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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베리타스알파] 찰스 번하이머,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

by 푸른사상 2022. 6. 24.

 

[신간산책]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 미국비교문학회(ACLA) 번하이머 보고서

접촉과 소통의 학문인 비교문학계에서 이루어진 문학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석학들의 치열한 논쟁 

 

[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미국비교문학회(ACLA)의 「번하이머 보고서」의 한국어판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이형진 외 옮김)이 푸른사상사의 <학술총서 57>로 출간되었다. 문학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석학들의 치열한 논쟁이 담긴 이 책은 1990년대 미국 비교문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학문적 고민과 비교문학의 정체성 및 방향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비교문학은 두 나라 이상의 문학을 비교하여 서로의 문학양식·사상·영향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국제적인 시각에서 타 언어 문학과의 관계 등을 구명하며 그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확장해왔다. 비교문학에 관한 중요한 학술적 담론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여온 미국비교문학회(ACLA)에서는 10년 주기로 ‘비교문학 기준 보고서’를 발표하여 비교문학 연구의 현황과 향후 지평을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기적 전환기의 비교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번하이머 보고서」(1993)는 비교문학이라는 학문의 정의뿐만 아니라, 문학연구의 문화적 역할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어 학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형진 교수를 비롯한 한국비교문학회 소속의 9명 연구자는 「번하이머 보고서」를 비롯한 비교문학 기준 보고서와 「번하이머 보고서」를 둘러싼 논문으로 이루어진 Comparative Literature in the Age of Multiculturalism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미국비교문학회에서 발간한 첫 ‘10년 보고서’인 「레빈 보고서」(1965), 두 번째 「그린 보고서」(1975), 약 20년 후에 발표된 세 번째 「번하이머 보고서」(1993)가 소개되어 있다. 아울러 1993년 미국 현대어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출된 「번하이머 보고서」에 대한 세 명(앤서니 애피아, 메리 루이스 프랫, 마이클 리파테르)의 생동감 넘치는 학문적 논의가 담긴 토론문과 인문학 분야의 석학 열세 명의 소논문이 실려 있다. 1990년대 미국 비교문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학문적 고민과 비교문학 발전의 방향성이 다양하게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주의가 확장되는 시기에 비교문학이 전통적 유럽 중심주의 문제, 비평적 탐구 범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의 외국어와 번역의 역할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대학 교육 과정에서 문학연구의 역할과 가치, 문화연구와 탈식민주의 연구와 문학연구의 관계성 등의 주제를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 인문학계에서도 비교문학 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비교문학 연구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번하이머 보고서」뿐만 아니라 해외연구 현황에 대한 자료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 문학 전공자들이 비교문학의 해외연구 동향과 방법론에 대한 자료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비교문학의 새로운 목표와 방법론을 보여주는 시도로서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은 비교문학 및 문학연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찰스 번하이머 외 지음, 이형진 외 옮김, 푸른사상 출판, 2만 8000원)

책 속으로

비교문학의 학문적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본 위원회의 인식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 지난 두 권의 ‘보고서’에 대한 간략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두 권의 보고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비교문학의 급속한 성장의 이유를 새로운 국제적 관점의 등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보고서」에 의하면, 이 국제적 관점은 “작품의 모티브, 주제, 형태를 연구하는 데 더 넓은 맥락을 적용하고, 작품의 장르와 양식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시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학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하는 이 동기 부여는 아마도 최근에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분열을 지켜보면서 유럽 문화의 본질적인 일체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도에 기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같은 관점의 확장성은 무엇보다도 유럽의 경계선이나, 그리스·로마 문화의 고전성으로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럽의 고급문화의 전통 계보 밖으로는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실제로 비교문학 연구는 오히려 ‘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자신들의 기득권 기반인 민족 언어와 동일시하는 시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었다.  (78쪽)

■ 찰스 번하이머(Charles Bernheimer)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비교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평판 나쁜 등장인물들:19세기 프랑스 매춘문화의 표본(Figures of ill repute: representing prostitution in nineteenth-century France)』(1989)과 유럽의 세기말 데카당스에 관한 『데카당스와 유럽의 세기말 문화(Decadent Subjects)』(2002)가 있다. 비교문학 발전을 위한 그의 역할과 업적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매년 비교문학 관련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 저자에게 미국비교문학회에서 ‘찰스 번하이머상’을 수여하고 있다.

 

베리타스알파, "[신간산책]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 '미국비교문학회(ACLA) 번하이머 보고서", 신승희 기자, 2022.6.23

링크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19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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