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간행도서

장우원 시집, <수궁가 한 대목처럼>

by 푸른사상 2022. 5. 31.

분류--문학()

 

수궁가 한 대목처럼

 

장우원 지음|푸른사상 시선 158|128×205×7mm|132쪽|10,000원

ISBN 979-11-308-1921-1 03810 | 2022.5.30

 

 

■ 시집 소개

 

아카시아 꽃향기처럼 퍼져 나가는 희망의 노래

 

장우원 시인의 시집 『수궁가 한 대목처럼』이 <푸른사상 시선 158>로 출간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사의 고통, 바이러스로 뒤덮인 세상, 노동자들의 애환, 한국 현대사의 질곡 등을 진정성을 가지고 담아내었다. 낮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애정을 가지고 호명하며 희망을 노래했다.

 

 

■ 시인 소개

 

장우원

1961년 목포에서 태어나 유달산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랐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퇴임하였다. 위인을 무턱대고 미화하는 위인전을 바로잡고자 『인물 이야기』(1~4권)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고, 『우장춘』 『과학 한국을 만든 사람들 1』도 썼다. 전교조 조합원으로 초등교과모임을 결성한 뒤 회지 『바로 서는 초등교육』을 편집했다. 전교조 노래패도 잠시 활동해 제1회 참교육노래자랑에 중창곡 <어릴 때 내 꿈은>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써 1984년 복현문화상 시 부문에서 「대중탕에서」로 대상을 받았고, 소장용 시집으로 『대중탕에서』를 묶어 냈다. 2015년 『시와문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나는 왜 천연기념물이 아닌가』 『바람 불다 지친 봄날』, 시사진집 『안나푸르나 가는 길』을 냈다.

 

 

■ 목차

 

제1부

요양 병원 침대맡 기도 / 부치고 싶은 편지 /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계(直系) / 내 슬픔은 / 계보(系譜) / 햇살 따스운 봄날 / 당부 / 큰누나 결혼사진 / 마음 쓰이는 밤 / 바쁜 이유 / 나는 시인이다 / 그런데, / 호명(呼名) / 아버지보다 더 살고 보니 / 춘래 유감

 

제2부

어느 해 / 지렁이의 시간 / 달팽이의 시간 / 수궁가 한 대목처럼 / 기차를 기다린다 / 지는 하루 / 가을 두물머리 / 가을 / 낙엽 단상 / 풍경 / 겨울 / 순간 / 눈 내리는 날 / 당신을 잊기로 함 / 잠

 

제3부

사는 이유 / 포만 직설 / 무죄 / 스마트 세상 / 이 시대의 육아법 / 통화의 정석 / 개미마을 /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 와온, 노을에 취하다 / 구두의 중심 / 걸으며 / 참새 목욕탕 / 산비둘기 전용 모텔 / 희망가 / 봄이 참 힘들기도 하다만

 

제4부

사람이 먼저다 / 다시 전태일 / 탄일종 2018 / 보름에 / 사회적 거리 두기 / 해장라면 / 세계 전도를 사야겠어 / 지극히 개인적인 총의 역사 /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가 / 우리는 파도였다 / 김안부 씨가 묻는 안부 / 붉은 발자국 / 쿠바 관광 안내원 호세에게 / 갑자기 봄 / 꿈

 

작품 해설 : 희망가 - 문종필

 

 

■ '시인의 말' 중에서

 

읽히지도 않는

시를 쓴다고

스스로

힐난치 않기로 했다

 

나보다 더 애틋이

내 시를 사랑한

아내와

벗 하나 있어

 

여기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 추천의 글

 

모름지기 시인이란 뿌리 뽑힌 것들을 구원하는 애정의 화신일 것이다. 장우원의 이번 시집은 가계사적 고통과 일상적 삶 속에 담긴 존재의 그리움에 대한 가슴 아픈 토로이자,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세상”(「수궁가 한 대목처럼」)을 향한 자기 다짐이다. 언뜻 보면 낡은 수사처럼 보이지만, 그 시적 행간 속엔 ‘영원의 얼굴’을 찾고자 하는 진정성이 배어 있다. “우주의 시간을 등에 이고/천천히/자전하는”(「달팽이의 시간」) 장우원 시인은, “녹슬지 않기 위해/제 살을 내어 준다.”(「기차를 기다린다」) 말하자면 그는 뼈저린 현실 속에서 육신의 끝자락을 한사코 부여잡은 채 “사람이 우선이다!”(「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는 지금, 뭇 생명의 진실을 찾고자 비루한 세상을 향해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

 

 

■ 작품 세계

  

이 시집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문학과 관련해 나의 정체성을 묻는 장면이다. 그것은 바로 ‘쓸모’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쓸모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어느 단체가 나에게 문학상을 수여해 주는 것이 쓸모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나의 작품을 빌려와 시비를 세워, 먼지가 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내 이름을 뽐내주는 것이 쓸모일까. 하지만 이것은 쓸모가 아니다. 쓸모가 아닌 진정한 쓸모가 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권력에 인정을 받기보다는 그러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로워질 때 오히려 선한 상징들이 달라붙는다. 이것은 자명하다. (중략)

시인의 죽음은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라, 나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문학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리고 당신을 기억해 주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 여전히 건강하게 주변에 있으니 움츠릴 필요는 없다. 그러니 다시 일어서자. 봄날 산비둘기가 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비둘기 역시 기분 좋게 구구구구 거린다고 받아들이자. (중략)

그는 「희망가」를 통해 낮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다시 호명하려고 한다. 12월의 마지막을 보내며 새해에는 무엇인가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바람은 사글세 반지하에, 노숙인 바람막이 박스 안에, 비정규직 출근길에, 해고로 피멍 든 가슴에 “햇살,/고루고루 따뜻하게”(「희망가」) 퍼지는 것이다.

- 문종필(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요양 병원 침대맡 기도

 

당신을 위해 그런 게 아닙니다.

 

모두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서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

편히 주무십시오.

 

꿈이 깨면

육신의 무게가 사라졌음 좋겠습니다.

 

어머니

 

 

수궁가 한 대목처럼

 

세상은 용궁과 같아서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곳

 

제정신으로 버텨야 하는 곳

 

토끼 용궁 가듯

토끼 간 널어 두듯

햇볕 잘 받는 창가

버티고 섰는 빨래 건조대에

나를 걸어 두고 나가야지

 

나 없이 빈 몸으로 나왔어야지

 

그럴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토끼 간 찾으러 가듯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다면

 

토끼 용궁 빠져나가듯

반지하 한 움큼 빛을 따라

한 번쯤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면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세상

토끼 간 꺼내 놓듯

나를 두고 나설 수 있다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평양냉면이 뉴스를 타고 배달되던 날

공화국 둘, 어깨를 겯던 날

나는 생각했다

개마고원을,

개마고원 어느 야트막한 초지를

그 초지에서

봄 햇살 짱짱하게 받으며

대동강 맥주랑 소주를 섞어

한잔했음 좋겠다고

내 생 마감하기 전

그날이 오기는 오나 보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은커녕

짐승도 오가지 못하던 땅

터벅터벅 걷고 걸어

삼수갑산까지 갈 수 있다면

게서 나무 베는 이들과 둘러앉아

합환주 한잔 가득 나눌 수 있다면

통일이 아니어도

길을 따라 무기는 사라지고

길을 따라 사람이 오가는 꿈

통일이 아니어도

길을 따라 이념은 사라지고

길을 따라 사람이 오가는

바로 그 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