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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강경호 장편소설, <관용 : 매몰된 도시국가 이야기>

by 푸른사상 2022. 1. 18.

 

분류--문학(소설)

 

관용 : 매몰된 도시국가 이야기

 

강경호 지음|푸른사상 소설선|150×213×24mm(하드커버)|288쪽

24,000원|ISBN 979-11-308-1885-6 03810 | 2022.1.20

 

 

 

■ 도서 소개

 

역사와 전설을 넘나드는 운명적 이야기

 

강경호 작가의 장편소설 『관용』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중앙아시아에 번성하여 세력을 떨치던 도시국가 아게스 밀, 그곳에서 추방된 뒤 오랜 기간 떠돌다가 복수와 관용의 기로에 선 옴마나스. 매몰된 고대 도시국가에 얽힌 역사와 전설을 넘나드는 운명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 작가 소개

 

강경호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국문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로 『그날 이전』 『에델바이스』 『천상의 묵시록』(전 2권) 『포세이돈의 후예들』 『푸른 밤 붉은 수레』, 소설집으로 『조문시에서 7일』이 있다.

 

 

■ 목차

 

∎ 작가의 말

 

1. 추방자 옴마나스, 미래의 쿠샨 왕 구취각을 만나다

2. 옴마나스, 발흐를 떠나 마지막 여정에 오르다

3. 추강의 물길을 돌리고, 사크람의 날을 벼르다

4. 세 개의 무덤과 제국의 아침, 그리고 잊힌 이름 아게스 밀

 

 

■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관용』은 역사와 전설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보니 변용과 구성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자료와 상상력까지 더해 완결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에서 구체성과 형상화를 빼면 뭐가 남겠는가? 종이와 글자밖에 없지 않은가? 앞서 역사와 전설을 넘나든다고 했으니 관계 설정에 있어서 선후는 있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서두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 사실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역사보다 전설이 앞서고, 굳이 얘기하면 전설이 어느 역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뜻일 것이다. (중략)

아게스 밀의 얘기는 역사와 접목된 전설에 속한다. 기원 전후, 추강 유역과 사리샤간 사이의 남킵차크 고원에 아게스 밀 혹은 ‘알붐 카스트룸(album castrum)’, 즉 흰 성(城)이라고 불리던 고대 도시국가가 있었다. 도시국가는 번성하였고, 그 영역은 한때 동쪽은 천산의 탈티코르간, 남쪽은 탈라스와 이식쿨에 이르는 큰 왕국이었다. 왕은 알렉산드로스 대왕 휘하의 장수 출신을 선조로 둔 ‘베스티 파메네스(너그러운)’라는 백색인(그리스, 마케도니아계 인종)이나, 그 이름처럼 너그러운 자가 아니었다. 그는 권력을 독차지할 목적에서 자신을 도와 아게스 밀 왕국을 세운 쥬신인(朝鮮人) 대군장을 사지로 몰아 죽게 하였고, 그의 아들마저 국외로 추방한 간악한 자이기도 하였다. 대군장의 아들을 국외로 추방한 건, 자기의 못난 자식과 ‘아나테미스’라는 아름답고 순결한 소녀와 짝을 지어주고자 함인데, 그녀는 추방당한 대군장의 아들과 일찍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추방자는 의당 원한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추방자를 따르는 대군장의 부하들과 몇몇 친구가 그와 행동을 같이한다. 그중 ‘파무체카’라는 투고트족 출신의 걸출한 용사가 추방자와 더불어 세상을 유랑하며 끝까지 곁을 지역사킨다. 강산이 두 번 바뀐 뒤, 추방자와 용사는 아게스 밀의 왕과 자신들을 배신한 ‘쿠스케’를 척살하기 위해 발흐의 도성 테르메스를 떠나 아게스 밀로 향한다. 만 리 먼 길이지만 두 사람의 오로지 아게스 밀의 왕과 쿠스케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지난한 여정을 이어간다.

