. 두 번째는 시간 여행에서 얻은 인식을 바탕으로 내 가족을 넘어 이웃의 목숨 가진 모든 것들에로 관심을 확산하는 횡단 탐색에 해당한다.
그의 종단 여행이 아버지와 어머니, 고모, 아내와 같은 가족들과의 관계 탐색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탐색을 통해 그는, 자기를 시대 앞에 비겁한 가장(家長) 되는 길로 일찍 내몰아 자주 대들었던 아버지의 무능이 사실은 아버지 시대의 것이었음을, 가족의 신산과 고통이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낸 모든 가족들의 공동 문젯거리였음을 확인하려 한다. 시 「아버지의 녹」 「호국원 가는 길」에서 아버지와 화해를 한 그가, 「깜장 고무신」을 통해 우리 시대 모든 아버지의 ‘깜장 고무신’을 부끄러움 없이 납득하게 되는 과정이 정겹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보여행」)를 통해 유전되어 내려온 가난의 역사를 추적하던 끝에 그는 「고요한 세계」로 만나는 5·18, 「촘항 속의 개구리」 「하귀리 가는 길」 「영모원에 부쳐」와 같은 4·3의 흔적을 붙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부활하는 집강소」 「어긔야 어강됴리」에 이르러 동학농민운동의 발발과 좌절이야말로 이 땅 민중, 민족 모순의 기원이자 뿌리라는 점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특히 「촘항 속의 개구리」나 「어긔야 어강됴리」는 4·3의 참상이나 동학운동의 좌절이라는 주제를 그 동네 말로 새롭게 구성하여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에 값한다‘고 말했다
유국환 시인은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2020년 5・18문학상 신인상과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오랫동안 꿈꾸었던 시인이 되었다. 현재는 창작에 힘을 쏟고 있으며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시 해설] 유국환 시인의 '고요한 세계'", 강민숙 작가, 20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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