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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박영욱 시와 산문집,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

by 푸른사상 2022. 4. 5.

 

분류--문학(, 산문)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

 

박영욱 지음|143×200×16mm(하드커버)|168쪽|16,000원

ISBN 979-11-308-1904-4 03810 | 2022.4.5

 

 

 

■ 도서 소개

 

자연의 한복판에서 피워낸 아름다운 서정의 꽃

 

박영욱 작가의 작품집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는 유한한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좌절과 상처에 고뇌하면서도 자연의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치유되고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가 노래한 짧은 산문과 시편들은 일상의 피로와 존재의 불안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위무해준다.

 

 

■ 저자 소개

 

박영욱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에서 중문학을 전공했다.

 

 

■ 목차

 

▪ 자서(自序)

 

제1부 알 수 없는 인생

금붕어 / 밤 / 고독의 달 / 나무 / 착각 / 알 수 없는 인생 / 불사조 / 나의 노래 / Autumn… daytime / 이십 년 후 / 또 다른 삶 / 시치미 / 미망(未忘) / 사랑

 

제2부 당신 생일

무신론자 / 세월 / 문병(問病) / 오월… 아버지 환영(幻影) / 당신 생일 / 낮잠 / 나들이 / 한 해를 넘기며 / 알쏭달쏭 / 그냥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었나 봅니다

 

제3부 오월… 산책

초봄가(歌) / 누리장나무 / 오월… 산책 / 제비꽃 / 버찌 / Summertime / 가랑비 / 낙일(落日) / 선물 / 나비 효과 / 효자동 구두 / 미망(迷妄) / 우문(愚問)

 

제4부 반달을 보며

아버지 / 산(山) / 물장난 / 그리움 / 삶병 / 어릴 적 친구들 / 꿈 / 추억 / 새 / 그리그 현악 사중주 / 선생님 / 향연 / 봄날의 단상 / 상상과 자유 / 흐린 날 / 고드름 / 반달을 보며

 

작품 해설 : 시적, 혹은 산문적 자연을 통한 존재 완성_ 송기한

 

 

■ ‘자서(自序)’ 중에서

 

일상에서 조금은 비껴나, 자연과 통래하며

가을하늘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묵은 글과 새로 쓴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고

훑어보니 무척 부끄럽다.

그동안, 나에게서 게으름과 뜬 마음을 밀어내어준

파랑새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작품 세계

  

박영욱의 작품집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는 제목에서 드러나 있는 바와 같이 자연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시, 혹은 자연을 의미화하여 이를 서정의 영역으로 수용한 시를 이 범주에 넣는다고 한다면, 그는 정지용부터 시작된 우리 시사의 자연시 계보를 충실히 이은 시인이라 할 수 있다.(중략)

박영욱의 자연시들은 치유의 시이고 회복의 시이다. 그의 자연시들은 상처와 결핍에 대한 대항담론으로서 자연을 서정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그의 시들은 청록파 시인들 가운데 조지훈의 세계와 비교적 가까운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청록파의 시인들의 자연관은 그 나름의 독특한 차이점들이 있었다. 목월의 경우는 창조된 자연을 통해서 자아의 이상을 노래하고자 했다. 창조된 자연이기에 허구적 미메시스에 의존했고, 호흡은 짧게 잡았다. 박두진의 시들은 구체적인 자연을 노래했고, 그 수평적 평화를 통해 기독교적 이상을 기원했다. 사물에 대한 디테일과 미메시스의 충실한 반영이야말로 박두진 시의 요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조지훈은 나그네의 감각을 이용하여 자연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경우이다. 그런 다음 시인은 그 자연과 자아가 절대적 극점 지대에서 융합되는 하나의 공동체를 발견했다.

자연과 자아의 절대적 융합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박영욱의 자연시들은 조지훈의 시와 상당한 친연성을 갖는다. 자연과의 적극적 합일에 대한 의지 등이 비교적 강렬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 율문적 양식이 갖고 있는 한계를 벌충하기 위해 산문 양식도 함께 상재했다. 시와 산문을 통해서 자신의 문학정신을 다층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인데, 이런 시도들은 분명 박두진적인 문학세계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시의 짧은 호흡은 또 목월의 자연시와도 닿아 있다. 그는 청록파 시인들의 장점을 하나의 장 속에서 펼쳐 보이려는 대단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열정이야말로 이 책이 갖는 궁극적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송기한(문학평론가, 대전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 책 속으로

 

알 수 없는 인생

 

알 수 없는 인생아

언제까지 나를 미몽의 마당에 던져둘 거니?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슬픔의 진수를 보여주듯이

나에게도 그럴 거니?

 

알 수 없는 인생아

그동안 지내온 시간 속에

나에게도 꿈같은 시절이 있었겠지?

 

그랬다면 아마

‘내가 크리스마스트리보다 작았던’

유년의 한때였을 거야

 

알 수 없는 인생아

그때를 추억할 때마다

마음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오르지

 

그렇지만 잠시뿐이야

무지개는 금세 언덕 아래로 사라져버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

알 수 없는 인생아

볕이 좋은 날 만나서 꼭 가르쳐줘

숫제 지금 단박에 말해주는 것도 괜찮아

 

알 수 없는 인생아

정말로 알고 싶구나

 

인생이란

말로는 말할 수 없는

애저녁에 느닷없는 것이었니?

 

 

그냥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었나 봅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놀다가 나무를 보게 되면

궁뎅이 쭉 뽑고 굵은 가지 골라잡으며

스극스극 올라가길 좋아했었어요

 

아지랑이 속살거리는 봄날이 오면

팽그르르 홀려서

우물가 옆 벚나무를 자주 찾았었구요

 

살랑거리며 바람 불던 어느 날 늦은 무렵

느티나무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쿨커덕 겁이 나서

눈 꽉 감고는 한참 동안 매달려 있었네요

 

쓰르라미 소리 촬촬 온 군데 울려 퍼지는 여름날에

나도 모르게 앞산으로 들어가

나무늘보처럼 느윗느윗 나무를 타며

쓰르라미 소리 그칠 때까지 놀기도 했었어요

 

상수리나무. 뽕나무. 밤나무…

이 나무 저 나무

많이도 오르내렸어요

 

오르기 전 나무 밑에서 올려다볼 때나

타고 올라 나무 위에서 내려다볼 때나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무슨 마음으로 그랬었는지

지금도 알아지질 않아요

 

그냥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었나 봅니다.

 

 

산 밑에 살아서 보통 저녁 시간에 동네 산책을 하는데 오늘은 아침에 올라갔다. 산 중턱쯤에 이르러 계곡의 맑은 물에 혀를 대본다. 차가운 감촉이 새롭다. 약수터 부근, 누리장나무의 진한 내음이 코끝으로 다가온다. 누린 냄새가 별로 좋지 않다 하여 누리장나무라 하였다는데 나는 그 은근한 냄새가 좋아서 일부러 가지를 당겨 잎사귀에 코를 들이대어보았다. 늘 돌 밑에 깔려서 살고 있는 듯했던 우울한 기분이 누릿한 냄새와 함께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다.

자연의 인간에 대한 구원자적 요소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는 데 있다고 하던데, 누리장의 냄새에 그 누군가의 말뜻을 알 것 같다.

이 시간에 누군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느냐고 물어온다면 단박에 “누리장나무 때문이야요” 할 것 같다.

언젠가 누리장나무 잎새의 윤기나 흰 꽃향기에 둔감해질 줄도 모르면서 그렇게 선뜻 대답하리라.

(「누리장나무」, 60~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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