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수필)
바닥
손옥자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45|147×220×11mm|188쪽
17,000원|ISBN 979-11-308-1920-4 03810 | 2022.5.25
■ 도서 소개
재소자들에게 문학을 강의해온 저자가 전해주는
교도소 담장 아래 피는 민들레 같은 이야기
손옥자 시인의 수필집 『바닥』이 <푸른사상 산문선 45>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랜 세월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재소자들에게 시를 강의해왔다. 문학의 힘으로 소외된 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삶의 길로 인도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작가 소개
손옥자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석사). 2002년 『심상』에 「고장난 자전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7년부터 구로문화원에서 ‘손옥자 시창작 교실’ 강의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교정시설과 군부대 강의를 하던 중 문학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되어, 문학치유전문가(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치유적 관점의 문학 강의에 중점을 두어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배흘림 등잔』 『1번 출구 혹은 3번 출구』 『사랑, 그 당당함에 대하여』가 있으며, 2020년 한국시문학상을 받았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이름 찾기
담 / 이름 찾기 / 바닥 / 오감도 / 아이가 왔습니다 / 나란히 앉고 싶은 편지
제2부 소년원 아이들
꽃을 보려면 / 편지 / 소년원 아이들 / 슬픈 박수 / 실수 / 모자에 대한 단상
제3부 지금은 사랑할 때
편먹기 / 곁 / 당신의 뒤 / 백비(白碑) 읽기 / 지금은 사랑할 때
제4부 틈
여자들의 하트 /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거리 / 우리 어머니 이메일 / 틈 / 영광, 그 뒤 / 씽끗,
■ '작가의 말' 중에서
2008년부터 여러 교도소에서 문학(시) 강의(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를 해왔고, 그동안 경험한 수형자들의 따뜻한 가슴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형자들에게는 꽃처럼 피어 있는 상처가 하나씩 있다. 그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출소나 사면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세상의 따뜻한 시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퇴고는 수없이 이루어졌다. 과한 것 같아 수정하고, 모자란 듯하여 수정하기를 3년간 하였다.
상황상, 수필에 실린 수형자들의 시는 의도하여서, 혹은 의도치 않게 다를 수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디테일하게 쓰지 못한 점 용서하기를 바란다. 디테일할수록 그들의 옷이 벗겨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들 편에 서서 글을 썼음을 고백한다.
그동안 연재하였거나, 발표하였거나, 새로 쓴 작품을 모았다. 10년간의 긴 작업임에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가르치는 내내 행복하였고, 그들도 행복한 듯 보였다. 독자 여러분도 이 글을 읽는 내내 행복하였으면 좋겠다.
■ 추천의 글
삶의 밑바닥에서 피워 올린 꽃
시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한다. 어둡고 냄새나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기쁨은 시를 쓰는 과정에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모든 사물은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시 쓰기를 통해 가려진 존재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유년의 따뜻한 아랫목이 없었던”(「소년원 아이들」) 이들은 분노하고 좌절하여 자포자기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일은 이처럼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삶에 대한 희망을 일깨운다. 그러므로 시는 희망의 이름이요, 엄마의 발견이며, 낙담한 사람들의 ‘곁’에 있어주는 존재이다. “곁은 따뜻한 가슴이고 사랑”이고 “배려”(「곁」)이기 때문에, 그것은 절망과 좌절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세상의 “꽃”을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시를 읽고 공감하는 일은 곧 “삭이지 못하는 ‘분노나 화’라는 오랜 마음속의 직선을 곡선으로 만드는 일”(「꽃을 보려면」)이기 때문에, 손옥자 시인은 오랜 세월 동안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수형자들에게 시를 가르쳐왔다. 소외된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를 통해 수용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담」) 낮아진 삶의 생명력을 높여 치유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필자의 노력은, 수형자들로 하여금 참된 자아를 찾게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한 활동이라 할 것이다.
─ 고명수(시인·한국문학치료연구소 소장)
■ 출판사 리뷰
손옥자 시인은 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시를 강의해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관계와 세상살이로 인해 피어난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법이고, 교도소 수형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것은 출소나 사면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다. 문학과 사랑의 힘으로 수용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 새로운 삶의 길로 인도한 저자의 이야기와 수형자들이 서툴게나마 써본 시는 뭉클한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다.
사회의 어느 한구석에는 언제나 자신을 품어주는 가정의 부재로 폭력과 분노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두운 골목길만 배회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문학에는 사연 많은 인생 한 자락이 들어 있고, 그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공간에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이들이 있다. 수형자들 역시 시를 짓고 서로 돌려 읽으며 시 한 구절에 털어놓은 서로의 인생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서로의 곁을 지킨다. 수감된 아들에게 보내기 위해 익숙지 않은 컴퓨터로 보내온 어머니의 이메일, 면회한 후 뒤돌아서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보인 삶의 무게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수형자들과 함께 울고 웃은 세월이 길어지면서 그들의 편이 되어가는 저자의 모습 또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고 또 누군가에게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외된 이들과 소통하며 문학을 통해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치유의 길로 인도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존경스럽다.
■ 작품 속으로
아, 담의 밑이 뚫려 있었다.
담의 밑을 뚫어놓다니……. 담은 가리고 막는 것이 본래의 기능인데,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것이 담의 기능인데, 그 담이 발을 살짝 들어올려, 밖에서 들어오는 물이 막혀 막막하지 않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안과 밖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은 것이다.
이 신기한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혔다. 그것도 오랜 세월 물이 흘러서 물이 스스로 길을 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밖에서 흐르는 물이 막히지 않도록 담의 밑을 들어 올려 물이 그대로 잘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주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소통이었다. 소통, 그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이다. 그 길은 안 된다고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비켜주는 것이다. 배려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담」, 14~15쪽)
어쩌면 시는 아래를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 곡선을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교정시설의 그들이 아직도 삭이지 못하는 ‘분노나 화’라는 오랜 마음속의 직선을 곡선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꼿꼿한 허리나, 힘이 들어간 어깨나 목을 부드럽게 하는 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일 것이다. 시를 읽고 공감한다는 것,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 동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곡선이다.
(「꽃을 보려면」, 65쪽)
‘부재’였다. 가족의 부재.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막론하고, 당연히 있어야 하고, 다 있는데 나한테는 없는 것.
세상에서 가장 미운 이름 ‘엄마’,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이름 ‘엄마’. 비 오는 날 교문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수십, 수백의 엄마들 사이를 뚫고 맨몸으로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빠져 나왔을, 축축하게 젖은 아이를 생각해보았는가? 부모와 손잡고 달려야 하는 운동회 날, 혼자 뒤로 빠져서 그것을 힐끔힐끔 지켜보았을 아이를 생각해보았는가? 자멸감과 자괴감에 혼자 울다가 시나브로 짙어진 원망과 미움이 분노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학대하는 일환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악을 썼을 것이다.
부재, 없음으로 말미암아 있게 만드는 것, 분노, 화, 우울, 절망, 자괴감.
(「소년원 아이들」, 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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