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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부산일보] 박정선, <존재와 사유>

by 푸른사상 2021. 11. 10.

 

“1970~80년대 부산의 ‘양산박 문화’ 재현해야”

박정선 평론 ‘존재와 사유’ 발간
최치원·김현 등 시대 통찰 인물 조명
양산박 복원 제기 최화수 주장 눈길

소설 시 평론에 이르는 다양한 글쓰기를 하는 박정선 작가가 평론집 <존재와 사유>(푸른사상)를 냈다. “시인 소설가 사상가를 막론하고 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하는 인물들을 호명했다. 고대와 조선에서 현대, 동서양에 걸쳐 시대의 불합리한 것들을 직시하며 끊임없는 물음과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긴 이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다.”

그가 조명한 인물의 범위가 너무 넓기는 하다. 하지만 인물들의 공통점은 시대와 삶과 치열하게 고투한 이들이란 것이다. 고운 최치원, 추사 김정희, <수상록>의 몽테뉴, 교황 프란치스코, 독립운동가 이회영, 고독한 사유의 농부 전우익과 문학평론가 김현, 시인 이재무와 함께 지역 문인으로 시인 박송죽, 시조시인 김두만, 기자 작가 최화수, 해양소설가 옥태권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작가의 사유가 뻗어나간 곳, 작가를 황홀한 사유로 휘감은 이들이 망라돼 있다.

그는 “천 년 전 최치원은 아직도 시대 담론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라며 “사망 연대가 없는 불멸성 속에서 최치원은 현재와 끊임없이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며, 세계적 명소 해운대에 깃든 하나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48세로 세상을 일찍 떠난 김현은 1시간에 200~300쪽 책을 정확히 읽어내는 무서운 독파력에 의해 정밀하고 풍요로운 글쓰기로 나아갔다고 한다.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도 시를 읽었다는데 그것은 “문학은 죽음으로부터도 억압당하지 않는 뜨거운 장면”이라고 한다. 몽테뉴의 경우, 4년간 사귄 친구 보티에의 느닷없는 요절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성에 자신을 유폐시켜 신과 인간의 문제,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천착한 <수상록>을 쓰게 됐다고 한다. 고매하고 숭고한 우정은 살아서도 빛나지만 죽어서도 웅숭깊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작가는 “최화수는 질풍노도의 전방위적 글쓰기를 한 기자이자 소설가였다”며 “그는 무엇보다 부산 문화의 양산박 시대를 증언했다”고 한다. 최화수는 생전에 ‘밀다원시대’ 복원의 협소함에 대해 지적했다. “김동리의 ‘밀다원시대’가 그리고 있는 것은 그때의 한 편린에 불과하다. 피난지 부산에서 더 극적인 삶과 작품활동을 한 소설가를 꼽는다면 김동리보다 이호철이다. 황순원 조병화 박인환 이봉구 이형기 오상원 등의 문인, 이중섭 김환기 하인두 등의 화가, 오태균 윤용하 등 음악가 등등 많은 예술인들의 애환도 함께 점철돼 있다. 한국전쟁에 따른 임시수도 부산의 문화예술 발자취를 되살리는 축제는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을 뛰어넘어 보다 포괄적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최화수에 따르면 중요한 후속 과제는 한국전쟁기를 잇는 1970~80년대 부산 예술인들의 양산박 문화를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부산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몰려와 울분을 토해내며 아픔을 달래던 광복동의 포장마차 양산박과 그 문화를 재현하는 축제 한마당은 어떨까? 그것이 특정 작가나 작품을 기리는 축제보다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970~80년대 부산 문화의 중요 거처였던 양산박 문화의 복원, 최화수가 제기해놓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정선 작가는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묵주 같은 신앙시를 쓰는 박송죽 원로시인, 시조집 한 권만을 남기고 떠난 고 김두만 시조시인, 해양소설의 지평을 개척한 고 옥태권 소설가 등을 조명하고 있다.

부산일보, “1970~80년대 부산의 ‘양산박 문화’ 재현해야”, 최학림 선임기자, 2021.11.9

링크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110916540810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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