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영미소설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이태주 옮김|세계 문학을 읽는다 1|146×210×14 mm|236쪽
19,000원|ISBN 979-11-92149-05-9 03840 | 2022.2.5
■ 도서 소개
복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수행해내기 힘겨워하는
한 인간의 정신이 더듬는 고뇌의 역정
극문학의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이태주 옮김)이 <세계 문학을 읽는다 1>로 출간되었다. 억울하게 죽은 선왕의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면서도 이를 수행해내기 힘겨워하는 한 인간의 갈등과 고뇌를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성찰한다.
■ 저자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제임스 1세 시대를 대표하는 극작가. 청년기인 1585년부터 1592년까지 그가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1592년 런던 템스강 남쪽 극장가에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년 동안 37편의 희곡(「두 사람의 귀공자」 「에드워드 3세」 「토머스 모어 경」까지 3편을 추가할 수 있다)과 소네트, 4편의 시극을 남겼다. 벤 존슨이 “그는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시인이었다”라고 말했듯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현재까지 오페라, 무용, 미술, 영화, 뮤지컬 등 수많은 장르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 옮긴이 소개
이태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와이대학교 및 조지타운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셰익스피어 관련 저서로는 『이웃사람 셰익스피어』 『원어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명언집』 『셰익스피어와 함께 읽는 채근담』 등이 있고, 이외에 『세계 연극의 미학』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브로드웨이』 『R 교수의 연극론』 『충격과 방황의 한국연극』 『한국연극 전환시대의 질주』 『재벌들의 밥상』 『유진 오닐:빛과 사랑의 여로』 『불멸의 연인들: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 등이 있다.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연극영화학과 교수·공연예술연구소장·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한국연극학회 회장, 국제연극평론가협회(IATC) 집행위원 겸 아시아-태평양 지역센터 위원장, 예술의전당 이사, 국립극장 운영위원, 서울시극단장, 한국연극교육학회장,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공연예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햄릿
∎ 작품 해설
∎ 작가 연보
∎ 셰익스피어 가계도
∎ 장미전쟁 역사극의 가계도
∎ 영국 왕가 족보
■ 출판사 리뷰
가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 유산을 인류에 안겨다 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이 책에 선보인다. 수 세기를 넘도록 모든 장르의 작가과 예술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극문학은 이 시대에 현존하는 무수한 창작물들의 원천이자 영감이 되고 있다. 1600년경에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공연되고 수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희곡 『햄릿』을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이태주 교수가 원문을 최대한 살려 우리말로 옮기고 작품 세계를 이해한 깊이 있는 해설을 실었다.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 이후 동생인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르고, 선왕의 왕비였던 거트루드와 재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실의에 빠진 햄릿 왕자는 밤마다 궁 초소에 선왕의 망령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곳에서 선왕의 망령을 마주친 햄릿은 왕이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결심한다. 햄릿은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며 재상 폴로니어스를 클로디어스로 착각하여 살인을 자행하기도 한다. 이 모든 비극 속에 상황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가장 유명한 구절인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라는 독백에서 볼 수 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운명에 순응하느냐, 맞서야 하느냐 하는 고뇌에 빠진 한 인간의 단면을 그린다. 이처럼 복수를 목표로 하면서도 이를 수행해내기 힘들어하는 한 인간의 회의적인 태도와 갈등은 우리 존재들의 사고와 행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게 되는 것이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햄릿의 행동을 둘러싸고 분분한 의견과 해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고 재해석함으로써 독자들은 그 본질을 찾아 나간다.
■ 작품 세계
작품 <햄릿>이 등록(The Stationers’ Register)된 일자는 1602년 7월 26일이다. 창작 시기와 첫 공연은 아마도 1601년에서 1602년 사이로 추정된다.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다. 똑같은 소재의 작품이 영국 무대에서 공연된 것은 1580년대였다. 셰익스피어가 소속되어 있던 극단에서도 1594년과 1596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닌 <원형 햄릿>이 공연된 적이 있다. 세네카류의 복수극이 런던 무대에서 유행하자 셰익스피어는 <원형 햄릿>을 개작해서 새로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붙은 <햄릿> 공연의 최초의 기록은 1600년이다. 그러나 이 공연의 인쇄 대본은 남아 있지 않다.(중략)
<햄릿>은 얀 코트가 말한 대로 시대와 나라를 비추는 ‘거울의 기능’을 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햄릿> 공연은 셰익스피어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현대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즉 <햄릿> 공연 무대 속에 얼마나 진실한 셰익스피어가 있고, 얼마나 절실한 우리들 자신이 표현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햄릿>의 주제는 실로 다양하다. 정치·폭력·도덕·복수·효도·사랑·우정 그리고 존재의 의미와 인생의 목적 등이 그것인데, 우리들은 이 모든 주제들을 몇 가지만 선택하거나 전체를 종합·연관시켜 읽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기준과 이유다. <햄릿>을 성격비극의 대표적인 예로 꼽는 까닭은 왕자 햄릿의 비극적 성격을 통해 이미 지적한 숱한 주제들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햄릿>에 있어서 가장 크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는, 어째서 햄릿은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과감히 실천하지 못하고 종국적인 죽음의 파국을 맞이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선 그의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못 했다는 성격적 무능설, 인생을 지나치게 비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동이 불가능했다는 비관론설, 개인적 복수보다는 혼란과 파탄 속에 빠져 있는 덴마크를 먼저 구했다는 구국사명설, 부왕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부왕의 명령을 따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설 등 갖가지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데, 필자는 이 모든 이유가 종합된 복합적 원인 때문에 복수를 지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절충설을 믿고 싶다. 복수를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만을 따진다면 키드(Kyd)류(類)의 복수극과 큰 차가 없겠는데, 유의해야 할 점은, 복수행위를 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수행해내기 힘겨워하는 한 인간의 정신이 더듬는 고뇌의 역정과, 그 과제에 대한 정신적이며 육체적인 의식적 반응 등인 것이다. <햄릿>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살아 있는 햄릿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이런 각도에서 이 작품을 읽었을 때가 된다.
