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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강대선 장편소설, <퍼즐>

by 푸른사상 2021. 12. 29.

 

분류--문학(소설)

 

퍼즐

 

강대선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31|146×210×13 mm|224쪽

17,000원|ISBN 979-11-308-1878-8 03810 | 2021.12.31

 

 

 

■ 도서 소개

 

제주 4·3항쟁,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 미래를 밝히는 증언

 

강대선 작가의 장편소설 『퍼즐』이 <푸른사상 소설선 31>로 출간되었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과 미 군정의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제주 주민들이 희생당한 역사적 사건을 제재로 하고 있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퍼즐 조각처럼 나열해가며 한국 현대사에 깊은 상흔을 남긴 4·3항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 작가 소개

 

강대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시와 사람』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우주일화』 『퍼즐』, 시집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외 4권, 가사수필집 『평화』 등이 있다.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여수해양문학상 소설 대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김우종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제주

탈출한 환자 / 조 원장 / 서북청년단 / 또 다른 의심 / 연분 / 무의식 / 달수의 친구

 

제2부 섬드레

연분 카페 / 달수의 눈 / 세 번째 눈 / 김 박사의 기억 / 호철의 기억

 

제3부 섬의 기억

기억 속으로 / 조 원장의 정체 / 새로운 카드 / 살인의 기억 / 암시

 

제4부 또 다른 섬

실마리 / 선택 / 폭풍 후

 

후기

 

 

■ '작가의 말' 중에서

 

손가락 지문으로 글자판을 두드리며 퍼즐을 풀어가는 일은 무지한 나를 깨워 진실에 다가서는 일이었다.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 미래를 밝히는 일에 나는 미력한 힘이라도 얹고 싶었다. 퍼즐을 풀면서 여러 개의 계절이 지났다. 나는 수차례 길을 잃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곤 했다. 『퍼즐』을 묶어 푸른사상사에 보내면서도 나는 아직 4·3에 머물러 있다. 창밖에는 들국화가 피어 있다.

 

 

■ 추천의 글

 

제주 4·3항쟁을 이전 작가들과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퍼즐』은 신인 소설가인 강대선 작가의 성공적인 앞날을 위한, 공명이 세상을 향해 던진 출사표와 같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소설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선언 같은 작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소설은 매우 모험적이며, 한 톨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세계를 공개하고 있다. 모험적 글쓰기란 기성 작가에게는 쉬 찾아지지 않는다. 이미 반열에 들어선 그들은 보다 정치하고 심화된 소설로서 승부하기 때문이다.

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암벽처럼 솟은 선배 작가들에게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뚫고 나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신인다운 패기로 자신의 소설 작업을 모험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한 작가로서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전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 작품까지 그의 소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기로 한다. 분명, 강대선의 다음 작품은 훨씬 성공적일 것이다.

― 채희윤(소설가)

 

 

■ '후기' 중에서

 

제주 4·3을 쓰는 일은 또한 느끼는 일이기도 해서 사실과 진실 안에서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나 또한 같은 맥락에서 나는 용서와 화해의 지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퍼즐을 푸는 일 같았다.

나는 제주 4·3을 써야겠다고 나와 약속했다.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다. 여행 중에 들렀던 4·3 기념관 때문일 수도 있고 문학 시간에 배우고 가르쳤던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 삼촌」 때문일 수도 있고 제주에 있는 문우들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는 경험하지 않았기에 역사의 실체와 그 질감의 중심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나의 글은 피상적이고 표피적이어서 깊이에 가 닿지 못하는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나를 계속 쓰게 했다. 에세이스트 김현숙 선생님이 제주의 언어를 손봐주셨고 소설 봄 문우들과 친분이 있는 분들이 부족한 초고를 읽어주셨다.

제주 4·3의 제단에 한 송이 붉은 꽃을 올려놓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로 제주 4·3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송하고 부끄럽다.

 

 

■ 출판사 리뷰

 

1948년, 이 땅에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절, 제주에서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특히 월남한 청년들이 조직한 우익단체인 ‘서북청년단’의 횡포는 무자비하고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제주 4·3사건을 제재로 한 강대선 작가의 소설 『퍼즐』은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퍼즐 조각처럼 나열해가며 한국 현대사에 깊은 상흔을 남긴 4·3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특히 피로 얼룩진 역사의 숨겨진 편린들을 찾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정신과 의사 미영은 제주도의 한 정신병원 원장이 제안한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스스로를 정신분석학 박사로 인식하고 있는 정신질환 환자와 미영이 동행하며 ‘실종자 김달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서북청년단에 의한 피해자 가족인 김달수는 병원을 탈출하여 사라졌다. 그 사건을 파고들수록 김달수와 김 박사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왜곡된 기억 속에 매몰된 김 박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조 원장의 내심은 무엇이고 그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환상의 섬 제주에는 사실 수많은 비밀과 아픔이 숨겨져 있다. 기억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과연 그들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기억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지점을 발견함으로써 희망의 등불을 밝힌다.

 

 

■ 작품 속으로

 

제주는 일제강점기 시기에도 많은 고통을 받은 곳이었다. 섬이라는 특수성과 제주가 가지는 전략적 위치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박사는 준비한 자료와 함께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서 해방의 기쁨도 남달랐을 것이고, 하루빨리 독립된 나라를 건설하고 싶었겠지요. 이북은 이미 김일성이 차지하고 있으니 서청은 이곳 이남에서까지 밀리면 끝장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지지 기반이 필요했고 그 기반이 이승만 정권과 미군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세력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한 거지요. 그리고 그들은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거고.”

“하지만 이것이 김달수 씨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그 답은 조 원장이 가지고 있겠지요. 오랫동안 같이 있었다고 하니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거요. 김달수라는 환자에 관해 하나씩 알아갈 생각이오.” (32쪽)

 

“박사님, 아까 무어라고 중얼거렸어요?”

“아무것도 아니오.”

“순수와 뭐라고 하셨잖아요.”

“아, 순수와 비애.”

“멋진 말이네요. 순수와 비애라니.”

“이 소주에는 말이에요, 순수와 비애가 같이 들어가 있어요. 이렇게 맑아 보이지만 이 맑음 속에는 비애의 눈물이 들어가 있거든요.”

미영은 ‘순수와 비애’라는 말을 입에 굴려보았다. 순수는 비애를 맛보기 마련 아니던가. 길수와 달수 그리고 연분의 순수는 비애였을까. 갑자기 소주 한 잔이 눈물처럼 느껴졌다. 눈물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자 미영은 문득 슬퍼져 고개를 흔들었다. 항구의 불빛이 소주잔에 아프게 스며들어와 있었다. (61쪽)

 

“이해합니다. 그러실 거예요. 저는 지옥보다 더한 제주를 떠나고 싶었지만 우리는 제주를 떠날 수 없었어요. 알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우리를 붙잡고 있었어요. 어느 날은 제가 건우 씨의 서류를 정리하면서 일기장을 봤어요. 남편은 제주에서의 일을 기록하고 있었어요. 그 일기장에는‘ 남들에게 잘하고 정직하게 살아라’는 말이 적혀 있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돌아가신 건우 씨의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었어요. 남편은 자신이 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무고한 이들을 죽이고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젠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거기에 길수 씨와 달수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요. 길수 씨의 죽음을 알고 나는 밤새 울다가 목을 매달았어요.” (85쪽)

 

폭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미영은 프리모 레비의 말처럼 폭력은 흘러간 과거의 일이 아니고, 이 순간에도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미영은 한라산을 바라보았다. 지나간 폭력은 없을 것이다. 생각하면 모두가 폭력의 희생자였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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