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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계간 푸른사상 2022 봄호(통권 39호)

by 푸른사상 2022. 3. 25.

 

계간 푸른사상 2022 봄호(통권 39호)

 

153×224×14 mm|232쪽|13,000원|ISSN 2092-8416 | 2021.12.10.

 

 

■ 도서 소개

 

『푸른사상』 2022년 봄호(통권 39호)가 ‘차별금지’를 특집으로 간행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역사와 입법 현황에서부터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명숙, 이종걸, 조혜인, 홍성수 등의 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이호림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제정 및 시행되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주목했고,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장애인 차별에 관한 사유와 경험을 담았다. 백무산, 고은진주, 김정인, 박설희, 박은주, 손택수, 송경동, 안준철, 오주리, 윤중목 등 10명 시인의 신작 시와 이사람, 이상인의 신작 동시가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이혜원 교수의 「한국시의 심상지리」 , 임동확 교수의 「생성의 미학」 기획 연재도 지면을 풍성하게 꾸미고 있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는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김수영 시인의 창작배경에 얽힌 경험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활동이 마비된 시대에 한일 시인 간의 교류회를 진행하여 현대시의 역할과 대안을 모색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국 시인은 정우영, 안희연, 김응교이고 일본 시인은 혼다 히사시, 미즈시마 히데미, 아오키 유미코 시인이다.

 

 

■ 목차

 

특집 | 차별금지

좌담 : 명숙·이종걸·조혜인·홍성수_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역사와 현재

이호림_ 차별금지법은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문종필_ 턱을 넘어 평지로

 

신작 시

백무산_ 그 강변은 어디일까

고은진주_ 오리무중

김정인_ 프로필 사진을 다시 찍는다

박설희_ 완전한 어둠

박은주_ 오, 나의 펀더멘탈

손택수_ 대나무

송경동_ 이곳이 그곳인가요

안준철_ 눈길

오주리_ 장미몽(薔薇夢) 1

윤중목_ 파블로프의 개

 

신작 동시

이사람_ 비스듬히

이상인_ 눈보라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16회)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에서 톨스토이 『부활』을 통해 ‘부활’하는 인간 구원의 길!

임동확_ 생성의 미학(1회) 시로 쓰는 한국 역사와 한국인 사유로의 모험

이혜원_ 한국시의 심상지리(3회) 꿈과 삶의 역동적 산실 ― 지리산

 

김현경 회고담・13

대담 김현경·맹문재_ 김수영 시 읽기(3)

 

한일시인교류회

안희연·정우영·김응교·아오키 유미코·미즈시마 히데미·혼다 히사시_ 염병과 마비의 시대에 시인의 역할

 

 

■ 책 속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국가는 차별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게 된다. 이 새로운 렌즈로 법과 제도, 사회적 관행과 문화를 검토함으로써, 국가는 구조적·제도적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이미 발생한 차별을 어떻게 시정하고 구제할 것인가만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법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안은 국가가 차별시정과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훈련, 홍보 등의 조치를 수행해나갈 것을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은 그 존재 자체로 혐오와 차별에 취약한 지위에 놓인 이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차별금지법의 입법은 사회적인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차별을 국가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며, 이들이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호림, 「차별금지법은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40~41쪽)

 

김현경: 몇 년 전에 내가 『한겨레』 신문에 「도취의 피안」을 제일 좋아한다고 추천한 적이 있어요. 이 작품도 나와 재회하기 전에 썼어요. 내가 이 작품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고 진짜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시인의 실력이 다 발휘된 것으로 보였어요. 정말 능변이에요. (중략)

이 작품은 사회주의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담겨 있어요. 해방된 뒤 좌우익이 분열되었는데, 그때 지식인 청년들은 사회주의에 많은 공감을 했어요. 이승만 정권의 부정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지요. 이 작품은 피안의 세계를 부정한 것이에요.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긍정한 것이에요.

물론 현실 세계가 꼭 그렇지는 않았지요. 김 시인이 의용군으로 개천까지 끌려갔잖아요. 그곳에서 통나무를 벌목해서 어깨에 메고 산 아래까지 갖다 놓는데 아주 힘들었대요.

(「김현경의 회고담」, 173쪽)

 

그 강변은 어디일까

 

                                    백무산

 

강변은 강변아파트가 있는 방천 바깥

전망 좋은 리버사이드가 아니라

고즈넉한 전원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 곳이 아니라,

 

축축한 다리 밑이거나 갈대가 자라는 질퍽한 습지

쑥부쟁이 우거진 황무지거나

그늘 한점 없는 땡볕 자갈밭

큰비 오면 죄다 쓸어가 버리는

집을 지을 수도 없는 수변

피난민이나 집 잃은 사람들

움막치고 임시로 거처하기도 하는 곳

 

나라를 잃었으니 아빠는 돌아올 수 없고

주인이 바뀌었으니 집을 비워 주어야 해

그럼 어떡해 엄마,

어쩌겠어 강변에 가서 천막이라도 치고 살아야지

너는 이제 알아서 하겠지만

막내는 동네 아이들에게 얼마나 놀림을 받겠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들 곁에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들지는 않은 막내

그 아이 어느 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나 오늘 강가에서 놀다 왔는데

물가에는 금모래 은모래가 반짝이고

갈대숲에는 새들 날아와 고운 노래 지저귀고

쑥부쟁이 꽃들도 너무 예쁘게 피어 있었어

그곳 참 좋아 우리 그곳에 가서 살면 좋겠어

강변에 살면 좋겠어, 엄마야 누나야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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