― 작품 해설 중에서
■ ‘책머리에’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세계는 선과 악이 혈투를 벌이는 무대입니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와 대결합니다. 리어왕은 고네릴과 리건과 대결합니다. 에드거는 에드먼드와 대결합니다. 이아고는 오셀로와 대결합니다. 맥베스는 덩컨 스코틀랜드 왕과 대결합니다. 코델리아는 왜 죽어야 합니까. 데스데모나는 왜 죽어야 합니까? 리어왕, 햄릿, 오셀로, 덩컨은 왜 그렇게 죽어야 합니까? 글로스터 백작은 왜 두 눈을 빼앗겼습니까? 거트루드는 왜 독약을 마셔야 했습니까?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전쟁은 계속됩니다. 악이 선을 제압하고, 악은 자멸합니다. 세상은 말세의 혼란이요 황무지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문명의 황야 속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그는 역사와 대결합니다. 그는 악의 근절을 위해, 평화와 질서를 위해 싸웁니다. 그의 작품은 악에 대한 저항의 선언이요, 절실한 기도요 통곡입니다.
비극을 읽고 참담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위안이 되었습니다. 비극이 주는 정화작용, 카타르시스(Katharsis) 때문입니다. 비극은 인간의 마음에 건강한 효과를 미친다는 것입니다. “연민과 공포를 통해 감정을 정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병적인 정서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우리는 비극을 통해 비극적 인물과 그 상황에 동화되면서 자기중심적인 몰입에서 차츰 벗어나 ‘외부’로 자신의 존재가 확산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정(同情)을 통한 영혼의 확대는 심리적이며 도덕적인 건강에 이롭게 작용합니다. 비극이 인간 생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비극의 수용자는 인식하게 되고, 우리의 통찰력은 고통을 극복하고 얻어지는 조화로운 정신적 안정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때 도달되는 정화작용을 통해 정신은 새로운 삶의 인식에 도달합니다. 비극작품은 행동의 모방을 통해 동화작용을 일으키면서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보편성(universality)을 얻게 됩니다. 비극작품은 질서와 조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수단이 됩니다. (중략)
기도와 자비심과 용서는 셰익스피어가 작품에서 남긴 유언의 ‘키워드’입니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끝머리는 항상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등 비극의 주인공들이 겪은 환멸과 절망 너머로 인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의 비극을 읽는 희열과 행복은 바로 이것입니다.
■ 작품 속으로
망령 : 나는 네 아비의 망령이다. 밤이면 정해진 시간 동안 어둠 속을 떠돌다 낮이 되면 불길 속에 틀어박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생시에 저지른 죄가 불꽃 속에 타 없어져 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내가 금단(禁斷)의 계율을 깨뜨리고 연옥(煉獄)의 비밀을 한마디라도 털어놓는다면, 그것을 듣고 너의 영혼은 상처를 입고, 젊은 핏줄은 얼어붙으며, 너의 두 눈은 유성처럼 튀어나와 사라지고, 마디마디 곱슬한 머릿 다발은 헝클어지며, 머리칼은 한 가닥 한 가닥 성난 산돼지 털처럼 곤두설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세계의 비밀을 이 세상 사람에게 털어놓을 순 없다. 듣거라, 듣거라, 잘 듣거라! 만약에 네가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사랑한 적이 있다면…….
햄릿 : 오, 신이여!
망령 : 네 아빌 죽인 극악무도한 살인자에게 복수하라. (38~39쪽)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참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 마음속으로 참아야 하느냐.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과 맞서 용감히 싸워 그것을 물리쳐야 하느냐. 어느 쪽이 더 고귀한 일일까. 남은 것이 오로지 잠자는 일뿐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잠들면서 수만 가지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것이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도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거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재판의 지연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자루의 단검으로 찌르기만 하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진대, 어찌 참아 나가야 한단 말인가. (76~77쪽)
햄릿 : (칼을 뺀다) 이건 뭐냐! 쥐새끼냐? 뒈져라, 뒈져! (커튼 속으로 칼을 찌른다)
폴로니어스 : (커튼 뒤에 쓰러지며) 아, 찔렸구나.
거트루드 : 이게 무슨 짓이냐?
햄릿 : 글쎄, 모르겠군요. 왕입니까?
거트루드 : 잔인하고 포학한 일이다!
햄릿 : 포학한 일―정녕 나쁜 일이긴 하죠, 어머니. 왕을 죽이고 그 동생과 결혼한 일처럼요.
거트루드 : 왕을 죽여?
햄릿 : 그렇습니다. (커튼을 들치자 폴로니어스의 시체가 드러난다) 늙고 쓸개 빠진 녀석. 여기저기 아무 데나 끼어드는 어릿광대. 잘 가거라. 너보다 더 높은 놈인 줄 알았더니. 자, 이게 네 운명인가 보다. 주제넘게 나서면 신상에 해로워. (커튼을 내리고 왕비를 향하여) 손만 쥐어뜯지 마시고, 조용히 앉으세요. 제가 왕비님의 마음을 쥐어 짜드리겠습니다. 그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악행에 물든 당신의 마음은 놋그릇처럼 굳어져 감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는 건 아닙니까?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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