 

 

■ 출판사 리뷰

 

고대 중앙아시아의 도시국가 아게스 밀, 그곳에서 추방된 후 오랜 세월을 떠돌다가 마침내 복수의 칼날을 세운 옴마나스. 그리고 새롭게 역사 속에 등장하는 신생 쿠샨 왕조까지. 역사와 전설을 넘나드는 강경호의 소설 『관용』에서 매몰된 고대 도시국가에 얽힌 그 운명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추강 유역과 남킵차크의 샤리샤간 사이에 자리하여 넓은 영역을 차지하며 세력을 크게 떨치던 도시국가 아게스 밀. 왕의 아들이자 장차 아게스 밀의 통치자가 될 투란 바스네프의 야욕과 모함으로 인해 옴마나스는 그곳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옴마나스는 그를 따르는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복수를 위한 칼날을 다진다. 발흐의 재상인 차도위를 치료한 인연으로 그와 교분을 쌓게 되고, 차도위의 후계자 구취각이 자문관 자리를 제안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아게스 밀의 왕과 배신자를 향한 복수의 일념으로 지난한 여정을 떠난다.

필생의 원수를 처단하기 위해 고난과 역경의 길도 마다하지 않았던 옴마나스. 과연 벼랑 끝 복수와 관용의 기로에 선 그의 최후 선택은 어떤 것일까? 찬란했던 역사의 막이 내리고 신생 쿠샨 왕국이 세워지기까지, 그 운명에 이끌린 흥미로운 서막이 시작된다. 오랜 세월 동안 차츰 모래바람에 묻혀 세인들의 입에서 전해지는 옛 얘기로 남아버린 옛 도시국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 작품 속으로

 

청동 홰에 검붉은 불길이 일렁이는 밤의 타라한 궁정, 아게스 밀의 국왕이자 투란 바스네프의 아비인 베스티 파메네스의 일그러진 얼굴과 노성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옴마나스야! 너는 내 자비에 감사해야 한다. 죽은 네 아비 타르칸느가 너를 살렸다. 지체 없이 떠나라. 태양이 떠오르고 해가 지는 한, 너는 내 영토에 결코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 떠나라, 옴마나스야!”

그리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오누이처럼 지내다가 연인이 되었던 청초한 아나테미스……. 포이베와 아나히타 여신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시샘할 만큼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숨어서 우릴 지켜보며 질투의 불길을 내뿜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왜소한 체구에 선병질적이었던 내 친구 투란 바스네프. 왕의 아들이고 장차 아게스 밀의 통치자가 될 존귀한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가 어찌 아나테미스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열등한 투란 바스네프는 아나테미스를 얻기 위해 청동 독수리와 켄타우로스의 석상이 있는 헤르메스 신전에서 나와 아나테미스가 불경한 짓을 했다고 부왕에게 모함을 했지. 우린 단순히 포옹을 한 것뿐인데. 어릴 적, 심약한 왕의 아들을 위해 기꺼이 동무가 되어준 우리. 붉고 흰 화려한 꽃들과 열주의 그림자가 어린 푸른 연못의 정원에서 뛰놀며 가꾼 우리들의 오랜 우정도 투란 바스네프의 야욕으로 그 순수의 빛을 잃었지. 20여 년 전 아게스 밀에서 추방되기 전의 일이다. 세상이 여전하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투란 바스네프에 대한 원한을 반드시 갚으리라고 다짐했건만 신명의 도움이 없어서인지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러나 어이 잊으랴. 그날의 통한을……. (17~19쪽)

 

옴마나스의 주문은 그 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리고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 청동 대야에서 번쩍하는 빛과 함께 어떤 광경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옴마나스가 무상무념 속에서 본 것은 왕관처럼 생긴 세 개의 뿔을 지닌 붉은 소와 색이 불분명한 작은 소였다. 세 개의 뿔을 지닌 붉은 소는 우람했고 광대한 초원을 향해 힘찬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그 울음에 작은 소는 어느새 모습이 없어졌다. 때맞춰 세 개의 뿔을 지닌 우람한 붉은 소는 나중 구취각의 얼굴로 탈바꿈했다. 옴마나스의 얼굴이 절로 희색을 띠었다. 신이 점지한 상서로운 환시였기 때문이다. (44~45쪽)

 

“……아게스 밀을 떠나는 날, 네 조모는 내게 금과 보석을 주셨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일족인 쥬신(朝鮮)족이 사는 후이오챠로 가서 몸을 의탁하라고 하셨어. 그러나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왕은 그 뒤 우리 집에 불을 질러 네 조모를 비롯한 집안 식구들을 모두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우리의 재산이 탐나서였지. 그때 네 조부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를 따랐던 사람들의 가족도 죽임을 면키 어려웠지. 파무체카 아저씨 가족도 마찬가지였고. 세상에 이런 통분한 일이 또 있으랴…….”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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